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 새로운 예배 공동체
[ 주간논단 ]
작성 : 2024년 05월 21일(화) 08:00 가+가-
종교개혁의 정신은 현재진행형이다. 개혁전통에 뿌리를 둔 장로교나 다른 개혁교회의 모토처럼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 수동태로 쓰인 이 표어는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도록 부름 받았는지 상기시켜 준다. 개혁은 제도나 기구 등을 새롭게 만들거나 다시 제작하는 상황에 사용되는 단어다. 종교개혁이 500년도 더 지난 역사가 돼버렸지만, 당시 종교개혁가들은 '혁신가'들이었다. 혁신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행동이다. 영어에서 혁신(Innovation)이란, 안을 뜻하는 'In'과 새롭게 하다는 뜻의 'Nova'가 결합해 안에서부터 새롭게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개혁과 혁신에서 모두 '가죽 혁(革)'이 사용되는 걸 보면서 예수께서 말하신 새 가죽 부대의 비유(눅 5:37-38)를 떠올리게 된다.

필자가 속한 미국장로교(PCUSA)에는 '1001 새로운 예배 공동체 (1001 New Worshipping Communities, 이하 NWC)라는 운동이 있다. 매일 달라지는 사회문화, 기후환경, 선교지형에 부합하는 새 가죽부대를 준비하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2012년 제 220차 피츠버그 총회에서 결정된 이 운동은 향후 10년간 전 교단적으로 1001개의 새로운 예배 공동체를 창조하자는 헌신이었다. 이런 비전으로 점화된 지역교회 풀뿌리 차원의 예배 공동체 운동은 수 백개의 다양한 예배 공동체를 더해가며 10년이 지난 오늘까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변화하는 문화에 맞춰 새롭고 다양한 존재를 지향하는 NWC는 예수님의 제자를 양성하고, 교단을 변화시키며, 세상에 영향을 끼친다. 새 생명이 건강하게 배양되고 태어나 자라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예배 공동체가 탄생하고 성장하며 지속가능한 유기체로 자리잡기까지 수많은 인적, 영적, 재정적 지원과 협력이 있다. 2022년 자료에 따르면, 당시 750여 개의 다양한 색채를 가진 새로운 예배 공동체가 대부분 노회마다 생겼고, 약 75%의 공동체가 생존했으며, 그간 교단을 통해 1300만 달러에 달하는 재정지원이 있었다.

이런 새로운 예배 공동체들이 갖는 내용과 의미는 무엇인가? NWC는 교회 본질을 품고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선교적 교회'로서 외부로 향하는 특징이 있다. 거의 반에 달하는 리더들이 자신을 '비전통적'이라고 묘사하듯, 기존의 교회의 틀에서 벗어나 훨씬 다양하고 신선한 창의력, 상상력을 갖는다. 수많은 스토리가 들리고 공유된다. 물론 살아남기와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위험부담이나 두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자율성을 갖고 성령님의 인도와 이끄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새로운 예배, 언어, 공간, 예술, 음악, 운동, 공동식사, 리치아웃 등을 통해 작지만 건강한 공동체를 의미 있게 구축해간다. 호기심과 질문이 용납되고,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리더십,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어간다.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리더들이 꼽은 세 가지 상위순위는 관계 형성, 예배, 남을 향한 봉사다. 요약하면 서로 사랑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새로운 예배 공동체는 젊은 교회다. 68%의 NWC 참여자가 45세 이하이며, 가장 많은 연령층은 26-45세이다. 전통적 미국장로교 개교회 대부분 구성원이 65세 이상인 것과 대조된다. 교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백인만이 아닌 유색인종의 구성이나 리더 분포가 두드러지고, 인종적으로도 다양하다. 기존 교회에 비해 자신들의 언어와 예배, 몸짓, 음악, 음식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나누는 이민자 공동체가 다수를 차지한다.

새로운 예배 공동체가 목표로 삼은 1001개의 NWC가 모두 세워진 후 이 운동은 마무리될지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언어와 상상력을 품고 시대정신을 담는 교회의 개혁, 혁신의 심장 박동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1001 NWC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교회는 매 순간 성령의 활동에 민감하게 응답하며 새로운 술을 새로운 가죽부대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글을 쓰면서 '한국교회 트렌드 2024(지용근 외 11인/규장)' 중 키워드로 꼽힌 '다시 선교적 교회'를 생각한다. 모든 교회는 본질상 선교적이다. 그럼에도 선교적 교회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일수록 축적된 전통과 제도로부터 벗어나 개혁, 혁신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선교적 교회의 이론적 초석을 놓았던 데럴 구더는 개인주의 영향으로 본질로부터 멀어진 교회가 지속적으로 회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도들이 선교사의 정체성을 가지고 일상에서 선교적 삶을 살도록 지지하고 돕는 교회, 예배 공동체가 필요하다. 선교는 전도나 교회 성장, 부흥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동행하며 그저 사는 것'이다. 선교하시는 하나님은 '보내시는 하나님(missio dei)'이시다. 우리는 선교적 정체성을 가지고 보냄 받은 자리에서 하나님의 선교의 대리자로서 자유롭고 다채롭고 창의적인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의 목적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살아가자.



김지은 목사/미국장로교회 세계선교부 동아시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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