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잘파세대 문화와 세계관의 도전
[ 똑똑!인공지능시대목회 ]
작성 : 2024년 09월 11일(수) 08:42 가+가-

김윤태 목사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밀레니얼 M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알파세대는 Z세대에 이어 2010~2024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뜻한다. MZ세대가 청소년기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디지털 퍼스트(Digital-First) 세대라면 알파세대는 태어나면서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 온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 디지털 온리(Digital-Only) 세대다. Z세대와 알파세대를 묶어서 잘파(Z+alpha)세대라고도 부르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그 어느 세대보다 스마트 기기와 디지털에 익숙한 집단이라는 점이다.

잘파세대는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세계관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 문화는 삶의 총체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화의 표층부에는 행동양식이, 그 안에는 행위에 영향을 주는 가치체계가, 심층부에는 신념과 인식의 틀인 세계관이 있다. 세계관은 일종의 안경처럼 우주를 특징적으로 바라보는 방식이다. 잘파세대는 문화도 다르지만 바라보는 세계관도 이전 세대와 매우 다르다. 이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에 익숙하며 디지털 의존도가 높다. 아날로그 방식을 경험한 적도 없어서 LP 음반이 내는 소음의 아름다움이나 손 편지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태어나면서부터 터치스크린을 통해 배우고 소통하다 보니 정지된 화면 속 이미지를 스스로 생각해서 해석하기보다는 터치하거나 스와이프를 해서 알려고 한다. 그런 그들에게 과연 인쇄된 활자를 읽고 묵상하는 성경통독이나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는 성경 필사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어려서부터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다 보니 오프라인 대면활동이나 공동체 생활에 매우 서투르다. 심지어 전화를 주고받는 것보다 오로지 문자나 카톡으로만 소통하는 콜포비아(Call Phobia 전화공포) 증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나 교회, 직장, 심지어 가정에서도 대면 관계나 음성 대화에 어려움이 많다. 또한 이들은 글보다 이미지와 영상을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사용하며, 길고 복잡한 대화보다 짧고 직관적이고 단순한 숏폼 화법에 익숙하다. 10분 이내의 숏폼 영상을 1.5배속으로 듣다 보니 30분짜리 느리고 긴 설교를 참지 못한다. 이들에게 있어서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은 인생 최초의 친구이자 반려동물의 기능적 대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영국에서 18개월 된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서 배운 첫 단어가 엄마, 아빠가 아닌 '알렉사'라는 아마존 인공지능 이름이었다고 한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지니'에서 '누구'로 바꾸었더니 6살짜리 아들이 하루 종일 슬퍼했다는 우리나라 사례도 있다. 그들은 메타버스 가상공간을 실제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인공지능을 도구가 아니라 인격적인 존재로 받아들인다. 문제가 생기면 부모나 목사, 혹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물어보는 것보다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익숙한 세대다. 매일 매일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성하는데 관심이 많다 보니 미래보다 현재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이런 그들에게 예수님의 재림이나 천국의 소망이 과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알파세대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맥크린들의 주장에 따르면 알파 세대는 전 세계에서 매주 250만 명이 태어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총 22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들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과연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할 것인가? 회심은 문화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이 바뀌는 것이다.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지 않았는데 성경통독, 성경필사, 새벽기도, 2시간짜리 부흥회 참석을 강요한다고 해서 회심이 일어날 수는 없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사피엔스' 서문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코딩보다 인간의 마음이라고 하였다. 인공지능 시대 알파세대의 독특함에 당황하지 말고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그들의 마음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나 교회학교가 보다 선교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목회자나 교사가 선교사가 되어 과거 선교사들이 성경을 현지어로 번역한 것처럼 오늘날 복음을 그들의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잘파세대를 마치 선교지 원주민으로 간주하면서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선교사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다. 예수님도 인간 구원을 위해 30년을 배우고 3년 사역하셨다. 너무도 다른 세대지만 사역자 모두 선교사가 되어 그들의 문화와 언어, 세계관을 배우고, 그들의 언어로 복음을 번역해서 전해준다면 디지털 세상보다 더 큰 하나님 나라를 그들도 보게 되지 않을까?



김윤태 목사 / 대전신성교회·대전신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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