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지역사회의 '허브'가 돼야 한다
[ 연중기획ESG ]
작성 : 2022년 03월 10일(목) 08:15 가+가-
새롭게 이롭게- S(3)고립의 시대 이웃 공동체를 만들어주는 교회(광주다일교회 사례)

서로 서로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대안 교육의 문화를 만들어 '꿀잼, 라면 먹고 갈래'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

'청소년 도시락(樂)' 프로그램에 참여해 악기 연주를 배워 공연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
"나처럼 살지 않으실래요?"

교인들에게 '전도'에 대해서 강조하면서 하는 말이다. 전도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나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을 복음을 전해서 주님 곁으로 인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그 전하는 사람의 삶의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복음을 전하는 이의 삶이 형편없고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면 그가 전하는 말은 모두 헛것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는 복음은 삶에서 증거되고 그 삶이 복음을 반영해야 하는 일치된 신앙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왜 사회로부터 외면을 당해 왔을까? 물론 한국 교회 모두를 향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뼈 아프게 이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은 여러 지표와 사회적 신뢰도에서 한국교회가 보여준 모습은 침통 하기만 하다. 그래도 감사하고 희망적인 것은 이 통계와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자숙하며 더 나은 한국 교회로 서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년간 총회의 주제들이 말해주듯이 선교적 교회와 마을 목회에 대한 관심으로 사회적 신뢰도를 회복하려 애써왔고 교회가 세상에서 분리 되지 않고 세상 속의 빛과 소금의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써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교회의 세습 문제와 목회자의 도덕적 부패와 성적 일탈이 준 폐해는 결코 작다 말할 수 없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입이 아니라 삶이며 말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전도자 디엘 무디의 말 "100명 중 한 명이 성경을 읽고 99명은 그 한 명을 읽는다"는 이에 대한 중요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요즘 들어 교회에서도 ESG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ESG는 몇 년 전부터 학교와 기업 등 사회 기관에서 많이 사용해서 이제 어느 정도 보편적이 된 개념이다.

그중 사회적 환경에 대한 관심은 성서가 우리에게 요청하고 있는 신앙적 실천이기도 하다.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소외된 자의 친구가 되어주며 슬픔과 아픔을 당한 이의 곁에서 함께 하며 위로와 희망을 주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이는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며 자비와 긍휼과 사랑의 문제이다. 타 종교를 가진 난민, 이주 여성, 외국인 노동자, 성소수자 등 옳고 그름을 넘어서 누군가 그들 곁에서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면 그는 바로 높낮이 차별 없이 대하며 온갖 오해를 받으면서도 세리와 창기의 친구가 되어주신 예수를 따르는 이어야 한다는 선한 마음이다. 이것이 ESG의 사회적 관심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꿀잼 관련 동영상
지면의 한계로 다 소개 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우리 교회가 해 온 두가지 일을 소개하려 한다.

하나는 '청소년 도시락(樂)' 프로그램이다. 아마도 지역 사회에 대한 신뢰와 공감이 없었다면 엄중한 코로나 시기에 진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지역 사회에서 악기를 배우고 싶지만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모집했다. 공간에 맞게 열명 정도를 예정했는데 모두 12명이 지원했다. 16주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서 청소년들과 함께 했다. 코로나로 인해 손으로 하는 악기인 바이올린과 첼로를 배웠고 마지막 날에는 부모를 모시고 공연도 했다. 지역 사회 아파트 경비원으로 수고하는 분들에게 찾아가 연주도 해드리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넓은 텃밭에서 즐거운 노동도 하고 그 수고에 걸 맞는 맛있는 식탁도 마련했다. 교회 공간에 있는 암벽 등반도 하고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초콜릿도 만들었다. 16주로 사람이 변하기는 쉽지 않다. 또 너무 많은 목표를 세우는 것도 지나친 것이다. 그럼에도 한가지 결실이 있다면 새로운 삶의 용기와 희망을 나누었다는 것이다. 교회는 그런 일을 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 정말 감사했던 것은 믿지 않는 부모들이 자녀들을 교회 프로그램에 보내면서 "다일교회에서 하는 일은 괜찮아 좋은 일이고 유익해"라고 아이들을 설득한 일이요, 목사인 나에게 "우리 동네에 다일교회가 있어서 좋고 고마워요"라는 말이다.

이 말을 들으려고 몇 년간 애썼다.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지만 교회는 '기브 앤 포겟(GIVE & FORGET)'이라 믿고 복음의 가르침처럼 애써왔던 시간들의 작은 결실이라 여기며 감사했다.

한가지 더 소개하고 싶은 일은 '꿀잼, 라면 먹고 갈래' 이다.

위에 소개한 '청소년 도시락'을 이 코로나 기간 중에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여기에 있다. 2018년부터 지역 사회에서 우리 교회가 지역 활동가들과 힘을 합쳐서 해온 일이 있다. 우리 지역의 아이들은 우리가 돌보고 키우자는 것이다. '마을에서 배우자'는 주제로 아이들을 만났다. 서로 서로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대안 교육의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공부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힘을 합쳤다. 지역 활동가들도 우리 교회와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오히려 고마워했다. 교회는 지역사회의 좋은 허브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가졌다. 주일에는 예배 공간이요 교육과 사귐의 공간이 되지만 주중에는 마음 먹기에 따라 꽤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이를 생각해 우리 교회는 세개의 건물 중에 하나에 "INDIGO HOUSE"라는 이름을 붙여 공유 공간으로 지역사회에 내놓았다. 그렇게 함께 사용하면서 '풍암 아카데미'도 '자원순환 센터'도 '에너지 전환마을'도 '사단법인 희망나눔 길벗'도 일구어냈다.

교회는 고립된 성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것처럼 세상을 향해 길을 내고 그 길을 따라 복음의 생명력을 전해 하나님 나라가 이곳 저곳에 서도록 온 힘을 다하는 곳이 교회이다.

1세기 그리스도 교회가 힘이 있고 돈이 있어서 로마 제국에 복음을 전한 것이 아니다.

복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었다. 믿는 바를 지켜내기 위해 죽어가면서도 잃지 않았던 의연함은 두려울 것 많은 세상에서 담대한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도덕적이고 선한 삶의 실천은 어려운 사람 가난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고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들 안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굳건한 신념이 있어 보였다. 욕심을 내려놓고 소유에 집착하지 않으며 세상의 차별과 무시의 조건이 되는 가난한 자 병든 자 여성 유색인종 이방인 나그네 등이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는 교회의 모습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것이 복음의 힘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세상의 힘을 다 가졌다 하는 로마의 세속적 힘에 압도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압도해내는 거룩함으로 그리스도교 문화가 그들의 삶 속에 깊이 파고 들어가게 된 것이다.

교회의 공공성은 복음의 터에 얼마나 바로 서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교회는 세상을 설득해 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복음이다.

"나처럼 살지 않으실래요"

교회가 세상을 설득할 수 있을까? 복음으로 교회가 새로워지고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도 복음에 뿌리 내리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고 성령께서 도와 주시길 기도한다.

김의신 목사 / 광주다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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