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도 위해 ‘복지기술’에 관심 가져야
[ 인공지능시대를위한미래담론 ]
작성 : 2024년 04월 03일(수) 08:00 가+가-
(3) 장애현상을 인간 개성으로 수용하게 하는 복지 기술
장애는 언제나 있어 왔고 인류가 생존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현상이다. 문제는 장애라는 현상이 평균적 범위에서 벗어난 소수의 모습으로 나타나기에 항상 다수에 적응해야 하는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데 있다. 자연히 장애인은 비장애인에게 의존해 생활하는 사람으로 치부된다. 장애인은 돌봄의 대상이거나 부족하거나 불완전한 대상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장애는 완전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를 뿐인 하나의 실체에 불과하다. 장애를 '어떤 것이 결여된 상태'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결여되어서 보충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란 다른 형태의 또 하나의 삶이다. 이런 맥락에서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산다는 것은 장애가 다양한 사회적 현상 중의 하나로 이해되고, 여러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수용되는 일을 의미한다. 이는 장애인에게 단순히 물리적인 장벽이나 환경,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게끔 하는 것만이 아니다. 이것은 장애인 스스로 자신의 관심사, 친구 관계, 사회적 네트워크를 선택함으로써 풍부한 상호의존성을 향유하는 가운데에 '당당하게 사회로 귀환'하는 일체의 행위로 엮어진 삶을 의미한다. 자기 삶의 통제권을 갖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며, 자신의 삶에 스스로 만족하는 행복감을 누리면서 살아가는 자기 주체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장애인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장애는 각 개개인이 갖고 있는 '개성'이 되어야 하며, 그 개성을 오롯이 드러내는 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이 개별화된 인간이 갖고 있는 독특한 현상으로 이해하는 장애의 개념은 최근까지도 실현불가능한 허망한 관념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류가 되지 못한 장애인들은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내몰리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 변화는 디지털 과학기술에 의해 이뤄진 사회구조의 혁명적 변환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선 사회구조의 디지털화는 경제적 차원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생산과정에서의 자동화와 새로운 경제 조직화로서의 플랫폼 경제의 확산, 서비스 부문의 디지털 혁명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연결로 과거에 어려웠던 만남이 가능해지며 새로운 공동체가 등장하고 확대된다. 자동화,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고, 이는 삶의 만족을 물질적 풍요가 아닌, 정서적 풍요에서 찾게 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기술 발전에 의한 변화로 장애인들에게도 본인이 갖고 있는 장애 현상을 매력적인 개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기반 휴먼서비스'들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장애인들의 위급 상황에 대처하는 응급안심서비스와 정서적 지원, 건강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데이터 플랫폼이 운영됨으로써 장애인 가정의 실시간 모니터링 및 응급대응, 예방, 진단, 서비스 연결, 나아가 생활패턴의 분석까지 아우르는 장애인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대화형·진단형 AI 서비스가 결합하여 장애인들의 '돌봄 복지 실천'을 돕는 스마트 케어 서비스의 확대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보건복지부와 민간기업 및 사회복지시설의 협업에 의해 202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용 스마트홈 기반 리빙랩은 장애인의 일상생활 보조 및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한 돌봄 로봇 4종(욕창 예방용 자세 변화, 이송보조, 배설보조, 식사보조) 실증을 위해 구축되었다. 이는 기존 공급자 중심의 기술개발에서 돌봄 로봇이 실제 수요자가 원하는 기능과 임무를 최대한 반영하여 수행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중증장애인을 비롯하여 돌봄을 받는 사람과 돌봄 제공자에게 필요한 로봇형 이동식 리프트, 레일 형태의 천장 주행형 리프트, 로봇 침대, 배설 보조장치, 식사보조장치 등의 돌봄 로봇 장치의 기술적 발전은 가속화되고 있다. 로봇 외에도 다양한 인공지능 스피커와 센서가 연계된 사물인터넷 기술에 의해 설비, 가전 및 장비 등이 제어되어 보다 편리한 생활이 가능한 공간으로 설계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나아가 재활치료와 지원에서 로봇의 적용도 확대되고 있다. 기능성 재활로봇시스템, 지능형 인공다리, 외부 스켈레톤 기계 보조시스템 등이 잇따라 성공적으로 개발돼 기능장애 환자의 사지 운동 기능 상실을 회복하거나 보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길 안내용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도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키오스크를 통해 시각장애인에게 디지털 촉각 디스플레이와 음성안내가 지원되며, 사용자가 다가오면 센서가 움직임을 인식해 모니터의 높낮이가 조절된다. 한편 한국어 문장을 수어로 번역하는 서비스도 보급되고 있다. 번역 서비스를 거친 수어 내용은 움직이는 아바타가 수어 동작으로 표현해내며, 실제 청각장애인 택시기사가 운전하는 '고요한 택시'에 수어 번역 화면이 적용되어 있다. 고속철도 SRT에서 정차역 설명과 안전 관련 정보 제공도 수어 아바타가 한다.

이 모든 사회적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가 복지기술이다. 이미 북유럽 국가에서는 장애인과 노인의 안전, 일상 활동, 사회참여, 자립생활 유지 및 지원에 활용되는 모든 기술을 복지기술로 정의 한다. 2007년 덴마크에서 처음으로 복지기술 용어를 정의하였으며, 이후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복지기술'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초기에는 복지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술적 솔루션, 즉 특정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로 정의되었지만, 이후 복지제도의 운영, 재원, 자원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시스템의 재구조화적인 측면까지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점차 복지기술은 이용자의 자율성, 안전, 주변 환경 통제, 일상생활 자립 및 사회적 활동, 노화와 장애로부터의 독립을 강화하는 기술을 의미하게 되었다. 특히 북유럽에서 복지기술은 복지 관련 서비스 전달의 개선 및 효율화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서비스 혁신 기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개념이 정착되고 있으며, 건강 및 사회서비스에 대한 디지털화를 선도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덴마크의 경우 원격의료 시스템 구축, 돌봄 영역의 복지기술 도입, 디지털 학습 및 교육 등을 중점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상은 이렇게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그 구조와 기능, 구성내용 등이 전면적으로 변화되었다. 그에 따라 장애인에게도 장벽과 한계 등으로 다가왔던 자신의 장애 현상이 오히려 과학기술을 통해 본인 특유의 개성이나 장점으로까지 전환될 수 있는 도전과 기회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교회도 이제 복지기술에 관심을 갖고 장애인과 함께 하는 신앙공동체 형성을 위해 기술을 적용하는 실제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을 시혜적인 지원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고 장애인과 함께 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복지기술들을 목회와 선교, 신앙교육, 친교와 봉사 등에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본다.

이준우 교수/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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