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영성교사
[ 생감교육이야기 ]
작성 : 2020년 03월 31일(화) 10:48 가+가-
영화로 보는 생생하고 감동있는 교육 이야기 <13>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통한 영성교육의 재발견
#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

유달(Udall)은 유명한 로맨스 소설가이지만 정작 자신은 로맨스가 불가능하다. 심한 결벽증, 강박증에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델만큼 뜨거운 물에 손을 씻고 비누는 한번 쓰면 쓰레기통에 버린다. 문은 다섯 번을 반복해서 잠궈야 하고 길바닥에 난 금은 절대 밟지 않는다. 사람들과 부딪칠까 봐 피해 다니고 식당에 가서도 자기가 가져온 일회용 도구만 사용한다. 한 식당을 정한 후 고정좌석만 고집하고 서빙 역시 정해진 사람에게만 받으려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입만 벌리면 상대방의 약점을 꼬집고 분위기를 망치는 특별한 재능이다. 이런 행동과 독설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피하고 종업원은 물론 매니저도 제발 그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그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캐롤(Carol)뿐이다. 한데 예기치 않은 사건이 일어난다. 이웃집 청년 사이먼이 입원하면서 원치않는 책임이 그에게 주어진다. 강아지 버델(Verdell)을 대신 맡아 키워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유달과 버델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고 버델은 눈치를 보며 한쪽 구석에 머리를 파묻는다. 끼니때가 되자 유달은 하는 수 없이 그릇에 베이컨을 담아주고 버델은 눈치를 살피다 베이컨을 먹기 시작한다. 버델을 데리고 거리로 나갔을 때, 버델이 길바닥 금을 밟지 않으려 애쓰는 것을 본 유달은 비로소 그에게 마음을 연다. 유달의 가슴 한복판에 따뜻한 온기가 올라오고 북극 같던 그의 삶에 봄이 찾아온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톨스토이의 소설이 있다. 이 소설에서 톨스토이는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감"을 보여준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well as it gets)' 영화 역시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감"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인지 혹은 인간관계에서의 상처 때문인지 유달은 철저히 고립된 삶을 살아간다. 넓은 아파트에서 덩그러니 혼자 글을 쓰며 누구의 방문도 거부하며 외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단 한 사람, 캐롤만이 그에게 귀를 기울여줌으로써 밀봉된 그의 삶에 산소를 불어넣어 준다. 캐롤은 유달이 마음을 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준다. 유달에게 캐롤이 친구이자 연인이었다면, 버델은 선물이자 자녀 같은 존재였다. 타인과의 관계 불능에서 벗어나 자기 밖의 세계로 한 발 내디딘 유달은 드디어 타인의 장점을 발견하고 그를 자기 경계 안으로 불러들여 보호와 돌봄을 베푸는 존재로 성장한다.

# 포스트-코로나 시대엔 공동체성 지향

인간은 누구나 사랑받고 또 사랑을 주고 싶은 본능이 있다. 인간을 창조한 하나님이 영원한 사랑 속에서 자신을 닮은 인간을 만드셨기에, 인간은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 속에 살다가 사랑으로 돌아가도록 지음받았다. 인간 삶이 곧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고립되어 있었기에 유달은 정상적 삶을 살 수 없었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가상에서라도 이루어보고자 소설을 썼을 것이다. 그의 소설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고 독자들에게는 인간 심리, 특히 여성의 마음을 탁월하게 공감하는 작가로 알려졌지만, 그건 유달의 머릿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이 그의 사랑을 가로막는 것일까? 어린 시절부터 그가 원했던 것은 사랑이었지만 미움과 거부가 돌아왔기에 내면에 '반동형성'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그깟 사랑은 필요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아." 남이 나를 거부하기 전에 먼저 거부하고 남이 나를 미워하기 전에 먼저 미워함으로써 자기의 여린 내면을 보호하려 했던 것이다. 다행히 그런 그에게 캐롤이 구원자처럼 다가온다. 그 위에 유달이 쓰레기통에 내던졌던 버델이 그에게 선물처럼 주어진다. 캐롤과 함께 버델도 유달을 위기에서 건져주는 구원 천사가 된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코로나 위기에 놓여 있다. 프리-코로나 시절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외쳤다면, 지금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를 외친다. 향후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외침은 무엇일까? 프리-코로나의 집단성(collectivity), 코로나 시대의 개별성(individuality)을 넘어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공동체성'(communality)을 지향한다.

하나님이 사랑 안에 존재하는 것처럼 '이마고 데이'(imago Dei)로서의 인간도 사랑으로 살아간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지향하는 인간공동체는 서로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를 세워주는 은사공동체로 성장하도록 부름받고 있다. 유달의 능력, 캐롤의 성품, 버델의 공감이 만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공동적 삶을 가능케 한 것처럼, 코로나와 포스트-코로나 시대 영성교사는 '상생-연대-협력'에 기초한 치유와 회복 사역에 앞장서도록 부름 받는다.

이러한 치유와 회복 사역은 스바냐 선지자가 꾸었던 꿈을 현실 가능한 실재로 앞당기게 될 것이다.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에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이시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습 3:17).

이규민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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