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고 사랑할 때
[ 미션이상무! ]
작성 : 2024년 05월 15일(수) 13:45 가+가-

충성군인교회 장병들과 성도들이 사랑의장기기증 서약식을 갖고 사랑 실천을 다짐했다.

필자는 영화배우 송강호를 좋아한다. 그의 연기는 우아하면서도 기품이 있고 서민적이면서도 교만하지 않다. 몇 년전 아내와 함께 송강호가 출연한 '밀양'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그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전도연은 남편이 병으로 죽고나서 밀양에 내려가서 어린 아들을 키운다. 그런데 8살 아들이 유괴되어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범인은 태권도 학원 관장이었다. 전도연은 교회 목사님의 권유로 그를 용서하기 위해 찾아간 감옥 면회실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유괴범은 이렇게 말한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준이 어머니한테 우리 하나님 아버지 이야기를 듣게 되어 참말로 감사합니다. 내 기도가 통한 것 같습니다. 저도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도소에 들어온 뒤로 하나님을 가슴에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하나님이 저한테 이 죄 많은 놈한테 손 내밀어 주시고 그 앞에 엎드리고 지은 죄를 회개하도록 하고 제 죄를 용서해주셨습니다. 제 죄를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잠도 잘 자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유괴범은 이미 감옥에서 하나님을 믿고 죄를 다 고백하고 용서를 받았다고 말한다. 이 말에 엄마는 더욱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지고 만다. 필자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죽은 아이의 엄마는 용서하지 않았는데 그 유괴범은 용서받을 수 있단 말인가? 회개란 단순한 입술의 고백인가? 아니면 삶으로 회개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2010년 파주의 한 부대에서 근무하던 중 장병들에게 인성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중에는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많은 용사들이 편지를 썼다. 그런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편지가 있다. 그것은 한 상병의 편지이다. 스스로에게 쓴 편지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 군생활 1년 반 동안 선임의 수많은 폭언과 핍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살아온 너를 나는 사랑한다. 나는 너를 가장 존경한다." 나는 아직도 그 용사의 편지를 잊을 수 없다. 사람에게는 용서의 그릇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하려고 노력해도 용서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나 스스로를 용서해주는 것은 어떨까? 자신을 괴롭힌 선임들을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을 내가 스스로 용서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영화 밀양에서처럼 유괴범을 용서하지 못할 때, 용서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용서해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연약한 피조세계의 한 부분일 뿐이다. 어떻게 사랑하는 자녀를 죽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용서하지 못하는 것도 정상 반응이다. 그때는 용서하지 못하는 자기 마음을 내가 용서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어릴 적 성룡이 나오는 무협영화를 참 좋아했다. 그런데 그 영화들의 주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성룡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스승을 찾아간다. 칼을 갈며 20년 동안 무공수련을 한다. 정말로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훈련을 받고 결국 하산한다. 청출어람의 고수가 되어 아버지의 복수를 성공한다. 그리고 자신도 원수와 함께 그 자리에서 죽는다. 이것이 내가 본 영화의 줄거리이다.

그런데 20년 동안 오직 복수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인생이 행복할까? 20년 동안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살아온 사람이 행복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주인공이 그 20년 동안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 것을 위한 삶을 살았더라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부대 장병들이 서로를 위한 복수를 내려놓고 주님이 주신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기를 기도해본다.

유경수 목사 / 충성군인교회·육군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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