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마음 연 한 마디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 생감교육이야기 ]
작성 : 2020년 02월 25일(화) 08:12 가+가-
영화로 보는 생생하고 감동있는 교육 이야기 <8> '굿 윌 헌팅'을 통한 영성교육의 재발견
# 만남과 대화를 통해 진정한 앎을 가르치다

수학노벨상이라 부르는 '필즈 메달'을 받은 MIT의 램보 교수는 복도 칠판에 수학 문제를 적어놓고 이 문제를 풀면 큰 상을 주겠다고 학생들에게 공언한다. 다음 날 그는 문제의 답이 칠판에 적힌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더 놀라운 것은 답을 적은 사람이 그 학교 청소부 윌 헌팅(Will Hunting)이었던 것이다. 고아였던 윌은 양부의 학대와 폭력 속에서 수차례 입양과 파양을 겪으며 진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비록 그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고 주변 환경은 척박했지만, 그는 비범한 기억력, 분석력, 통찰력을 지닌 천재였다.

그러던 중 고아원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상대와 길거리에서 패싸움을 벌이다 구치소에 수감된다. 그를 지켜보던 램보의 탄원으로 윌은 주 1회 수학스터디와 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석방된다. 정신과의사, 심리치료사, 최면치료사 등 전문가들은 윌의 독설과 공격성 그리고 기만에 혀를 내두르며 상담을 거절한다. 최후 수단으로 램보는 자신의 대학동기이자 교수이자 심리치료사인 숀 맥과이어에게 윌을 부탁한다. 윌과 숀, 만만치 않은 두 사람은 서로의 '핫 버튼(hot button)'을 건드리며 대치하지만 결국 둘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간다. 숀은 윌의 천재성과 능력을, 윌은 숀의 인간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통찰력을 존중하게 된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숀은 윌에게 책과 이론을 통한 앎이 아니라 만남과 대화를 통한 진정한 앎을 가르친다.

"책 따위에서 뭐라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무엇보다 네가 너 자신에 대해 말해야 돼. 네가 누군지 말이야. 그러면 나도 관심을 갖고 네 이야기를 들어줄게…. 너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거야. 너 스스로 어떤 말을 할까 겁내고 있으니까. 어떻게 할 것인지 네가 스스로 선택해."

# 동등한 인간으로 소통 … 아픔과 상처에 동참

침묵에서 고백으로 그리고 마침내 대화를 통해 윌은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열어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일곱 번째 만남에서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라는 숀의 말에 철문처럼 닫혔던 윌의 마음이 열린다. 그때 윌은 처음으로 내적 치유를 경험한다. 죽었던 감정이 살아나고 내면에 드리웠던 어두운 그림자와 방어 기제가 해방을 경험한다. 비로소 가슴이 뛰고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무기력과 도피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용기 있게 자신을 알아봐 준 최초의 사랑, 스카일라를 향해 힘차게 달려간다. 물론 이후로도 헤쳐나가야 할 난관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윌은 비로소 자기가 누구인지, 두려움의 원인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 깨닫게 된 것이다.

오늘의 영성교사는 숀에게 배울 것이 많다. 그에게는 일체의 허세, 기득권, 잘못된 권위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숀은 철저하게 인생 선배, 친구, 상담사로서 윌의 아픔과 상처에 동참한다. 동등한 인간으로서 윌과 소통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 심지어 자신의 상처, 약점, 부끄러움까지도 스스럼없이 나누고 공유한다. 그는 램보처럼 윌을 몰아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눈앞에 있다 하더라도 윌의 마음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며 지지해준다. 끊임없이 격려하고 도와주되 선택과 결정은 전적으로 윌의 손에 맡기는 것이다.

# 적극적인 공감과 경청, 교사가 갖춰야 할 중요 덕목

또한 그는 분별력 있게 도전과 직면을 사용할 줄 안다. 윌의 독설, 공격성, 비아냥이 도를 넘을 때는 명확하게 경계를 설정하고,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것은 너를 위해 유익하고 필요한 것이야.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 그리고 모든 결정에는 책임도 있음을 기억해." 윌과의 대화에서 숀은 언어행위 뿐만 아니라 눈빛, 표정, 음색, 분위기 등 비언어적 소통에서도 섬세하고 유연하게 반응한다. 무엇보다 숀이 윌에게 보여준 깊은 관심과 사랑, 적극적 공감과 경청이야말로 영성교사가 갖춰야 할 중요 덕목인 것이다.

2020년의 한국사회는 '과잉사회'(excessive society)이다. 감정, 에너지, 욕망, 갈등, 대립 과잉이 한국사회를 '피로사회'가 되게 한다. 한국 사회에는 너무 많은 램보가 있다. 물론 램보는 외적 역동을 일으킨다. 하지만 외적 역동 위주의 삶은 '행위와 존재의 괴리'를 초래한다. 이사야 선지자는 세상을 향한 구원자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다. "내가 붙드는 나의 종, 내 마음에 기뻐하는 자를 보라... 그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실로 정의를 시행할 것이라"(사 42:1~3). 이사야의 비전과 숀 맥과이어의 지도력은 우리에게 이렇게 요청한다. "오늘의 영성교사는 약한 생명을 품되 그 속에서 새 희망과 능력이 솟아나는 '변형의 영성교육'(spiritual education for transformation)을 지향해야 한다."

이규민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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