교회 안전 불감증, 개선 요구돼
작성 : 2024년 06월 11일(화) 11:00 가+가-
예측 불가능한 재난에 대응 능력 미흡

십자가 첨탑 내부 골조가 심각하게 부식된 모습. 돌풍이 불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사진제공=안영환 장로>

믿음이 투철해서일까? 아니면 무감각한 불감일까?

교회의 '안전 불감증' 현상이 염려 수준으로 부각되고 있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이 어려운데 반해, 교회의 대비와 대응 능력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지난 2019년 채택한 '교회안전관리지침'에 따르면, "교회도 재난 앞에서 예외가 아니다. 사실 교회는 정부에서 다중이용시설로 구분해 특별 안전관리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안전의식 미비로 재난 예방과 재난 발생 시 대응에 대해서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총회는 안전관리지침을 만들고 교회 뿐 아니라 사회의 안전을 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이행은 다소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KWMA는 교회의 안전 불감증을 종식하고자 간담회를 열어 단기선교 안전과 위기관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사진제공=KWMA>
교회와 관련된 대표적 위험군은 구조물인 '십자가 첨탑'이다. 최근 태풍과 돌풍으로 십자가 첨탑이 쓰러지며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 사례가 나왔다.

그래서 몇몇 지자체가 계속 위험 요소를 지적하며 철거나 보강을 권고할 정도다. 실제로 서울시의 한 구(區)에서는 십자가 첨탑에 대해 안전을 이유로 강제철거 계고를 내리기도 했다. 십자가 첨탑의 상당수가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채 세워졌다는 근거를 대고 있다.

십자가 첨탑 전문가인 안영환 장로(일오삼광고기획 대표이사)는 "십자가 첨탑의 대부분이 안전진단을 받지 않고 불안전하게 세워지면서 시민의 안전 위협이라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며 "정부의 강화된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첨탑이 4m 이상이면 무조건 지자체에 신고를 해야 한다. 지탱이 불안전하거나 노후된 십자가 첨탑은 안전하고 아름답게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의 안전 불감증은 단기선교 중에도 나타난다. 현지법 위반부터 교통사고, 물놀이 안전사고, 전염병과 식중독, 지진과 재해 재난 등의 사고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 경험이 없다고 방심하지 말고, 출발 전 안전 교육과 함께 해당 나라의 정책과 문화를 조사하며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총회가 정책문서로 채택한 '교회안전관리지침' 중 화재발생시 초기대응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 그림.
이와 관련해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사무총장:강대흥)와 한국위기관리재단(대표:조동업)은 여름철 단기선교 안전 및 위기관리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지난 5일 열어 교회의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위기관리재단 대표 조동업 선교사는 "단기선교 한 팀의 사고가 발생하면 기독교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선교단체와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교회와 성도들은 크게 느끼지 못하는 '안전 불감증'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조 선교사는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방문하는 나라의 정보만 봐도 큰 도움이 된다"며 "현지에선 스마트폰 분실을 대비해 선교사에게 주소, 연락처, 숙소, 대사관, 경찰서 등의 연락처를 메모해 몸에 지니는 것은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기자간담회에서 미션파트너스 최주석 선교사는 단기선교팀의 사고 사례 유형을 전하며 주의를 권고했다.

현지법 위반과 관련해 최 선교사는 "금지된 곳에서 선교활동을 하거나 현지인 정서를 무시해 폭행, 체포, 억류, 추방되곤 한다"며 "인도에서는 외국인선교 금지법을 위배해 50일간 구류, 이란에서는 책자를 배포하다 강제출국, 아랍에미리트에서는 무슬림 가정을 방문해 기독교 관련 내용을 언급하다 3년형을 선고받은 후 정부 개입으로 강제추방 당한 일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교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는 교통사고다. 우리나라와 운전자석이 반대이거나 현지의 열악한 도로상황과 무질서로 사고가 발생한다.

단기선교팀이 가장 많이 가는 국가인 캄보디아는 세계교통사고 사망률 4위이고, 발생건수 중 90%가 과속과 음주운전, 교통법규 무시 등 운전자의 과실로 인한 사고다. 사고사례로 선교사 일가족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한 버스와 충돌해 5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선교 일정을 마무리하고 관광을 하며 안전사고도 발생한다. 물놀이 중 익사사고가 발생하거나 공사현장에서 감전사와 신체 상해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최주석 선교사는 "해외 단기선교를 떠날 때는 여행자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그래야 현지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병원 진료비나 노트북 분실 등에 대해 보상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선교와 관련해서 현지 선교사들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KWMA 미래한국선교개발센터장 정용구 선교사는 "인도에서 장례를 3번 치렀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단기선교로 인한 과로사였다"며 "짧은 기간 안에 무리한 계획을 요청하면 선교사들에게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 소방관리와 관련한 안전 불감증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교회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아이와 노인을 비롯한 다양한 연령층의 성도들이 드나들며 규모에 따라 수백에서 수천 명의 인원이 한꺼번에 모이는 만큼, 유사시에 빠르게 화재를 진압하고 체계적으로 대피할 수 있는 시스템이 평소에 구축되고 충분히 훈련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총회의 교회안전관리지침에는 소방시설 점검표와 안전관리위원회 조직 등 지역교회가 화재 예방 및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제시돼 있다.

교회 안전관리위원회는 소화반장, 연락반장, 피난유도반장, 응급구조반장, 사고처리반장, 피해복구반장 등 실무반장들을 최일선에 배치하고 안전관리자와 안전지도위원회, 총괄책임자가 관리를 담당하는 형태로, 교회 규모와 상황에 따라 적절한 구조로 조직할 수 있다.

상가건물에 위치한 교회나 오래된 목조건물의 경우 화재 발생 시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 경우 미리 화재보험에 가입해 교회의 막대한 피해를 예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지침들이 지역교회에서 잘 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교회안전관리지침에도 "교회 규모가 크고 재정이 넉넉해야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교회규모에 맞게 소화기 비치와 위치 표시, 비상 시 대피경로를 작성하여 교인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부착해야 한다"며 안전관리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국내의 농어촌교회가 고령화 현상을 겪으며 응급구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심폐소생 응급장비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다.

심정지환자 소생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설치해서 응급 상황을 예방하고 대처하자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급성 심정지 환자 발생시 누구나 쉽게 대처할 수 있도록 AED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다양한 건강상태를 가진 불특정다수가 모인 교회에서 AED 구비가 필수지만 대부분 갖추지 않고 있다.

한편 교통안전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전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지만 교회차량으로 어디를 이동하거나 연합기관(단체)에서 수련회 및 야유회 등을 떠날 때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사회문제로도 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동하 최샘찬 남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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