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추 됐슈
[ 목양칼럼 ]
작성 : 2024년 06월 20일(목) 21:51 가+가-
우리 교회에는 농사를 지으시는 권사님 가정들이 있다. 그분들 덕분에 싱싱한 채소를 공급받고, 햅쌀을 먹게 되고, 각종 열매도 맛보게 되어 감사하다. 농산물을 나누는 정겨움이 도시에서도 가능한 것이 참 정겹다.

우리 교회는 일년에 한번 대심방을 한다. 최근 교회 대심방 기간인데, 박 권사님 가정에서 심방대원들과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권사님은 남편과 두분이 사시는데, 전에 대심방 때에는 남편이 계셨지만 올해는 안계셨다. 대심방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대접하시겠다고 하셔서 교회차를 타고 식당에 가기 위해 마을을 벗어나는데 마침 남편이 걸어 오셨다. 반가운 마음에 차를 세우고 인사를 나눈 후 함께 식사하기를 권하니 흔쾌히 동참하셨다.

마침 날씨가 더운 관계로 필자와 권사님의 남편은 시원한 콩국수를 먹었다. 식사 후 이런 저런 애기를 나누던 중 필자의 아내가 질문을 던졌다. "맨날 교회 오신다고만 하시고 진짜 언제부터 오실거예요?"

남편은 몇 번 교회에 나오시기를 했지만 워낙 성실하고 부지런한 분이라 농사일로 짬을 못내는 상황이었다. 멋쩍은 웃음만 짓더니 갑자기 입을 여신다. "하나님이 '출첵'하면 가야죠."

그가 밝힌 사연은 이랬다. "저는 죄가 많은 사람입니다. 하나님이 저를 언젠가 부르실 때가 있을텐데 그때 나오겠습니다." 어릴 때 학교 선생님이 출석 부르는 것처럼 하나님이 자신을 부를 때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아내는 바로 다른 질문을 했다. "연세가 점점 많아지는데 하나님이 언제 부르실 것 같아요?"

이어진 그의 답이 주변 심방대원들을 모두 웃음 짓게 만들었다. "알았슈. 얼추 됐슈~" 즉 이제 하나님이 부를 때가 다 되었다는 말이었다. 정겹고 흐뭇한 심방이 되었다

심방을 끝나고 목양실에 앉았는데 계속 그 소리가 떠올랐다. "얼추 됐슈~" 그러면서 떠오르는 것이 "아, 나도 주님 앞에 설 날이 얼추 됐구나" 싶었다.

이 표현은 고난이 길어져서 너무 힘들어 하는 성도들에게도 위로하고 싶은 말이다. "이 고난이 얼마나 갈까요?", "이 아픔이 얼마나 갈까요?", "우리 가정과 자녀는 회복이 될까요?", "우리가 다시 웃을 일이 있을 까요?"

너무 힘들고 지친 성도들에게 위로를 하면서도 마음이 참 아펐는데, 마음을 달래며 권면하고 싶다. "얼추 됐슈~"

주님께서도 우리를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힘들었지? 외로웠지? 막막하고 답답했지? 잘 참았다. 나는 너의 눈물을 보았고 너의 한숨도 보았단다. 이제 얼추 됐다."

한나가 브닌나의 조롱을 받고 너무 힘들 때 하나님은 한나에게 임신을 허락하지 않으시다가 이제 때가 돼매 사무엘을 허락하셨다. 하나님의 뜻이 있어서 잠시 광야에 거하게 하셨지만 주님은 우리를 잊지 않으셨고 외면하지 않고 지키시다가 이제 때가 되매 새 일을 행하실 것이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얼추 됐다."



길성권 목사 / 아산큰빛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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