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위해 뛰는 선수, 클레이튼 커쇼
[ MLB 커쇼가 사는 법 ]
작성 : 2019년 09월 14일(토) 09:00 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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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시작되면 선수들은 덕아웃에 몸을 기댄 채 동료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본다. 가장 뜨겁게 동료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선수 중 하나가 바로 클레이튼 커쇼다.


# 훌륭한 '팀 동료' 되기

2019년 9월 7일, 클레이튼 커쇼는 평소 보기 힘든 모습을 보여주었다. 5회초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이하자 투수 교체를 하러 마운드에 올라온 감독 데이브 로버츠를 향해 "why?"(왜 저를 교체하려는 거죠?)라고 하더니, 결국 교체가 된 뒤 덕아웃에 들어가 아이스박스를 걷어차며 분노를 폭발시킨 것.

분노를 표출하는 커쇼의 모습은 분명 야구팬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이날 커쇼의 분노를 지켜본 팬들은 '뭐야? 왜 저렇게 절제를 못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팬들은 커쇼가 왜 분노를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장면은 그가 단순히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기에게 주어진 투수로서의 기회를 얼마나 간절히 여기는지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러나, 단지 자신의 경기에 몰두하고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한다고 해서 "훌륭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보통 여기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선수는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 즉 팀의 플레이에도 그 이상의 몰입과 집중력을 보여준다. 2003년부터 약 10여 년 미국 프로야구(MLB)에서 활약했던 일본인 타자 마츠이 히데키는 '뉴욕 양키스' 시절 동료였던 데릭 지터에 대해서 이렇게 증언한다.

"지터는 극도로 부진하고, 여론의 비난을 받는 등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도 벤치나 라커룸에서 늘 당당했다. 동료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하면 가장 앞장서 손뼉을 쳤고, 선발투수가 부진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 등을 두들겨줬다. 신인선수에게도 따뜻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걸 보고 느낀 게 있다. 어떤 위대한 선수도 좋을 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위대한 선수는 역경에 빠졌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안다는 것이다. 지터는 개인의 부진을 팀과 연결하려 하지 않았다. 그에게 야구는 'For Team(팀을 위하여)'였다."

"팀을 위하여", 이 짧은 문구는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그저 그런 선수와 그 이상의 품격을 보여주는 위대한 선수를 가르는 결정적인 기준이다. 클레이튼 커쇼와 그의 아내 엘런 커쇼의 인생을 담은 책 '커쇼 어라이즈'에도 비슷한 대목이 등장한다. 2016년까지 커쇼의 팀 동료로 커쇼의 공을 받았던 포수 A. J. 엘리스는 이 책을 통해 커쇼에 대해 증언한다.

# 동료 플레이에도 함께 '희노애락'

"클레이튼은 단순히 훌륭한 투수가 되려고만 노력하는 게 아니라, 훌륭한 팀 동료가 되기 위해서도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클레이튼은 자기가 등판하지 않을 때에도 늘 선수 대기석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우리 선수들을 격려하고, 파이팅을 외친다. 많은 선수들, 특히 선발 투수들은 클럽하우스나 '선수 휴게실'로 숨어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클레이튼은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클레이튼은 팀 동료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팀 승리를 기원한다."

탁월함을 넘어 '위대함'을 향해 가고 있는 모든 선수들은 동료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엄청난 애착을 보인다. 자신의 플레이 이상으로 동료의 플레이에 '희로애락'을 쏟아 붓는다. 나의 플레이와 동료의 플레이 사이에 그어진 경계 정도는 훌쩍 뛰어넘어 함께 전력질주한다.

미국스포츠 현장은 아주 순수해 보이지만, 계산적인 욕망이 끊임없이 꿈틀대는 곳이기도 하다. 자신의 플레이 하나가 인생을 결정하기도 하고, 동료들의 플레이에 따라 나의 가치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니 말이다. 지속적인 경쟁에 노출된 선수들은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 자신의 플레이를 챙기기도 바쁠 때, 동료들의 플레이에 '희로애락'을 전달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내 안의 '공간'이 필요하다. 다른 동료선수들이 들어와 머무를 수 있는 마음의 공간. 커쇼는, 동료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며 플레이한다. 그가 팀을 위해서 뛸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그리스도인은 타인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타인을 위한 공간은 내가 먼저 하나님 안에서 깊게 뿌리내렸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나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분명한 믿음이 있어야, 그 깊은 뿌리를 기초 삼아 타인의 존재를 품어낼 수 있는 것.

커쇼는 오늘도 덕아웃에서 열정적으로 동료 선수들을 응원한다. 누구보다 뜨겁게, 누구보다 간절하게.

소재웅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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