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야겠다!
[ 논설위원칼럼 ]
작성 : 2024년 07월 15일(월) 07:28 가+가-
양의 옷을 입고 합법적으로 포교 활동을 펼치는 이단들의 광폭 행보를 저지할 만한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수수방관하기는 불안하고, 뻔한 이벤트성 대처는 실효성이 없으니 매번 재탕하기도 쑥스럽다. 하지만 이단사이비 문제로 힘들어하는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부담과 의무감을 떨쳐낼 수 없다.

신천지와 하나님의교회가 비성경적 이단인 것은 분명하나, 헌혈과 거리청소 등의 이타적인 모습으로 포장된 이들에 대처하려니, 이기적인 개교회주의로 인해 사회적 비난에 노출된 교회의 모습이 떠올라 왠지 꺼림칙하다. 또한, 돈과 성에 집착하는 탐욕스러운 이단 교주를 비판하려니, 정통이라는 우산 아래 서식하는 비윤리적인 일부 교회지도자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역시 개운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다종교 한국 사회에서, 이단 문제가 발생하면 법과 공권력의 도움을 받기 쉽지 않다. 공권력의 주된 역할은, 위법한 사항이 발견되어야 개입하는 '사후 처리' 기능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심각한 수준의 문제라도 터져야 공론화하는 '사후 보도' 역할이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사전 예방' 기능을 가진 교회의 무기력한 이단 대처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최근 박옥수 구원파, 즉 기쁜소식선교회 문제가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다. 그동안은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해 경계하면서도, 합법적인 틀 안에서 주로 활동하는 까닭에 효과적인 대처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첫 번째로, 부산 해운대에서 오는 7월 21~28일 동안 박옥수 구원파 IYF가 주최하는 월드캠프가 개최될 예정이다. 부산 벡스코와 누리마루 대관도 합법적이고, 수년간 지속적으로 같은 장소에서 행사를 치렀으니, 대관 자제나 거부 요청을 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경영 악화를 벗어나려는 벡스코 측으로서는 대관을 불허할 명분도 없다.

60여 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수천 명의 청년과 대학생들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월드캠프에서는 박옥수 구원파의 핵심 프로그램인 마인드 교육으로 포장된 구원파 교리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박옥수 구원파의 핵심 기관이자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그라시아스합창단의 공연이 월드캠프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홍보되고 있다. 얼마 전 기쁜소식인천교회에서 발생한 여고생 사망 사건에, 그라시아스합창단 핵심 관계자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검경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합창단 단장인 박옥수의 딸은, 합창단 내에서 지속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자행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현재 아동학대 살해죄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

죄 사함과 거듭남을 통해 의인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기쁜소식선교회의 핵심 관계자들의 범죄행각이 사회적 심판대에 선 상황에서, 만약 그라시아스합창단이 월드캠프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이는 구원파의 이율배반적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순간일 것이다.

두 번째로, 김천대학교 문제가 심각하다. 영남 지역의 대표적인 기독교 사학 중 하나인 김천대학교가 구원파에 넘어갔다. 하지만 모든 거래가 합법적으로 진행되어 완료되었고 법적인 하자도 없어 보인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지역 교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단 박옥수 구원파에 학교를 매매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앞으로 벌어질 일이 더욱 걱정이다.

김천대학교에 신학과가 설치된다고 하니, 구원파 교리 교육이 버젓이 공교육 현장에서 진행될 것이다. 게다가 박옥수의 최근 인터뷰에 따르면, 외국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에도 들어맞으니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충분한 집회 공간과 숙식을 할 수 있는 김천대학교의 시설은 기쁜소식선교회의 주요 집회 및 활동 거점으로 사용될 것이 자명하다.

이제는 정말, 뭐라도 해야겠다.

탁지일 교수 / 부산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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