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지속가능케 하는 의사결정구조는?
[ 연중기획ESG ]
작성 : 2022년 01월 12일(수) 07:51 가+가-
새롭게 이롭게-G(1) 건강한 의결구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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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열풍이다. 그룹 총수들의 2022년 신년사에 같은 단어들이 나온다.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성, 고객 가치, 그리고 'ESG'. 기업들은 ESG 경영을 선언하고, ESG 전담 부서나 위원회를 조직한다. 이후 언론에 사회공헌 활동을 ESG와 엮어 열심히 홍보한다. 기업들이 'ESG'에 목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자와 소비자가 기업의 ESG 활동을 기준으로 돈을 내기 때문이다. 과거 투자자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기업에 투자했고, 소비자는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가성비' 높은 상품을 구입했다. 그러나 이제 투자자는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까지 고려해 투자하고, 소비자는 사회적 공헌도가 높은 기업의 제품을 우선으로 찾는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먼저 등장했다. 과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기본 개념은 동일하지만, ESG는 다양한 방법으로 계량화 정량화 지표화 된다는 것이 결정적 차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이었다면, ESG는 '꼭 해야 하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ESG 중 세 번째 'G(Governance)'는 기업의 지배구조나 통치구조를 의미한다. 환경(E)과 사회(S) 개념에 비해 낯설 수 있으나, 건전하고 투명한 '의사결정구조'라고 이해하면 쉽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투명하게 의사결정할 수 있는 구조인가?'라는 질문으로 요약된다. 구체적으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임원 보수의 적절성, 준법 경영, 경영 승계, 자산의 사적 유용, 감사·견제 구조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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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선 환경(E)과 사회(S) 관련 기사를 더욱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ESG 관련 전문가들은 ESG 중 '지배구조'(G)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란 뜻이다. 건강한 구조가 확립돼야, CEO의 독선적 경영이나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간섭과 충돌을 막고, 환경과 사회 관련 이슈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ESG의 'G, 지배구조' 개념은 교회의 '의사결정구조'로 빗대어 볼 수 있다. '복음으로, 교회를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교회는 '의결구조'를 반드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기업의 CEO 이사회 경영진 주주총회 고객 등의 개념은, 교회의 목회자 당회 공동의회 정기총회 지역주민 등과는 명백히 다르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을 향한 기업의 지배구조 점검 과정에서, 교회는 힌트를 얻어 건강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ESG 혁명이 온다'에서 김재필 저자는 건강한 지배구조에 대해 설명하는데, 교회도 이를 진지하게 고려해볼만 하다. "지배구조의 핵심은 기업의 모든 활동이 CEO나 고위 임원, 특정 주주를 위해서가 아니라 전체 주주 및 기업 생태계 내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 전체 주주들에게 '책임을 지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만 한다."

"ESG 경영을 제대로 하려면 지배구조부터 다져야 한다"고 말한 저자는 "성공적인 지배구조의 핵심은 이사회가 CEO의 경영에 대해 '건설적인 개입'이 가능한가의 여부에 있다"라며, " 투명하고 민주적인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 CEO와 경영진은 끊임없이 안팎의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미래를 향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 이사회에서 고려해야 할 질문 / 'ESG 혁명이 온다'에서 발췌
- 기업 목적과 ESG 목표를 이해당사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있는가?
- 기업의 지배구조가 ESG 문제를 감독하기에 효과적으로 구성돼 있는가?
- 이사회 다양성은 어떠한가? 이사회는 새로운 후보를 탐색할 때 다양성을 고려하고 있는가?
- 이사회와 경영진은 경영진 승계 문제와 기업의 다양한 후보군 확보 방안에 대해 논의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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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의 건강한 의결구조를 찾아서

사실 한국교회의 의사결정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오래됐다. 장년 중심, 남성 중심, 목회자 중심의 지배구조와 의결구조는 고질적인 개선 과제다. 기성세대의 시스템 전환, 정치적인 제도적 배려, 여성과 청년 그리고 평신도의 의견이 의사결정에 반영되도록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독교계의 의결구조 변화는 그 자체로 이슈가 된다. 지난해 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KD) 총회에서 25세 여성 청년이 의장에 당선됐다. 루터교세계연맹(LWF) 총회는 사무총장에 45세 여성 목사를 선출했다. 국내에선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여성 총회장을 배출했고,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감독회장 선거 관련 평신도 선거권의 15%를 여성에게 의무 할당했다.

그러나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6회 정기총회는 여성 관련 이슈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전체 총대 1500명 중 여성 총대는 34명으로 2.2%에 그쳤다. 여성 총대 할당제 의무화는 지속적인 청원에도 법제화 되지 못했다. 양성평등위원회를 하나의 특별위원회로 분리 존속해 달라는 청원에도, 106회기엔 '동성애 대책 및 양성평등위원회'가 구성됐다. 아이러니하게 양성평등을 연구하는 위원회에 단 한 명의 여성도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도 지적됐다. 총회 문화법인은 지난해 11월 '코로나19 이후 성도들의 신앙 문화 인식 변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초점집단면담 방식으로 질적 연구를 진행한 결과, 청년들은 교회의 여러 부서에서 봉사하지만 교회의 의결구조에 목소리를 내지 못해 자포자기의 심정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결과 보고서는 코로나 시대 온라인 관련 청년들의 참여를 강조했다. 보고서는 "코로나 시대 온라인에 익숙한 청년들의 의견과 생각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청년들이 교회의 중심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스스로 결정해 일들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라며, "하지만 청년들은 아직도 교회 안에서 주변화 되어 있으며 장년들의 의사결정에 맞춰 행동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청년들의 능력이 교회의 업무를 진행하기 위한 도구로만 머물러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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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청년들은 교회 의사결정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초 기독 청년 700명을 온라인 조사한 결과, 청년 절반 이상(53%)이 "교회 정책이나 주요 의사 결정 구조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교회 의사결정구조 참여 통로와 관련해 청년 응답자 47%는 '청년부 담당 목사·장로·집사 등을 통해 공식 전달'하며, 오직 19%만이 '담임목사·장로·집사 등이 청년부 리더 혹은 전체를 정기적으로 만나 의견을 청취한다'고 밝혔다. 17%는 '당회·교회 운영위원회 등 교회 의사 결정기구에 청년부 대표·회장이 참석해 의견을 표현한다', 14%는 '청년의 의견을 전달하는 공식 통로가 없다'고 답했다.

의결구조 변화에 대한 요청이 계속되는 가운데, 본보는 한 해 동안 ESG 중 G, 교회의 의사결정구조를 탐색한다. 건강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갖춘 교회나, 이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의 사례를 소개한다. 본보는 ESG 경영 가치를 직접적으로 교회 내 도입하기 위해 연구하거나, ESG의 개념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유사한 가치를 도입하려는 교회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제직회장이나 운영위원회 등으로 전통적인 당회의 역할을 분산해 감당하는 교회, 다양한 구성원을 포함한 청빙위원회를 구성하는 교회, 당회와 별도로 담임목사의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교회, 당회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여성으로 유지하는 교회, 교회로부터 의결권과 재정권을 독립한 청년부, 위임목사와 시무장로의 신임을 묻고 임기제를 실시하는 교회 등이 있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개교회들이 각자의 형편에 따라 의사결정구조를 건강하게 개선하길 바란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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