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부 독립 운영,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해서 좋죠"
[ 연중기획ESG ]
작성 : 2022년 07월 12일(화) 08:11 가+가-
새롭게 이롭게-G(7) 청년의 의결권 보장하는 백양로교회·동성교회

백양로교회 '버팀 청년회'.

"교회에서 MZ세대와 소통하고 계신가요?"

MZ세대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1981년부터 1996년까지, 현재의 2030세대다. 2018년 말 이들을 설명한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화제가 됐다. 이 책의 부제는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이다.

책의 부제는 한눈에 봐도 한국교회와 이질감이 느껴진다. 한국교회의 '이방인'이라고 불리는 2030, MZ, 청년 세대. 이들은 교회 안에서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하고 있을까? 이들의 개성은 과연 교회 안에서 존중받고 있을까?

ESG를 주제로 연중기획을 진행 중인 본보는 이번 'Governance'(의사결정구조·지배구조)의 일곱 번째 기사를 통해, 청년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며 이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교회를 소개한다.

백양로교회 '버팀 청년회'.
# 청년의 아이디어로 즉시 사역 시행하는 '버팀 청년회'

부산동노회 백양로교회(김태영 목사 시무)엔 '버팀(But Him) 청년회'가 있다. 청년'부'가 아니라 청년'회'인 이유는 교회가 2009년부터 사업 구상과 예산 계획 등 청년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백양로교회 버팀 청년회는 말 그대로 청년들이 주도한다. 명사초청집회와 찬양단 컨퍼런스 등 영적계발 부문과 선교사 지원, 단기선교 및 비전트립 등 선교 부문의 기획과 집행을 청년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한다.

청년회는 교회학교 아래 매이지 않는다. 교회학교에 예속돼 예산을 청구·집행할 경우 청년들의 자율성이 제한될 것을 우려한 교회는 청년회를 독립시키고 예산 집행의 자율권을 보장했다. 교회는 분기 1회 재정국의 감사를 통해 건전성과 투명성만 지키고 있다.

이러한 교회의 배려로 청년들은 이 시대에 맞는 선교사역을 그들만의 아이디어로 진행해왔다. 해외 선교사 후원부터 봉사활동, 취약계층을 위한 후원물품 전달 등 청년들이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창의력을 발휘해 사역을 이끌어나간다.

백양로교회 '버팀 청년회'.
지난해 청년회가 시행한 '버팀목 프로젝트'가 그 사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교회의 굵직한 행사들이 멈춘 가운데, 청년들은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청년들은 수많은 아이디어를 냈고, 그중 시급성과 연계성 효과성 등을 논의해 우선순위를 매겼다.

결국 청년들은 버팀목 프로젝트를 위한 별도의 팀을 꾸렸다. 49명의 청년들이 13개조로 나뉘어 해외선교, 자립대상교회 녹색성장, 취약계층, 노숙인, 다음세대 등으로 각각의 테마를 선정해, 지역과 상황에 맞춘 다양한 선교활동을 펼쳤다.

예를 들어, 해외 선교사에게 후원금을 전하고 지속적으로 선교사와 줌으로 기도제목을 나눴다. 노숙인을 지원하는 팀은 관련 센터와 연계해 단순 일회성 물품을 지원하기보다 센터를 알리는 홍보 활동에 후원금을 사용했다. 다음세대팀은 플로깅으로 쓰레기 청소를 하고 지역아동센터에 노후된 냉장고를 교체해주기도 했다.

백양로교회 '버팀 청년회'.
청년회의 부리더 신서영 청년(33)은 "청년들이 지역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고민해 결과를 부장집사님과 목사님께 말씀드리면, 그분들이 당회와 논의해주셔서 가능한 한 청년들이 기획하는 활동들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주신다"라며, "이번 버팀목 프로젝트도 당초 계획되지 않은 사업이었는데, 청년들의 의견으로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청년회 담당 한정훈 전임전도사(백양로교회)는 "의사결정에서 예산집행까지 속도감 있는 진행이 가능해 사역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라며, "주인의식을 갖고 사역에 임하는 청년 임원진들과 사역의 기획부터 함께하기에, 사역자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것보다 항상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백양로교회 '버팀 청년회'.
동성교회 청년부.
# 교회서 받은 사랑 다시 돌려주는 동성교회 청년부

서울강북노회 동성교회(김정현 목사 시무)도 청년부 자치 운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성교회는 2005년부터 청년부를 적극 독립시켰다. 교회의 1층 가장 좋은 공간을 청년에게 내어주고, 재정과 운영 등에 자율권을 줬다.

동성교회 청년부(동청)의 의사결정구조는 큰 틀에서만 목회자가 관여하고, 대부분 청년들이 주도한다. 청년 담당 교역자가 큰 틀을 세우면, 그 안에서 청년 간사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회의하며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나간다. 간사회의엔 공동체간사, 회계간사 등이 참여해 세세하게 논의하고 결정을 내린다.

청년들은 헌금하고, 그 헌금으로 사역한다. 청년부를 담당하는 부교역자의 사례비도 이 예산에서 집행된다. 당회가 재정의 지출 관리 감독 등은 점검하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청년부가 세운 예산을 터치하지 않는다.

동성교회 청년부.
청년들에게 자율권을 주니, 청년들은 더욱 열심히 헌금하고 교회에 헌신했다. 청년들은 교회의 선교 방향에 공감하고 꾸준히 참여해왔다. 동성교회가 올해 해외선교로 한 구좌에 10만원 씩, 110개 구좌를 선교비를 후원하는데, 올해 동청은 20개 구좌로 동참하고 있다. 또 겨울에는 꾸준히 연탄봉사를 통해 2000장 씩 전달하는 등 지역사회를 섬기고 있다.

동청은 교회 밖 국내외 선교뿐 아니라 교회 내부의 중고등부 동생들과 어르신을 섬긴다. 교회의 관심과 사랑으로 외국에 여행 및 선교를 다녀온 학생들이 청년이 되어 받은 은혜에 보답하고 있다. 이번에도 중고등부가 일본으로 비전여행을 가고 고등부가 국내성지순례를 가는데, 동청이 각각 1000만 원과 200만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동청은 과거 70세 이상 교회 어르신들을 제주도로 관광을 보내며 8000만 원을 지원했다. 어르신들을 제주로, 양평으로, 여러 동네로 관광여행을 준비하며 청년들은 여행시 한 분도 소외되지 않도록 1대1 매칭을 통해 케어하고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청년들에게 자율권을 보장하면, 청년의 시각으로 유연하고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과거 동두천에 큰 홍수와 산사태로 여러 집이 잠기고 흙으로 뒤덮이는 재해가 발생했다. 청년들은 당시 준비하던 수련회를 수해복구 프로그램으로 변경했다. 낮에는 마을 복구를 돕고 저녁에는 교회로 돌아와 집회하며 3박 4일을 보냈다.

동성교회 청년부 운영과 관련해 간사 박혜은 청년(37)은 "청년의 입장에서 기획하고 실행해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서 참 좋고, 청년들이 결정한 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라며, "교회에서 청년들의 의사결정을 존중해주고 지지해주시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과 보답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 더욱 긍정적으로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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