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섬김'에만 관심을 기울여 주시오
작성 : 2024년 02월 19일(월) 15:38 가+가-
정장복 목사가 사랑하는 제자 목사에게
평소 후학들에게 '성언운반일념'을 강조해 온 설교학의 대부 고 정장복 명예총장이 생전에 한 이취임식에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에게 전한 권면의 글이 '아름다운 사역 이양과 상호 존중'을 실천해야 할 후배 목회자들에게 귀감이 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몹시 추운 겨울의 한파가 몰려와 모두가 추위에 떨려 싸늘한 인상을 짓고 있는데 이곳 교회에는 따스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눈시울을 적시면서 석별의 정을 나눠야 하는 순간입니다. 선지동산에서 교육을 받을 때 그대는 이 호랑이 교수 앞에 잘 나타나지 않고 늘 피해 다녔던 제자인 듯 싶습니다. 권면을 부탁받았을 때 나는 약간 당황하면서 그대와 통화를 했습니다. 그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위임에 임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대화하며 안도의 숨을 쉬게 되었고, 다음과 같은 권면의 글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마음 깊이 새겨야 할 항목이 있습니다.

첫째는 이 시간 원로목사로 추대 받는 선임 목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대와의 대화 가운데 "저는 한국교회에서 가장 본이되는 원로와 후임이 될 것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라는 의지와 결단을 듣고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맞습니다. 원로목사님은 50명도 안 되는 교인들이 목회자도 없이 울고 있을 때 땀과 눈물을 아끼지 않고 가난과 질병에 허덕이는 달동네에서 희생, 봉사, 솔선수범, 청렴결백으로 섬겼습니다. 그 충성이 주님을 감동시켰기에 오늘의 교회를 일구게 하셨습니다. 31세의 그 청년이 전 생애를 오직 교회만을 위해 바치고 이제 70의 노구가 되어 떠납니다. 부디 원로와 후임의 혼탁한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도록 해주시오.

둘째는 그대의 삶과 언어에 성삼위 하나님이 주어가 되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노력해 주시오. 현대를 달리는 목회자들의 삶과 목회 현장은 설교자의 지식, 경험, 판단, 지혜가 주어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성삼위 하나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교회는 오직 말씀 중심으로 양들을 먹여 온 교회입니다. 그대의 삶이 성령님이 주인이 되시어 이어져 감을 알게 하시오. 설교 원고를 살피면서 그 문장의 주어가 문장마다 설교자인지 하나님인지를 섬세히 살피도록 하시오.

셋째는 초심을 굳게 붙들고 변절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주시오. 오늘 이 시간 가슴에 작심한 그 아름다운 초심이 살아 있을 때 교회는 언제나 신선합니다. 탈선이 없습니다. 목사의 인격과 신앙과 실천이 존경을 받습니다. 우리 주님이 에베소교회에 보낸 명령을 유심히 살펴보시오. 주님은 초심을 버리거나 망각한 교회나 목회자에게는 경고를 하시다가 떠나십니다. 주님이 떠나시면 버려진 몸이 됩니다. 인간의 교만과 자랑이 판을 칩니 다. 교회가 시끄러워집니다. 설교자의 독무대가 되어 혼돈과 흑암의 세계로 전락되게 됩니다. 부디 처음 사랑과 처음 결심을 늘 점검하는 목사가 되어 주시오.

끝으로 그대의 목회 미래가 결코 순풍에 돛을 달고 달리는 무대가 되리라 착각하지 마시오. 이 교회는 원로 목사가 39년 동안 가꾸어 놓은 특별한 목양지입니다. 이 시간 이 양들은 그대가 모세의 바통을 이어받은 여호수아처럼 주님이 준비해 놓으신 푸른 풀밭과 잔잔한 시내가로 이끌어 갈 것을 믿고 따르기로 약속할 것입니다. 그러나 긴장을 풀지는 마시오. 그대가 헤쳐 나가야할 가나안 땅의 길이 순탄 할 수만은 없습니다. 하나님이 모세를 도와 펼쳐 주셨던 구름기둥도, 지펴 주시던 불기둥도 이 시대에는 잘 보이지 아니합니다. 새롭게 펼쳐진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와 노령화 시대로 접어든 고도의 험산준령이 그대 앞에 있을 뿐입니다. 진정 솔로몬의 지혜와 바울의 생명을 내어 놓는 복음의 열정이 없이는 이 거칠고 사나운 목회의 길을 이어나가기가 힘든 때입니다.

이제 그대는 '내가 어찌 하오리까'의 다메섹 도상의 바울의 고백을 자신의 고백으로 끊임없이 이어나가야 합니다. 그대는 이제 '아니요. 보기 싫습니다. 듣기 싫습니다. 좋지 않습니다. 나쁩니다' 등의 솔직한 표현도 할 수 없는 목회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오직 할 수 있는 말은 '감사합니다. 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뿐입니다. 또한 '알고도 모른 척,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하는 답답한 인간으로 변모해야 합니다. 이제는 박사가 아니라 어리숙한 인간이 돼야 합니다. 어떤 경우도 인간으로서 신의를 잃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여기 또 특별히 부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받는 섬김'일랑 멀리 하시오. 오직 '주는 섬김'에만 깊은 관심을 기울이시오. 마치 전임 목사님처럼 말입니다. 우리 주님도 섬김을 주기 위하여 오셨지 섬김을 받기 위하여 오지 아니하셨다 고 말씀하면서 자신의 생명까지 우리에게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사랑하는 목사님, 교회는 천사들의 모임이 아닙니다. 그대에게 5리 길을 가자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10리 길을 가주시오. 그대의 겉옷을 좋아하면 그 옷과 더 불어 속옷까지 주시오.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의 하나 어느 순간 누군가 그대의 오른 뺨을 치는 양이 나타나면 좌절이나 슬픔을 보이지 말고, 왼 뺨을 넉넉한 마음으로 대주시오. 십자가에 매달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미소를 보이시오. 그 순간 눈물일랑 그 앞에서 보이지 마시오. 이 성전에 돌아와 하나님 앞에 엉엉 울고 위로를 받도록 하시오. 그리고 지혜가 필요할 때 마다 탁월한 목회를 수행했던 원로 목사가 아버지처럼 그대를 위해 기도하며 언제나 문을 열고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목사님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십니다. 아끼시고 또 아끼십니다. 그리고 다음에 분명하게 목사님께 들려 주시리라 확신합니다. "잘 하였도다. 착 하고 충성된 종아 내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니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내 즐거움에 참여하리라."

마지막 주일, 그대의 부족한 스승이 드리는 권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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