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언로 확보…여성·청년 참여 위해 '쿼터제' 필요
[ 연중기획ESG ]
작성 : 2022년 05월 17일(화) 08:08 가+가-
새롭게이롭게-G(5) 교회의 투명 운영과 쿼터제의 필요성

세계교회협의회 등 세계교회의 연합기관들은 총대 선출 시 반드시 여성, 평신도, 청년층에 할당제를 적용해 청년들이 의결권을 가진다. (WCC=Joanna LindAⓒ)

최근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면서 ESG 경영이 부각되고 있다. 교계에서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는데 거룩한 신앙공동체로서의 교회는 마땅히 이러한 교회 운영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온전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회 운영이 공동체 정신에 걸맞게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현대의 모든 조직은 상당한 정도로 관료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관료제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조직 자체의 존속과 기득권 유지를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환경에 유연하게 변화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소수에 의한 지배라고 하는 과두제 경향을 띠기 때문에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도 쓰이고 있을 정도이다.

교회에서도 조직이 전문화되면서 권력의 중앙집권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의사 결정권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상당수의 평신도들은 교회의 정책 결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게 된다. 대부분의 재정 지원도 평신도들이 제공하지만 재정의 사용은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결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조사했던 내용에서는, 교회에서 중요 안건을 결정하는 방법에 대하여 가장 많은 39.3%가 "중직자들과 담임목회자가 의논하여 결정한다"고 응답하였고, 다음으로 26.7%가 "담임 목회자의 의견을 가장 크게 고려하여 결정한다"고 응답하여 전체의 3분의 2인 66.0%가 전체 교인들의 의견보다는 담임 목회자나 중직자들의 의견이 크게 고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교회 규모가 클수록 이러한 응답이 더 많아서 교회 규모가 커짐에 따라 보다 많은 회중들이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으로 과두제 현상이 교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중직자는 장로와 안수집사를 중심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대개 50대 이상의 남성들이다. 최근 예장 통합을 비롯한 상당수의 교단들이 여성 장로를 세우고 있지만 실제 여성 장로의 비율은 매우 작다. 또한 청년들의 참여 역시 제도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대부분의 교단에서 장로의 자격은 40세 적어도 35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청년들은 장로의 자격이 없다. 장로교의 경우, 교단에서 총대가 되려면 우선 지교회 당회원이어야 하고 노회의 파송을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청년이나 여성은 당회에 속하지 않으니 총대가 될 수 없어 총회에 참석할 수조차 없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청년과 여성들을 포함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년에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 변화 추적조사'에서는 젊은 세대, 여성을 포함하는 의사결정자 그룹의 범위를 확장시킬 필요성에 대해 개신교인의 80.7%가 동의했고,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도록 평신도 리더(장로 등)의 연령을 낮출 필요성에 대해서도 3분의 2인 66.6%가 동의했다. 또한 '21세기교회연구소' 등이 실시한 5060세대 인식조사에서도 전 교인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기구 설치에 대해 87.6%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당장 청년들을 장로회 회원으로 선출하는 것은 교단법과도 충돌하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일종의 비례대표 식으로 청년과 여성들이 교회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미 장로 추대가 가능한 여성에 대해서는 일정 비율의 여성들이 장로로 선출될 수 있도록 쿼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쿼터제는 사회에서 수입이나 생산, 고용 등에 대해서 그 수나 양을 제한하거나 할당하는 제도를 말한다. 필요에 따라 쿼터제를 적용하여 우리 산업을 보호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배제되고 있는 사람들의 발언권을 보장해주기도 한다. 이와 같이 교회도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제도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쿼터제를 도입해서 보다 온전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몇 년 전에 '교회탐구센터'가 교회 안의 성 평등에 대해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여성 장로가 필요한 만큼 선출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장로 중에 여성 비율을 일정하게 할당하는 여성 장로 할당제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았는데, 절반이 넘는 59.3%가 찬성하였다. 성도들의 과반수가 쿼터제를 찬성하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쿼터제에 대한 반대 입장도 있다. 쿼터제로 특정 비율을 강제할 경우, 오히려 능력이나 자유로운 경쟁이 무시될 수 있고 오히려 역차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 활동이나 의사 결정에서는 능력이나 경쟁이 우선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그런데 앞의 조사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찬성한다는 의견이 적었고, 신앙단계가 높은 응답자는 반대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여성과 신앙단계가 높을수록 더 전통적인 사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교회 안에서 쿼터제 적용도 일방적인 적용보다는 공동체 안에서 협의를 통해서 원칙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교회 안에서 성찰의 구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성찰과 반성이 없는 사회의 발전과 성장이 코로나 사태와 같은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듯이 교회 안에서도 스스로 성찰하고 자정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교회 현실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공론장이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 안에서는 합리적인 토론이 매우 어렵다.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소수이고 이들은 이제까지의 관행과 제도화된 관습에 따라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교회 안에서 발언권을 가진 이들은 기성세대를 대변하는 중직자들이다. 이들의 사고는 젊은이들의 사고와는 사뭇 다르다. 틀에 박힌 사고로는 한국교회 안에 켜켜이 쌓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다. 변하지 않는 교회의 모습에 실망하여 떠나는 사람만 늘어날 뿐이다.

외국에서는 청년과 여성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독일복음주의교회협의회(EKD) 총회에서 25세의 여성 청년이 의장에 당선되었고, 연이어 루터교세계연맹총회에서 45세 여성 목사가 사무총장에 선출되기도 하였다. 세계의 많은 교단들이 청년을 총대로 세우고 있고 세계교회협의회(WCC) 등 세계교회의 연합기관들은 총대 선출 시 반드시 여성, 평신도, 청년층에 할당제를 적용해 청년들이 의결권을 가진다. 미국장로교(PCUSA)는 총회 총대와 별도로 선교사, 신학생, 청년, 에큐메니칼 사역자로 이뤄진 자문위원단을 조직하는데, 구성원 대부분이 청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교회 안에도 다양한 의사소통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고 다양한 언로가 확보되어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또는 소수의 의견이라고 해서 배제되어서는 안된다. 언제나 스스로 돌아보고 다양한 의견을 담아낼 수 있는 성찰의 구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래 초기 교회의 전통을 이어받아 교회 안에서 다양한 토론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SNS는 가짜뉴스의 전달통이 아니라 건전한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이 교회 운영과 성도들의 신앙생활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동안 교회 운영이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어 온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교회는 "헬라인이나 유대인이나 할례당과 무할례당이나 야만인이나 스구디아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 분별" 없이 하나 되는 공동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변화에 대해서 교회가 적절하게 대응하며 보다 온전한 공동체를 이루는 방법일 것이다.

정재영 교수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종교사회학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