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대, 신세대, 그리고 제 3지대"
[ 생감교육이야기 ]
작성 : 2020년 04월 21일(화) 09:52 가+가-
영화로 보는 생생하고 감동있는 교육 이야기 <16, 완> '인턴'을 통한 영성교육의 재발견
# 30대 CEO와 70대 인턴 사이 소통

정장, 손수건, 슈트 케이스, 은발의 신사 벤 휘태거(로버트 드 니로)는 일흔 나이에 이력서를 내기 위해 셀프 영상을 찍는다. 40년간 한 직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그는 3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골프, 등산, 낚시를 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시니어 인턴 광고를 보고 면접에 응하며 자신을 소개한다. "음악가는 마음에 음악이 살아있는 한 은퇴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 마음엔 여전히 그 음악이 흐르고 있습니다." 인턴으로 채용된 첫날, 그의 모습은 첨단 디지털 회사에 나타난 '아날로그' 그 자체였다. 패션회사인 'About The Fit'(ATF) 사원들은 캐쥬얼한 옷차림에 맥북과 스마트폰을 들고 광속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직원들은 모두 자기 일에 몰두할 뿐 타인에겐 일체 관심이 없고 벤의 존재가 이 회사에 적합(fit)할 리 없다. 그럼에도 그는 풍부한 경험과 노련한 일 처리, 무엇보다도 사람을 배려하는 원만한 성품으로 젊은 사원들과의 거리를 극복해 간다. 가장 먼저 출근해서 궂은 일을 도맡을 뿐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동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한편,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은 의류제작, 판매, 유통의 전 과정을 직접 지휘하며 1년 반 만에 25명의 직원을 240명으로 키우는 성공을 거둔 창업자 겸 CEO이다. 하루 2~3시간 수면 외의 모든 시간을 회사에 쏟아부으며 빛나는 아이디어와 세심한 고객관리를 통해 상당한 실적을 이뤘지만,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가 쉽지 않다. 그녀를 대신해 전업주부가 된 남편과 점차 소원해지고, 성장가도를 달리던 그녀에게 이사회는 전문 CEO를 고용하고 아이디어 개발에만 전념할 것을 권고한다. 벤을 인턴으로 배정받은 줄스는 연로한 부모님과의 불화 때문인지 그를 불편해하며 멀리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벤의 인간미와 성실성, 유능한 일처리 능력을 보게 된다. 근 40년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존중하고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예의있게 대하는 벤에게 점차 마음을 연다. 자기가 저지른 심각한 실수와 위기를 대신해 지혜롭고 성숙하게 해결하는 벤을 보며 프렌드가 될 것을 제안한다.

# 서로를 환대하는 하나님 나라 이루기

'인턴'(The Intern)의 주인공 벤과 줄스는 이 시대 갈등의 두 아이콘이다. 두 사람은 구세대와 신세대, 남자와 여자, 고용주와 피고용인,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사회는 세대, 남녀, 계급, 문화 간 갈등과 대립이 심각하다. 점점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세계에 부응하지 못하며 뒤처지는 노년 세대 그리고 디지털 정보에 능하지만 이전 세대와 소통하기 어려운 청년 세대의 불협화음 속에서 이 영화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가능케 한 것은 벤이 보여준 겸손한 기다림과 유연성이다. 갈등을 넘어 조화로 가는 과정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벤은 풍부한 인생 경험과 지혜를 갖추되 겸손하게 기다릴 줄 안다. 다른 사람, 젊은 세대가 공감하며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말이다.

영화에 나오는 "인생 경험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대사는 구세대가 갖춘 생의 지혜와 경륜만큼이나 신세대의 패기와 열정이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어 가야 함을 보여준다. 구세대는 신세대의 신선함과 창발성을 존중하고 신세대는 구세대의 경륜과 지혜를 배우고자 할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

디지로그(Digilog)와 휴먼테크(Human Tech)야말로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지향해야 할 '제 3지대'인 것이다. 예수님은 어린이, 여인, 어부, 세리, 창기 할 것 없이 모든 이를 환영하고 환대하였다. 세대, 남녀, 계급, 문화를 넘어 모든 사람이 하나님 자녀이고 모든 이가 하나님 구원의 대상임을 삶으로 보여준 것이다. 벤 역시 나이, 지위, 계층을 넘어 열린 마음으로 모두를 환대하였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였고 존중이었다.

오늘의 영성교사는 '인턴'에서 어떤 교훈을 얻는가? 예수 그리스도는 편견과 차별을 뛰어넘어 하나님 나라 가족을 이루어 내었다. 벤 역시 뛰어넘기 힘든 세대 간, 남녀 간, 계급 간 편견을 넘어 줄스와 건강한 친구 관계를 형성하였다. 누구나 생을 살다보면 노년이 되고, 누구나 한 번씩은 구세대가 된다. 그럼에도 영성교사는 세대 간 차이를 넘어, 서로를 환대하는 하나님 나라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와 벤의 삶 속에서 그 표본을 찾을 수 있다. 인격적으로 모두를 환대하며 사랑과 축복의 마음으로 모범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오늘의 영성교사는 노년기에 대한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 노년기야말로 영성의 '완성기'요 '영적 클라이막스(spiritual climax) 시기'이기 때문이다. 영성교사는 담대히 외친다. "오라. 성숙하고 찬란한 노년이여!"

이규민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 이번 회를 끝으로 <생감교육이야기> 연재를 마칩니다. 영화 속에 나타난 주인공들의 성품, 리더십 등을 통해 영성교육을 재발견하게 해주신 이규민 교수님과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