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대한 교단적 대응 방안
[ 똑똑!인공지능시대목회 ]
작성 : 2024년 09월 25일(수) 15:45 가+가-

김윤태 목사

시장은 예측이 아니라 대응이라는 말이 있다. 주식시장이 워낙 변화무쌍해서 예측하기 어렵고, 잘못 예측하면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미국의 투자자 하워드 막스(Howard Marks)는 시장을 전망하는 사람은 모르는 자와 모르는 걸 모르는 자, 두 부류라고 한다. 인공지능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정말 인공지능이 강인공지능(AGI)을 넘어서 초인공지능(ASI)으로 갈지, 기술적 특이점(TS)이 언제 올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예측보다 중요한 것은 대응이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지금 당장 인공지능으로 인해 생기는 기회와 혼란에 대해 교회는 어떤 식으로든 대응해야 한다.

교파를 초월해서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이미 학계나 재계에서는 인공지능에 관한 여러 가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카카오는 2018년 1월 국내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알고리즘 윤리 헌장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2018년 국내기업 최초로 인공지능 국제 컨소시엄인 PAI에 가입하면서 인공지능에 관한 안정성, 공정성, 투명성, 책임성과 사회적 영향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출시하자마자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발언, 개인정보 유출로 내홍을 겪었던 챗봇 '이루다'를 개발한 스캐터랩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협업해서 'AI 윤리점검표'를 발표한 바 있다. 국내학계도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한국인터넷윤리학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에서 각각 윤리적 대응방안을 발표하였으며, 정부도 2019년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하면서 인공지능 역기능 방지 및 인공지능 윤리체계를 마련했다. 특히 2021년 2월 출범한 'AI 윤리정책 포럼'은 산업계를 비롯해 윤리, 교육, 법제도, 공공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AI 윤리기준 자율점검표와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 안내서를 공유 발표하였는데, 정작 종교계가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교계도 인공지능활용에 관한 여러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2017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생명윤리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이 모임에서는 인공지능을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도구로 보면서 다소 부정적인 입장에서 윤리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로마 가톨릭은 2020년 2월 'AI 윤리를 위한 로마 선언(Rome Call for AI Ethics)'을 발표하였는데, 이 문건은 윤리, 교육, 권리, 세 개 분야에 대해 기독교적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한국 개신교도 ChatGPT 열풍과 함께 총회한국교회연구원, 총회디지털선교포럼, 남산포럼, 미래목회와 말씀연구원, 제8차 NCOWE 등에서 다양한 세미나와 포럼을 개최하면서 인공지능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마침 예장통합 총회도 교단 최초로 '인공지능 시대 목회자 윤리 선언' 연구안을 확정하고 제109회 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바라기는 후속조치로 더 깊은 신학적 논의와 함께 인공지능의 오용과 오류의 가능성에 대해 상시 감시하는 대응체계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과학자와 신학자, 목회자와 평신도로 이루어진 상설 전문위를 구성해서 인공지능에 대한 목회 윤리적 가이드라인, 신학적 성찰, 성서적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것을 제안해 본다. 이를 위해 신학교 교과과정도 개편했으면 한다. 21세기 메타버스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과과목들을 개설하여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모방과 창조 능력의 산물 중 하나다. 잘 사용하면 축복이지만 잘못 사용되면 하나님을 대적하는 21세기 바벨탑이 될 수 있다. 교회의 역할은 예측이 아니라 대응이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어떤 역기능이 발생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변화된 사회에서 교회가 해야 할 일은 기술적 발전에 따라 적절한 성경적인 기준을 그때그때 제시해 주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오남용보다 더 나쁜 것은 성경적 기준을 제시해 주지 않는 것이다. 성경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성도들은 세상의 기준을 따라 판단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윤태 목사 / 대전신성교회·대전신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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