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담을 헐고 거룩한 몸으로
[ Y칼럼 ]
작성 : 2024년 07월 17일(수) 01:36 가+가-
최근 우리 교회는 여름 수련회를 다녀왔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60여 명의 교우들이 모였다. 이번 수련회 주제는 '막힌 담을 헐고 거룩한 몸으로(엡 2:14-15)'였다. 담임목사님은 수련회 주제를 설명하며, 우리 교우들 간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막힌 담'을 허무는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하셨다.

크리스찬들은 '각기 다른 지체들이 함께 모여 한 몸을 이룬다'고 고백하며 신앙생활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주의적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교회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를 갖게 된다.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어려움과 불편함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가까워질수록 내 부족함을 보여줘야 하며 타인의 부족함을 마주해야 한다. 이는 자연스레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게 되는 '경계'를 만든다. 이러한 경계 자체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공동체(롬 12:15)'를 세워나가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수련회 기도회 시간에 목사님께서 "이 기회가 아니라면, 대화하거나 기도제목을 나누기 어려울 것 같은 사람에게 찾아가보라"라고 말씀하셨다.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하지만 여러 이유로 거리를 유지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어색하지만 용기를 내어 50대 교우님께 찾아가 기도제목을 나누었다. 사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교회에서 깊게 대화를 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따뜻하게 웃으시며 내 기도제목에 공감해주시는 모습이 참 감사했다. 또한 이야기해주시는 기도제목들을 들으며 어떠한 삶의 고민을 가지고 계신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저녁에는 숙소에 삼삼오오 모여 밤늦게까지 대화했다. 같은 방을 쓰는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다른 방을 쓰는 청년들과 담임목사님까지 합류하여 밤늦게까지 더 좋은 가향교회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지 대화를 나눴다. 의견들은 다양했지만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이번 수련회를 통해 느낀 것은 '생각하지 말고 사랑하자'였다. 나는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이해해야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동안의 나를 돌아보면, 매주 교회에 나가 주일 예배를 드리고 다른 교우들과 교제하며 신앙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느라 정작 제대로 된 사랑을 실천하지는 못한 것 같다.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내리고 싶지만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함께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고, 경험을 나누는 것을 통해 사랑을 깨달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생각과 말만 있는 사랑은 공허하다. 생각은 그만 하고 이제 사랑을 실천하자.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라는 이유로 무엇이 사랑인지 고민하다가, 사랑하기도 전에 이별을 맞이할 수도 있다. 후회하기 전에 용기를 내 보자.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곧 여름 수련회를 떠날 것이다. 이번 수련회만큼은 항상 함께 시간을 보냈던 사람이 아니라, 이번 기회가 아니라면 함께 시간을 보내기 어려운 지체들에게 먼저 손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공동체에 세워진 막힌 담을 헐고 한 몸이 되어가는 귀한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

김은택 청년 / 가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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