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커쇼와의 가상대화를 상상하다
[ MLB 커쇼가 사는 법 ]
작성 : 2019년 11월 23일(토) 09:00 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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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쇼를 사랑하는 팬들은 그가 다시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마도 커쇼는 밑바닥에서부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늘은 조금 색다르게 커쇼 칼럼을 구성해보려고 한다. 커쇼와의 가상 대화다. 커쇼는 '아직' 나를 잘 모르지만, 커쇼라면 왠지 나를 만나는 순간 환대해줄 거란 '근거없는 예측'에 기대어 가상 대화를 구성해보려고 한다.

소재웅 : 요새 조금 힘든 시간을 보냈죠?

커쇼 : 힘들었죠. 아주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아내 엘런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어요.

소재웅 : 궁금한 게 많습니다. 만약 내가 커쇼 선수라면, 내년 시즌이 오는 게 많이 두려울 거 같아요. 다저스 정도의 전력이면 당연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테고, 미디어에서는 당연히 커쇼 선수를 물고 늘어질 게 분명해 보이거든요. "큰 경기에 약한 커쇼", 뭐 이런 식으로 미디어에서 다시 떠들어대겠죠.

커쇼 : 솔직히 두렵습니다. 맞아요, 가끔은 두려움이 밀려와서 야구를 다 때려치고 싶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한없이 생각의 수렁 속으로 빠지기도 하죠. 내가 지금까지 세 번의 사이영상을 탄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초라해지죠.

소재웅 : 그럴 땐 어떻게 이겨내나요?

커쇼 : 완벽하게 이겨낸 적은 없어요 사실. 그냥 그 생각도 내 것이니 끌어안고 가는 거죠. 어쨌거나 하나님이 저를 메이저리그라는 곳에 둔 이유가 있다는 믿음은 분명히 있거든요.

소재웅 : 그 이유는 뭘까요?

커쇼 : 단순히 제가 메이저리그에 가서 MVP를 타고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걸 소명으로 주셨다고 보진 않아요. 그랬다면 요즘 제가 처한 어려움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겠죠. 아마 매년 저를 우승하게 하시고 MVP를 주셨을 거예요.

소재웅 : MVP는 이미 2014년에 탔죠.

커쇼 : 예, 감사한 일이에요. 하지만 그게 저의 첫 번째 소명은 아닌 게 분명합니다. 요새는 뭐랄까, 그냥 저의 연약한 삶을 그대로 대중들에게 노출하는 게 저의 소명 같기도 해요. 대중들이 커쇼라는 사람의 삶을 보며 무언가 영감을 받는 거죠. '아, 저렇게 그럴듯하게 사는 사람도 저런 괴로움에 처할 수 있구나' '아, 저렇게 힘들어하다가도 커쇼가 다시 힘을 내고 있구나' 등등 저를 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고 봐요.

소재웅 : 커쇼 선수 본인에게는 수치스럽고 견디기 힘든 시간이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사람들에겐 은혜일 수 있다는 거죠.

커쇼 : 예, 저는 괴롭지만 제 안에 빛나는 부분만 대중들에게 노출되길 바라는 건 저의 욕심일 수 있겠죠. 결정적으로 저는 하나님이 아니니까요.

소재웅 : 그런데 너무 일이 잘 풀리거나 승승장구를 하면 마치 그 모든 게 내 능력 덕분인 것처럼 착각하는 게 바로 인간이란 존재 같습니다.

커쇼 : 예, 저도 가끔 그런 착각에 빠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올해 가을 지독한 시간을 보내며 다시 겸손해진 기분입니다.

소재웅 : 팬들은 커쇼 선수가 다시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는 거 아시죠?

커쇼 : 예, 다시 일어나야죠. 하나님이 저를 메이저리그에 세우셨으니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건 분명한 목표에요.

소재웅 : 기도하겠습니다. 청년 커쇼가 다시 한 번 일어나는 그 모습을 위해서.

소재웅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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