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과 소명의 회복, '참된 만남' 통해 가능
[ 생감교육이야기 ]
작성 : 2020년 04월 14일(화) 10:00 가+가-
영화로 보는 생생하고 감동있는 교육 이야기 <15> '라이온 킹'을 통한 영성교육의 재발견
# 정글 왕자 심바, 애굽 왕자 모세와 오버랩

"깊은 정글 속에 사자가 자고 있네" 미어캣 '티몬'과 멧돼지 '품바'가 신나게 아카펠라를 부른다. 하지만 심바는 한 마리 가젤처럼 조용히 잠들어 있다. 사자가 가젤의 형상이라니, 그것은 바로 내면 깊숙이 자리한 아픈 트라우마 때문이다. 심바의 어린 시절, 라피키는 정글(Pride Land) 제사장으로 그에게 정글의 '왕자 의식'을 집례한 바 있다. 마침내 심바를 찾은 라피키, 그러나 심바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넌 누구야?" 그러자 라피키가 되묻는다. "그러는 넌 누구야?" 심바가 대답한다. "그전엔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잘 모르겠어." 아버지 무파사를 이어 정글을 끌어가야 할 심바! 사악한 스카의 계략으로 아버지가 죽은 것도 모르고 그 죽음이 자기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잔인한 하이에나의 위협과 엄포로 두려움의 감옥에 갇혀 버렸다.

맑은 물에 비친 심바는 늠름한 무파사를 닮았지만 그 내면은 죄책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어린 사자일 뿐이다. 라피키는 그런 심바를 새로운 성찰과 영성의 세계로 이끈다. "자세히 들여다 봐. 무파사는 네 안에 살아계셔." 자기 내면을 성찰하던 심바는 어느새 하늘에서 들려오는 무파사의 음성을 듣는다. "심바, 넌 날 잊었구나. 너 자신을 잊는 것은 곧 나를 잊는 것이야. 지금의 넌 진정한 네가 아니다. 너는 지금보다 더 큰 존재야. 기억하라. 넌 나의 아들이자 진정한 왕이다. 기억하라…" 계시가 바람처럼 스쳐가자 라피키가 심바에게 말한다. "와우. 뭐가 지나갔나?" "바람 방향이 변했네요." "변화는 좋은 것이야." "알지만 쉽지 않아요. 나도 할 일은 알아요. 변하려면 과거를 떠올려야 하는데, 나는 과거로부터 너무 오래 도망 다녔어요." 이때 라피키가 지팡이로 심바 머리를 한 대 때린다. "어이쿠 이게 뭐죠?" "이미 맞은 과거는 상관없어." "그래도 아파요." "이미 맞은 매라도 아프긴 하지." "하지만 둘 중 하나야. 도망치든가 극복하든가." 라피키가 또 때리려 하자 심바는 재빨리 피한다. "이제 어떻게 할 참이지?" "우선 못된 지팡이부터 뺏을 거에요." 자기를 아프게 하는 지팡이를 휙 내던지고는, 뭔가 심오한 것을 발견한 듯 힘차게 내달린다. 라피키가 뒤에서 소리친다. "어디로 가는 거니?" "떠나왔던 곳으로 가요." "그래 그래, 어서 가거라!" 라피키는 대견한 미소와 함께 심바를 힘껏 응원한다. 심바가 정글로 돌아가 사랑과 평화를 회복시킬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 영성교사, 은총의 통로로 살아가는 존재

'라이온 킹'(1994, 월트 디즈니)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성인인 우리에게 상당한 도전과 감동을 선사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비춰볼 때, 정글 왕자 심바와 애굽 왕자 모세는 여러 면에서 오버랩된다. 심바가 다른 동물들과 피난 생활을 한 것과 모세가 미디안에서 양들을 돌보며 망명 생활한 것, 심바가 구름 속에서 무파사 음성을 듣는 것과 모세가 호렙산에서 하나님 음성을 듣는 것, 심바와 모세가 공히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심바와 모세가 고통당하는 동족을 악한 독재자('스카'와 '바로')로부터 구원하는 것 등, 두 이야기는 서로가 닮은 꼴이다. 모세가 '구약 속 그리스도의 모형'임을 생각할 때, '라이온 킹'은 대중 애니메이션으로 전하는 하나의 복음인 것이다.

오늘의 영성교사는 심바를 깨우치는 라피키로부터 큰 깨달음을 얻는다. 첫째, 라피키는 심바를 잊지 않고 끝까지 찾아갔다. 둘째, 라피키는 심바가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의사소통을 지속하였다. 셋째, '만남'을 통한 '정체성' 회복이 가능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넷째, 라피키는 심바 내면에 잠재된 엄청난 에너지를 활성화시켜 주었다. 다섯째, 심바 자신의 선택과 결단이 옳았음을 입증해 주었다.

라피키의 이러한 모습은 영성교사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책무를 일깨워준다. 영성교사는 첫째, 학습자의 내면과 영성을 확인하며 영성가로서의 사명을 수행해야 하고, 둘째, 문제해결 방안을 학습자 스스로 찾도록 격려하고 대화와 질문을 통해 안내해야 한다. 셋째는 학습자가 자기-가족-이웃-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참된 '정체성'을 발견하도록 '직면-응답'(confrontation-encounter)의 순간을 인도하고, 넷째, 학습자가 내면에 응축된 에너지, 용기, 열정을 활성화하도록 지속적으로 도전, 격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성교사는 학습자의 주체적 선택과 결단을 중시하는 동시에 그것이 최선의 선택과 결단이었는가 면밀히 검증해보아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선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개인과 공동체에 구현되도록 은총의 통로(means of divine grace)로서 살아가는 존재가 곧 영성교사인 것이다(롬 12:2). 선한 영향력이 절실한 이 때에, 깊은 지혜와 통찰이 각계 지도자들에게 임하길 손모아 기도해본다.

이규민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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