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하나님!
[ 라떼는 말이야! ]
작성 : 2024년 06월 19일(수) 09:36 가+가-
④ 예)육군 대장 이철휘 장로

어려운 상황과 여건 속에서도 하나님만 의지한 결과 '재구상'을 수상한 이철휘 장로.

대부분의 사람들의 간증을 보면 성공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물론, 그렇게 살아왔으니 간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성공적인 삶보다는, 실패한 사례들도 만만치 않다.

1970년대 말, 필자가 전방사단에서 중대장을 역임하던 시절이다. 그해 추석을 전후하여 대간첩 작전에서 실패한 육군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와신상담하면서 야간 근접전투 방법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려 노력했다.
그 방법 중에 하나는 적의 입장에서 발사 지역을 예측하기 어려운 크레모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었는데 우리 중대가 사단의 전 중대장들을 모아놓고 시범교육을 실시했다. 시범 간에는 물론이고 예행연습을 하는 동안 사용한 크레모아가 몇십 발이 됐다. 그런데 크레모아 발사 시 나타나는 위력은 위협적이다. 그래서 월남전 경험이 있는 부사관의 조언을 들어 폭약의 반을 잘라내고 사용했다.

시범은 안전하게 그리고 사단장의 칭찬 속에 끝났다. 그런데 문제는 새해 들어 시작하는 한미연합 공중기동훈련 준비기간에 터지고 말았다. 한겨울 꽁꽁 얼어있는 산꼭대기에 미군들이 요구하는 헬기장 번호를 새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가 반씩 잘라 숨겨놓았던 '크레모아 폭약(크레모아 떡이라 부르기도 했음)' 이다. 이것을 번호를 새길 곳에 놓아두고 불을 붙이면 최소한 땅거죽은 녹을 것이고 이때 재빨리 횟가루를 뿌리고 다시 얼어 버리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헬기장으로 이것을 가져오던 병사들은 버터로 착각하고 밥에 비벼 먹는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육군사에 기록될 만한 사고가 터졌다. 이 사고 이후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나님께 자신의 게으름과 꼼꼼하지 못함을 고백한 후 새 길을 열어주십사 하고 기도하면서 모든 과정을 숨김 없이 말하고 지휘관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하나님은 그 해 연말에 연대 선봉 중대가 되게 하셨다.

대대장 때는 매복조가 민간인들과 충돌하면서 큰 물의를 빚게 됐다. 필자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했다. 조사를 나온 사단감찰참모에게 모든 책임은 제가 감당하고, 옷을 벗겠다고 진심으로 말했다. 그리고 "하나님 부끄럽습니다.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감찰참모의 보고를 받으신 사단장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이지만 대대장이 책임지고 고쳐 나가겠다고 하니 기회를 주라"고 했다. 실수에 대한 용서를 받은 것이다.

굳이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책임 있는 자가 책임을 지려는 일은 군인답고 멋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이 두 사건이 필자의 군생활 가운데 부끄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지휘관을 할 때마다 간부교육을 통해 널리 알렸다. 그 이유는 은연중에 나 자신이 완벽한 지휘관이라고 믿게 하는 위선이 싫었고, 누구나 조금만 방심하면 이런 위기가 온다는 것을 경고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말하지 않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말씀하신 초등학교 은사의 말씀이 떠올라서이다.

필자는 한 학년 한 반뿐인 초등학교에 다녔다. 어쩌다 입학하면서 반장이 되다 보니 6년 내내 반장을 하게 되었다. 4학년 때로 기억한다. 선생님이 질문하신 문제의 답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져 교실이 시끄러웠다. 그러자 선생님은 답이 1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셨다. 필자는 손을 들었고 많은 학생들이 반장인 나를 따라 손을 들었다. 정답은 2번이었다. 지금도 그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1번이라고 한 사람 다시 손들어 보라고 하셨는데 필자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손을 들지 않았다. 나를 유심히 보고 계셨던 선생님은 앞으로 불러내어 발바닥을 때리시면서 거짓말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게 하는 이 사건은 나의 군 생활은 물론 내 인생의 교훈이 되었다. 필자는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라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거짓 언행은 군인으로서는 물론이고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극히 피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군 생활 동안 만났든 상관이나 동료, 부하들을 충성, 신뢰, 사랑으로 대하려 노력했다.

그런 노력의 선물로 상하좌우의 인간관계를 정립하는 '십자가 리더십'을 선물해 주셨는지 모르겠다. 필자는 군 생활 동안 내가 원하는 보직에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곳에서 재구상을 받는 기회로, 진급이 되는 기회로 역전의 기회를 만들어 주셨다. 회개 하기만 하면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는 하나님 앞에 우리는 모든 것을 담대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역전의 하나님은 우리의 인생을 이끄신다.'

이철휘 장로 / 예)육군 대장·사)긍정의힘 교육문화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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