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다양해서
[ 주간논단 ]
작성 : 2024년 04월 23일(화) 09:19 가+가-
사람의 성격을 몇 가지 특징으로 표현하듯, 미국장로교(PCUSA)의 공동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특징은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필자가 속한 미국장로교단은 대의제를 표방하고 실행한다. 장로교 헌법인 규례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신자들의 일치는 교회 교인들의 풍부한 다양성에 반영되어 있다'고 명시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권능으로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의 인종, 종족, 나이, 성별, 장애, 지리적 위치 혹은 신학적 입장의 구별 없이 세례를 통하여 사람들을 하나로 연합시키신다. 그러므로 교회의 삶 속에서 어떤 누구를 차별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 미국장로교는 장로교 회원권을 가진 '모든' 사람과 '모든' 단체에게 예배, 정치, 그리고 새로 나타나는 삶 속에서 완전한 참여와 대표성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 누구도 이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어떤 이유로 참여나 대표의 권리를 거부당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미국에서 30여년을 이민자로 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오랜 여정을 지냈다. 다양한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 짓는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과 가치가 무엇인지 자문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신앙공동체, 영적 고향이 된 미국장로교의 환대와 자양분을 풍성하게 경험했다. 머나먼 타향에서 한국계 미국인, 장로교 여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동료 시민과 하나님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이끌었다. 다양한 삶을 만들어가는 차이가 다채롭고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이미지는 마치 흑백 TV에서 컬러 TV로 바뀌는 느낌이었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상상이 시작됐다. 한국에만 있었다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인식 변화의 과정이었다. 다양한 인종, 문화, 종교적 유산과 배경을 가진 사회,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존중하고 포용하면서 살아가라는 사랑과 겸손의 부르심이 소중했다.

미국장로교 총회 운영 방식은 다양성과 포용성의 정신이 바탕에 깔려있다. 두드러진 특징은 여성과 청년의 참여이다. 미국장로교에서 여성과 청년은 환영 받고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중요한 존재이다. PCUSA는 1930년 처음으로 여성을 장로로, 1956년 말씀과 성례전의 목사로 안수했다. 현 공동 총회장은 2022년 제225차 총회의 루스 산타나-그레이스 목사와 셰이본 스탈링-루이스 목사로 둘 다 여성 목사다. 미국장로교 내 가장 큰 기구인 장로교선교국의 수장도 여성인 다이앤 마펫 목사이다. 2010년이 되면서부터 여성과 남성의 직제사역자 수는 거의 동수가 되었다. 2011년 이후 PCUSA는 매년 남성보다 더 많은 여성이 목사로 안수 받았다. 이처럼 주님의 교회는 여성의 사역과 여성 리더십을 환영하고 지지하고 확인한다.

미국장로교는 제도적으로 청년의 의사결정 참여를 장려한다. 총회의 중요한 구성원인 청년 자문위원은 총회 대의원들에게 특별한 의견과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미국장로교에는 목사총대와 장로총대 이외에도 언권위원으로 의견 자문 역할을 하는 총대 그룹이 있는데, 지난 2020년 제224차 총회에서는 청년 자문위원이 127명, 에큐메니칼 자문위원이 6명, 선교사 자문위원이 7명, 신학생 자문위원이 9명 참석했다. 교단 내 청년들(만 18세에서 23세)이 가지고 있는 청년들만의 독특한 의식과 시각은 중요하므로 총회에는 다수의 청년 자문위원이 말 그대로 자문 역할을 위해 참석한다. 그리고 총회는 청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인식한다. 청년 자문위원은 노회에서 목사 총대와 장로 총대를 뽑을 때 함께 선출한다. 현재 166개 노회당 청년 자문위원이 한명씩 할당되어 있으며, 누구나 추천할 수 있고 본인 지원도 가능하다.

미국장로교 개교회는 대의정치형태에 의거해 청년 장로를 종종 선출한다. 장로의 자격에 연령 제한은 없다. 특히 청소년, 청년이 많은 교회라면 그 그룹을 대표하는 청소년 장로, 청년 장로가 있는 교회가 당연히 존재하고, 이는 미국장로교 안에서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필자의 배우자가 목회하던 미국교회에는 여섯 시무장로 중 두 명의 청년 장로가 있었는데 당시 24세 여성, 남성 청년이었다. 청년들만의 특별한 관점과 열정과 헌신의 리더십이 얼마나 신선하고 귀했는지 모른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실 때 '종류대로, 다양하게' 지으셨다. 의사결정과 신앙표현의 다양성과 포용성이 보장되고 실천되는 교회의 생활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도 결을 같이한다. 여성과 청년 등 소수의 리더십은 먼 미래의 리더십이 아니다. 현재 교회의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하나님께 부여받은 재능과 은사를 함께 펼쳐나가야 한다. 교회를 이루는 다양한 목소리를 당연히 내고,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제도적 장치를 계속 세심하게 고민하고 마련해 나가면 좋겠다.



김지은 목사 / 미국장로교회 세계선교부 동아시아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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