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움과 경외
[ 논설위원칼럼 ]
작성 : 2024년 06월 24일(월) 10:15 가+가-
인류는 기후 지옥의 문을 열었다. 유엔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는 2022년 기후정상회의에서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 행성 지구는 기후 재앙으로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균형을 깨뜨리는 극적인 변화의 시작점)를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고 경고하며, "우리는 기후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가속 폐달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기후정상회의에서 그는 한 톤 더 높여 "인류가 지옥의 문을 열었다"며 우리가 "위험하고 불안정한 세상"을 향하고 있다고 준엄하게 경고했다.

'센세니나(Senzenina).'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라는 뜻을 지닌 아프리카의 노래 제목이다. 기후 지옥의 문 앞에서 "센세니나"를 되뇌인다. 무질서한 애착과 탐욕을 쫓다가 눈이 먼 우리들이 하나님의 창조세계와 생명을 파괴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인간의 탐욕을 극대화 시키는 경제, 정치, 종교, 대학 시스템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인간이 누릴 경제적 번영이 곧 진보라는 신화에 사로잡혀 하나님의 경이로운 세계를 무참하게 파괴하면서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리는 여전히 예수님이 길이며, 진리며, 생명이라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이다. 생태적 제자들은 신음하는 피조물과 다음세대, 그리고 기후난민들의 절규 속에서 그리스도의 신음소리를 듣는다. 예수님은 "공중의 새를 보라",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말씀하셨다. 사도 바울은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롬 1:20)"라고 증언한다.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에 눈을 뜬 이들은 피조물 안에서 하나님의 한없는 경이로움을 체험한다. 아브라함 헤셀은 "한없는 경이로움 속에 하나님의 현존을 알아보게 된다"고 말한다. 경이로움은 생명을 대하는 영적 태도의 주된 특성이자 우리가 하나님을 체험할 때 나오는 가장 적절한 응답이다. 구상 시인은 노년에 "두 이레 강아지만큼 은총에 눈을 뜬다" 하면서 눈 뜨니 세상은 은총으로 가득하고, 모든 것이 새롭고 소중하고 아름답다고 창조의 경이로움을 노래한다. 우리도 두 이레 지난 강아지만큼이라도 눈을 뜨고 그 경이로운 세상을 볼 수 있을까?

경이로움은 존재의 신비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창조와 구원의 하나님을 인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태도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다. 이러한 경외심은 삶의 태도를 바꾸고, 행동을 전환한다. 슈바이처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순히 기도만을 하지 않는다. 그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전투에 자신을 투신한다"라고 말한다. 지금은 긴급하게 개인, 교회공동체, 그리고 전지구적 차원에서 생태적 헌신에 투신할 때이다.

총회가 2032년까지 '생명문명 생명목회 순례 10년' 중장기 정책을 기획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생태영성을 갖춘 교회를 요청한 것은 생태적 투신의 디딤돌이 된다. 노회가 생태환경위원회, 생태정의위원회, 기후전문위원회 등을 신설하여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생태적 희망의 발걸음이 된다. 교회는 '기후위기대응지침 신학문서'에 따라 탄소중립실현을 위한 녹색교회로 전환하는 생태적 투신을 해야 한다.

두 이레 지난 강아지 눈뜬 만큼이라도 눈을 뜨고 당신의 경이로움을 바라보게 하소서. 그 한없는 경이로움 속에서 당신을 경외하게 하소서.

최광선 목사 / 덕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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