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활용한 설교
[ 똑똑! 인공지능시대 목회 ]
작성 : 2024년 06월 06일(목) 09:27 가+가-
코딩이나 DNA 분석 같은 전문적인 분야부터 소설이나 시, 그림, 음악과 같은 문학 예술 분야까지 이미 다양하게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설교 작성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먼저 본문 선정 단계부터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제설교나 절기설교를 작성할 때, 혹은 심방이나 특정한 상황에 맞는 성경 본문이 떠오르지 않을 때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chatGPT 프롬프트에 "사랑에 관한 성경 본문을 찾아줘"라고 질문하면 사랑과 관련된 성경 구절들을 순식간에 제시해 준다. 반대로 이미 선정한 성경 본문에 맞는 설교문을 작성할 때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린도전서 13장 1절에서 3절까지 본문으로 설교문을 작성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데, 제시된 설교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정을 계속 요구할 수 있다. 설교의 기본 틀이나 본문 구조를 파악할 때, 혹은 성경해석의 새로운 관점을 얻어낼 때도 아주 유용하다. 관주 검색이나 본문 주해 과정에서도 다양하게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원문의 단어연구(word study)에 렉시콘(lexicon)이나 콘코던스(concordance) 대용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다. 예화수집이나 설교 제목을 정할 때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면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물론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첫째, 출처의 오류나 자료의 부정확성을 조심해야 한다. 언어모델 기반 트랜스포머 구조의 생성형 AI는 구조적으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을 발생시키거나 딥러닝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학습해서 허위 정보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저작권과 표절 문제도 조심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제공한 설교문은 기본적으로 과거 누군가의 설교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된 것이다. 따라서 표절의 위험성이 늘 따라다닌다. 셋째, 사회 문화적 편향성이나 윤리적 한계도 있다. 인공지능이 활용하는 빅데이터는 인간이 작성한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된 것이기 때문에 학습된 데이터에 만약 사회 문화적, 혹은 인종적 편견이 들어 있다면 인공지능이 제시한 설교문에도 그대로 반영될 우려가 있다. 넷째, 신학적 편향성도 조심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학습한 데이터에는 자유주의 신학자나 종교다원주의자, 혹은 이단들이 대규모로 생성한 정보가 담길 우려가 있다. 다섯째, 해석학적 오류의 가능성도 조심해야 한다. 설교는 성경 본문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여 해석한 뒤(exegesis: 석의) 상황에 맞는 하나님의 말씀을 도출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나 생각을 미리 정한 뒤 인공지능을 활용해 내 생각에 맞는 설교문을 수정해서 작성해 나가다 보면 자칫 자기해석(eisegesis)의 오류나 증빙본문(proof text)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단점들을 어떻게 보완하며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좋을까? 필자는 설교작성에 있어서 인공지능 활용 가이드라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설교 전문을 인공지능에게 맡기지 않아야 한다. 즉, 인공지능의 역할을 성경 본문 전체의 해석가가 아니라 비서나 수습생(intern), 혹은 자료 수집 도구로만 한정하는 것이다. 둘째, 인공지능을 통해 얻은 정보는 설교하기 전에 반드시 출처나 진위여부, 신학적 오류나 윤리적 편향성을 확인하는 검수과정을 거쳐야 한다. 셋째, 과몰입, 과의존, 오남용을 조심해야 한다. 설교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살아있는 말씀이다. 인공지능에 지나치게 과몰입하면 기도로 말씀을 받는 것이 아니라 검색을 통해 말씀을 받고, 하나님의 음성보다 빅데이터 정보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넷째, 결론이나 적용 단계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앨리슨 거버 목사는 과거 데이터만 모아 놓은 인공지능은 미래에 대한 데이터가 없으므로 변화와 미래에 대한 설교를 못한다고 단정 짓는다. 물론 지나친 일반화라고 볼 수 있겠으나 결국 예언자는 설교자의 몫이어야 한다.

2023년 9월 17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바이올렛 크라운 시티교회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배를 시도한 적이 있다. 시도는 좋았지만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했다고 한다. 제이 쿠퍼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해냈습니다. 그러나 다시는 하지 맙시다." 사실 이 말은 "칼을 써 봤는데 너무 무서우니 다시는 칼을 쓰지 맙시다"와 똑같은 말이다. 인공지능은 양날의 검이다. 잘 쓰면 영혼을 살리는 메스가 될 수 있고, 잘못 쓰면 교회를 망치는 칼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결국 인공지능이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쓰는 사람이 문제다. 설교자에게 부여된 제사장직과 예언자직을 인공지능에게 미루지 말고 맡겨진 고유의 직분을 성실히 감당한다면 인공지능은 얼마든지 효과적인 하나님 나라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윤태 목사 / 대전신성교회·대전신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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