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빚진 자를 만드는 기쁨
[ Y칼럼 ]
작성 : 2024년 07월 24일(수) 03:02 가+가-
오늘 하루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어디인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은 직장일 것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임에도 교회보다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아침 일찍 수많은 인파를 뚫고 지하철과 버스에 몸을 싣고 출근한다. 하지만 솔직히 출근하기도 전부터 퇴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주일에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거룩한 일상을 살겠다며 다짐하지만, 월요일만 되면 무력감이 든다. 마치 일상과 신앙이 분리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일상을 의미 있게 살아낼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어떻게 사용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직장에서 그리스도인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는 고민이겠지만, 특히 미래가 불명확한 청년의 때에 더욱 많이 하는 고민이다. 나 또한 동일한 고민을 하며, 답을 찾아가기 위해 열심히 일터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나는 모교인 숭실대학교에서 행정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곳이 직장이기에 힘들 때도 종종 있지만,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설립된 학교로 많은 보람과 감사함을 느낄 기회가 많다. 최근 나는 직원 행정 세미나를 다녀왔는데, 30년 이상 근무하신 직원 선생님이 경험을 나눠주었다. 선생님은 대학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며 잠시 자신의 직장생활을 반추했다. 그 발표 속에서 내게 인상 깊게 남았던 문장이 있었다. "저는 숭실의 사랑에 빚진 자입니다." 선생님 또한 누군가 베풀어주셨던 그 사랑 덕분에 자신의 모교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며 지금처럼 기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해주셨다.

개인적으로 많은 공감과 울림이 있었다. 나 또한, '숭실의 사랑에 빚진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4년간의 대학 생활을 돌아보면, 좋은 교수님을 만나 함께 인생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대학원에서 더 공부하고 싶었지만, 재정적인 문제로 고민할 때 장학금을 받아 석사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또 새로운 '사랑에 빚진 자'가 만들어졌단 깨달음을 얻었다.

정말 솔직하게, 컴퓨터 앞에서 행정업무만 하다 보면 가끔은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고민할 때가 있다. 내가 큰 사회 속에서 아무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작은 부품처럼 살아간다는 무력감이 들 때도 있다. 내가 받는 전화 한 통, 또 내가 작성하는 자료들이 작아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3:23)'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오늘 하루를 보내자는 다짐을 한다.

당신이 지금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든지, 언젠가 그 일을 통해 '사랑에 빚진 자'가 나타날 것이다. 심지어는 내가 건네는 작은 인사 한 번, 수화기 너머로 전하는 감사하다는 말, 내게 맡겨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을 통해서도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당신의 일터 속에서 '사랑에 빚진 자를 만드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길 소망한다.

김은택 청년 / 가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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