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난민법 시행 이후로 한국의 난민인정 신청 건수는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 2023년에는 1만 8838건으로 전년 대비 약 63%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한 영향인지 동두천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수도 점차 증가 추세이다. 정부의 공식집계와는 다르게 아프리카 커뮤니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약 1500명에서 2000명 정도의 난민들이 동두천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이주민의 증가 추세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디아스포라 이주민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제 이주민 수는 1970년 8200만 명, 2000년 1억 7500만 명, 2015년 2억 4400만 명, 2019년 2억 7200만 명, 2020년 2억 8200만 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세계 이주민 비율은 3.5%이며 2050년 전 세계적으로 4억 500만 명의 이주민이 예상된다. 한 나라의 인구 5% 이상을 이주민이 차지하면 그 나라를 다인종국가로 명명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국인 이주민 비율은 대략 4.9% 정도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인종국가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현재의 추세에 발맞추어 한국교회의 이주민선교 전략도 변화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다. 먼저 선교전략에 대한 전면적 수정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인 이주민의 증가와 IT기술의 발달은 선교를 위해 그 나라에 가야 하는 필요성을 급격하게 절감시켰다. 다른 나라에서나 국내에서도 선교가 가능해졌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선교방식이었던 속지주의(지리적 관점)에서 탈피해 속인주의(지역이 아닌 사람에게 파송하는 관점)로 선교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이주민에 대한 선교 활동도 그들의 정주 형태에 맞게 다양화하고 세분화 되어야만 한다. 만일 지금 선교해야 할 대상이 정주 이주민이라면(한국사회에 정착해 살아가는 이주민) 복음사역뿐만 아니라 정착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한글교육이나 의료지원 복지, 직업훈련, 자녀교육 등이 실제적 사례이다. 반대로 선교 대상이 한국사회에 잠시 머물다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주민이라면 이들을 복음화하고 제자화하고 선교동역자화를 통한 역파송 선교사로의 훈련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의 교회의 모습은 제도적 교회이다. 직제와 목회 중심적이고 가시적 교회 중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교회가 중심이 되어 사람들을 교회로 전도하고, 이들을 가르쳐 제도 안에 책임성 있는 멤버로 양육하는 일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더 이상 제도적 교회관으로는 지속적인 선교전략을 수행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성교회 안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여 양육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복음을 듣지 못했거나 복음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나아가 복음을 전하고 이들로 인하여 교회가 만들어지는 선교적 교회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교회라는 장소가 성전이라는 인식의 변화 또한 필요하다. 교회성전을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선교가 아니라 이주민의 필요에 반응하는 선교를 위해 전문 이주민 사역자는 필수적이다. 이주민 사역자들은 이주민 선교의 일선에서 직접 이주민들을 환대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며, 그들과 함께하며 복음을 전파한다. 지역교회가 이주민 선교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문화 수용성 교육이 필요하다. 이주민 사역자들이 이 교육뿐 아니라 일상에서 이주민의 필요나 교회의 욕구를 채워주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지역교회 목회자는 이주민이 겪는 문제를 돕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면 임금체불, 산재사고 등을 목회자를 대신해 이주민사역자가 처리할 수 있다.
동두천에서 아프리카 난민들과 함께하는 자유로운교회는 그들의 삶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미등록이주민 비율이 높은 그들을 위해 의료지원 사업을 실시한다. 월 1회 무료진료를 통해 혈압 당뇨 소변 검사를 하고 혈압, 고지혈, 당뇨약을 조제해 준다. 교회 3층에는 치과 시설을 갖추었다. 자유로운치과를 통해 충치치료, 잇몸치료, 발치, 신경치료를 무료로 시행하고 있으며 틀니·임플란트는 재료비만 받고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치아 불소치료와 교육을 실시한다.
아동들에게 보육기능 일부와 식사 및 간식을 제공한다. 타 기관과 연계해 월세 및 생활비지원비를 월별로 지급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법률 및 상담지원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임금체불문제, 산업재해, 법무 출입국에 필요한 전문적 상담 및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높은 다문화 가정의 이혼률 해결을 위한 부부상담을 통해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이들이 이 땅에 잘 정착하고 살아가는 일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교육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한글교육, 한국문화교육, 부모코칭, 외국인 법률 교육 등이 그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환대하셨다.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교회로서 살아가기 위해 아프리카 난민을 돕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수님은 언제나 우리를 따스하게 안아주시고 맞아주셨다. 환대를 통해 우리의 회복을 꾀하셨다. 예수를 고백하는 우리는 그렇게 치유를 입은 성도들이다. 이 땅에 고달픈 난민으로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들이 교회를 통해 환대받고 상처를 조금은 치료받길 소원해 본다.
박혜원 목사 / 경기북부이주민센터장·자유로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