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게 그리운 어른 강신명 목사의 리더십
[ 논설위원칼럼 ]
작성 : 2024년 06월 10일(월) 16:21 가+가-
1979년 11월 3일 박정희 대통령 국장일에 개신교 대표 강신명 목사는 미사여구 없이 성경을 읽어 내려갔다. "모든 인간은 풀과 같고 인간의 영광은 풀의 꽃과 같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지만 주의 말씀은 영원히 살아있다.…" 조사(弔辭)에 함께 참여한 종교 지도자들은 박 대통령의 영생과 극락왕생을 빌었으나, 강신명 목사는 인생의 허무와 심판, 믿는 자에게 따르는 부활과 생명에 관해 말씀을 읽고 유가족과 나라를 위한 목회 기도로 마쳤다. 당시 필자는 고등학교 2학년 어린 나이였으나 박 정권의 무서움을 어렴풋이 알았고 그의 조사를 들으며 등에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저분은 진짜 목사님 같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필자는 강신명 목사가 20년간 교장(1962.9~1982.8)으로 역임하며 발전시킨 서울장신대학교에서 교수 사역을 하면서 '소죽 강신명 목사의 생애와 사상'을 썼고, '에큐메니칼 운동사' 과목에서 강신명 목사의 리더십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첫째, 강신명은 "양을 먹이라"는 주님의 말씀을 최선의 사명으로 여겼다. 그는 "목사는 반드시 교인을 알아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그의 목회는 성경, 설교, 심방이 연결되었다. 그는 어려서 성경을 "1장씩 읽다가 목회하면서 3장씩 읽고, 지난 3년간은 7장씩 읽고, 여행 때는 10~20장을 읽었다(1964.6)"고 했다. 그는 2~3주 전에 설교원고를 완성했고, 설교 때는 청중의 반응을 보고 포인트 중심으로 설교했다(1979.8). 또한 새문안교회의 모든 교인의 이름을 기억했다.

둘째, 강신명은 총회야간신학교 교장(1962.9)이 된 후, 학교명을 서울장로회신학교로 바꾸고 목표를 ⑴ 성신의 감동을 따라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곳 ⑵ 교회가 한국에 존재하는 의미를 알게 하는 곳 ⑶ 교회는 예수의 몸 된 교회라는 에큐메니칼 신학교육을 하는 곳으로 정했다. 그리고 목회자 양성과 평신도 지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학교를 운영했다.

셋째, 강신명은 우리 교단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방향을 바르게 잡았다. 1959년 당시 경기노회 부회장으로 교단 분열을 목격한 그는 "우리는 그리스도의 증인이다. 그러므로 자기 스승이나 자기 학교나 그룹이나 심지어 교파의 증인이 아니다(1960.3)"라고 썼다. 그가 부총회장이던 1962년 희년 총회에서 우리 교단은 "독선적이고 편협한 신앙의 고집과 태도를 지양하고, 세계장로교회가 지향하는 노선, 삼위일체 신앙을 가진 형제들과 성도의 교제를 갖겠다"고 '교단합동원칙'을 결정했다. 1969년 장로교재합동이 어려워지자 한경직, 강신명 두 지도자는 우리 교단이 WCC에 재가입을 결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넷째, 강신명은 일평생 '밀알사상(요12:24)'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1942년 그가 부임한 선천북교회가 분규에 처해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밀알처럼 내가 죽어 교회를 살린다(아사생교회, 我死生敎會)'는 심정으로 목회하여 교회를 회복했다. 그는 밀알사상을 서울장로회신학교의 교육목표이며 건학이념으로 삼았다.

다섯째, 강신명은 국가와 교회의 관계를 바르게 이끈 지도자였다. 그는 1953년 프린스턴 신학교 유학시절 유명한 선교사이며 에큐메니칼 지도자였던 매카이(John Mackay) 학장의 지도 아래 '일제하 국가-교회 관계'에 대해 논문을 썼다. 5.16 군사정변의 직후 그는 "그리스도인은 정부의 보호를 받고 살아가는 만큼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고 하면서 "때로는 적극 참여하여 나라가 바로 되고 잘 되게 하는 것이 실은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의 것으로 바치는 일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그는 1969년 삼선개헌을 반대했으며, 1975년 민주회복은 민주헌정(民主憲政)으로 돌아와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실 참여를 거부하고 영혼 구원에만 집착하는 폐쇄적 신앙을 우려했다.

여섯째, 강신명은 회개와 반성을 숨기지 않는 지도자였다. 해방 이후 강신명은 신사참배 죄를 회개하며 1년간 설교단에 서지 않았다. 1980년 전두환의 국보위에 위원으로 참석한 것에 대해 "자신이 속았다"고 반성했으나 변명하지 않았다.

하나님은 그의 교회를 위해 하나님이 길러내신 꼭 필요한 지도자를 공급해 주신다. 요즈음 교단과 신학교의 미래를 생각할 때 강신명 목사님 같은 지도자가 무척 그립다.

정병준 교수 / 서울장신대학교 신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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