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함께 걸으십시오! (Vaya con Dios)"
[ 생감교육이야기 ]
작성 : 2020년 01월 21일(화) 09:15 가+가-
영화로 보는 생생하고 감동있는 교육 이야기 <4> '신과 함께 가라'를 통한 영성교육의 재발견
독일에서 제작된 이 영화는 가톨릭 교회와 칸토리안 교단과의 갈등, 곧 독일의 신구교 사이의 마찰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과거 가톨릭은 찬트와 같은 단성부만을 허용하였지만, 루터는 코랄과 같은 화성부를 허용함으로써 '칸토라이(Kantorei)'라는 찬양대가 생겨나게 되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칸토리안 수도원은 화성부 코랄을 통해 하나님을 찬양하고 천상의 기쁨을 나눈다. 하지만 칸토리안 교단은 가톨릭으로부터 파문당하면서 점차 기울게 되고 독일에서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가던 아우어스베르크 수도원마저 폐쇄되고 이탈리아에 있는 몬테 체아볼리 수도원만 남게 된다. 아우어스베르크의 수도원장은 '칸토리안 규범집'을 몬테 체아볼리 수도원에 보존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마지막 남은 세 수도사는 몬테 체아볼리를 향한 순례를 떠난다.

# '화성 찬양' 이유로 가톨릭서 파문

순례를 떠나는 수도사의 이름은 벤노, 타실로, 아르보이다. 맏형격인 벤노는 본래 예수회 소속 신학교 학생이었으나 30여 년 전 칸토리안 수사가 되었다. 타실로는 농부 가정 출신으로서 14세 때 수도원에 들어왔다. 막내 아르보는 부모의 얼굴도 모른 채 칸토리안 수도원에서 자란다. 이들은 칸토리안 멤버인 동시에 각각 베이스, 바리톤, 카운터테너를 맡아 천상의 하모니를 이루는 찬양팀이다. 세 사람이 부르는 찬양은 그 하모니가 천상의 곡조와 함께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게 한다. 세 수도사가 이탈리아로 가는 동안 이런저런 우여곡절과 유혹을 경험한다. 타실로는 홀로 남은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려는 유혹을 받는다. 벤노는 수도복을 벗고 교회가 가진 힘과 권력 속에 안주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한편 아르보는 난생처음 경험한 에로스적 사랑 때문에 수도사 생활을 청산하고 연인(Chiara)을 택하고자 하는 유혹에 직면한다.

세 수사 중 한 사람만 빠져도 그 찬양은 불완전한 것이 되고 만다. 이들이 부르는 찬양은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적 영광이 나타나는 것 같고 믿음, 소망, 사랑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 같은 황홀경을 이룬다. 이런 체험을 한 사람은 일시적 유혹과 일탈에 빠진다 해도 결국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세상 어느 것도 신성한 경험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농사짓고자 했던 타실로도, 가톨릭의 힘과 권력에 안주하려 했던 벤노도 다시 돌아온다. 단성부 찬양만 허용된 성당에서 세 수도사는 아름다운 3성부 찬양을 함으로써 '찬양공동체'로 다시금 회복된다. 이들의 아름다운 찬양이 회중들은 물론이고 반주자와 사제들에게도 큰 울림과 감동을 전한다.

영화는 여기에서 끝나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막내 아르보의 '발달과업'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십대 소년 아르보는 자기 정체성을 발견해야 할 뿐 아니라 밀도 있는 친밀감도 체험해야 한다. 그래야만 중년기의 생산성과 관대함(generativity)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근면한 소년 아르보는 영적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규범집'을 전달하는 임무를 잘 수행하였다. 아르보는 이제 소년을 지나 청년의 길을 가야 한다. 유아-아동-청소년의 시간을 수도원에서 보낸 그가 성인이 되려면 수도원을 떠나는 경험이 필요하다. 방황하느라 제멋대로 집을 나가면 '가출'(家出)이지만, 영적 순례를 위해 스스로 떠나면 '출가'(出家)인 것이다. 훗날 그가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올 때는 타의가 아닌 자의, 우연이 아닌 선택,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성숙한 수도사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 기독교인은 모두 '길 가는 사람들'

크리스찬은 모두 '길 가는 사람들'이다. 부모, 형제, 친척, 아비집을 떠나 그리스도의 길, 십자가의 길을 걷도록 부름받은 사람들이다. 아르보가 어려서부터 자라왔던 수도원을 떠나 성인(成人)의 길을 걷는다면, 크리스찬은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하나님이 예비하신 성화(聖化)와 소명(召命)의 길을 걸어간다. 로드 무비인 이 영화는 길 위의 여정을 통해 유혹에 흔들리고 고민하며 완벽하지 않는 이들이 성숙해지고 성화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스페인에서는 잠시 헤어질 때 "Adios(아디오스)"라고 인사한다. 하지만 먼 길을 떠나는 이에게 하는 인사는 "Vaya con Dios(바야 콘 디오스)!"이다. 이를 직역하면 "Go with God" 즉 "하나님과 함께 가라"는 말이다.

성인(成人)을 향한 성숙의 길을 떠나는 아르보, 성인(聖人)을 향한 성화의 길을 떠나는 크리스찬들에게 이 영화는 이렇게 인사한다. "Vaya con Dios!" 인생 길을 걸어가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진리의 길을 걷는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2020년 새해에도 하나님 은총이 함께" 하시길 비는 마음으로 이렇게 축복의 인사를 전한다.

"Vaya con Dios!"

이규민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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