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토론하고 제안…교회 안 언로 '활짝'
[ 연중기획ESG ]
작성 : 2022년 04월 12일(화) 08:16 가+가-
새롭게이롭게-G(4) 평신도가 중심된 거룩한빛광성교회

지난 해 6월에 개최된 열린당회 모습.

지난 3월 27일 곽승현 목사와 기획조정위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교회가 친환경을 실천하며 지역사회에 공헌하려면 먼저 그것에 대해 결정하는 의사결정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ESG가 각각 별개가 아닌, 투명한 의사결정구조(G)와 밀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요즘은 교회내 의사결정 구조에 개선을 꾀하는 교회들이 늘어가고 있다. 목회자나 소수의 리더십이 의사결정을 독점하지 않고 평신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하기도 하고, 재정 운영 상태, 당회록 등을 공개하기도 한다. 이러한 요즘 추세의 원조격인 교회로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 시무)의 시스템은 독보적이다.

# 평신도 중심으로 운영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일찍부터 평신도 중심으로 사역해 온 교회다. 아예 교회 정관에 '평신도는 교회 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교회는 이를 위해 노력한다'고 못박아 있다.

교회의 대부분 사역은 평신도로 구성된 30여 개의 위원회가 맡아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교회의 미래를 예측하고 단계별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도 평신도들의 몫이다. 위원회가 건의하고 담임목사는 의견을 받아들여 반영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이처럼 교회내 소통이 원활하며 평신도들의 의견 수렴이 활성화돼 있는 교회 문화는 초대 목사인 정성진 목사의 지론이 반영된 것이다. 정성진 목사는 평소 '교회 안에 언로가 차단되면 폐쇄적일 수밖에 없으며, 폐쇄적인 교회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곽승현 목사는 "목회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성도들의 의견을 수렴해 교회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법률, 건축, 재무 등 전문 의견이 필요한 분야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해야 교회가 건강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내 여러 위원회 중에 기획조정위원회는 담임목사의 자문위원회 격이다. 이 위원회의 역할은 교회의 단기와 중장기 계획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고, 이후 평가하는 일까지 하게 된다. 교회가 목표로하고 추구하는 정신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 지 기관별로, 기간별로 계획하다보니 교회 전체를 총괄하는 담임목사와 수시로 토론하고, 건의하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기획조정위원회는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앞으로의 교회 방향 설정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고민한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담임목사에게 건의했고, 담임목사는 그것을 반영해 교회 전반에 대한 외부 컨설팅을 진행했다. 컨설팅 결과를 가지고 좀더 구체화하기 위해 기조위 아래 컨설팅위원회를 따로 구성하고 여기서 논의된 구체적인 안들은 다시 담임목사에게 건의됐다.

곽 목사는 "긴장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중요한 계획을 세웠을 때 장점, 우려점 등을 상의하며 팀에서 하는 얘길 듣고, 목회자의 생각을 수정하고, 더 나은 계획을 세워갈 수 있어 좋다"면서, "생각지 못한 부분을 다른 관점에서 제시해 좋은 부분도 있지만 제 생각과 너무 다를 때는 저도 설득의 논리를 만들어 토의에 임한다"며 웃었다.

위원회는 위원장과 팀장 체제로 운영 중이다. 기획·감사 분야의 사역을 맡고 있는 심교정 장로는 "위원회는 서리집사도 참여가 가능하며, 한팀에는 3~5명 정도로 구성돼 있고, 회의체로 운영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 민원 해결하는 온라인 센터 운영

교회 안에서 성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또다른 통로로는 민원신청 게시판인 '두드림'이 있다. 두드림은 민원을 해결해주는 온라인 센터인 셈이다.

심교정 장로는 "그곳을 통해 평신도 누구나 교회 불만이라든지, 시정 및 요청사항 등을 올릴 수 있다"며,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면 담당부서는 반드시 2주 안에 피드백을 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민원 게시판을 통해 개선된 것 중 하나는 강대상을 올라가는 계단 옆에 휠체어 통로를 설치한 것이다. 한 장애인 성도가 대표기도나 봉헌송을 하러 강대상을 올라갈 때 불편하다고 민원을 제기했고, 교회는 즉시 강대상 한쪽 편에 휠체어 통로를 만들었다. 심 장로는 "현재는 필요할 때 설치하는 유동적인 시스템으로 바꾼 상태지만, 교회가 휠체어가 가는 길을 만들어 민원을 해결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 당회 온라인 중계

교회는 의사 결정을 당회 중심으로 하는데, 당회 구성원에는 교역자와 시무장로 외에도 청년회장, 권사회장, 안수집사회장 등 6개의 자치회장들도 포함된다. 당회는 '열린당회'로 운영된다. 교회 인터넷신문 기자의 취재를 허용하며, 필요할 때는 당회를 온라인으로 중계 할 수도 있다. 회의록은 2주일 이내에 교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당회를 온라인으로 중계하니 '발표하고 결정되는 과정이 마치 국회를 보는 듯 했다', '실질적으로 당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됐다' 등 여러 반응들이 나왔다. 심 장로는 "당회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성도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게 돼 아주 좋은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코로나 시기에도 거룩한빛광성교회에는 꾸준히 새신자가 늘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많았는데, 등록하게 된 이유의 대부분은 '투명한 재정 운영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당회록을 공개하고, 누구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으며, '상식이 통하는 교회'를 실천하는 이 교회에 3040세대들의 눈길이 머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수진 기자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