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캡틴, 마이 캡틴" 제자의 영혼 깨우는 교사
[ 생감교육이야기 ]
작성 : 2020년 01월 01일(수) 00:00 가+가-
영화로 보는 생생하고 감동있는 교육 이야기 <1>'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한 영성교육의 재발견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중에서.

영화는 모든 세대에 걸쳐 강력한 흡인력과 전달력을 지니고 있다. 그 속에는 이야기, 웃음, 감동, 꿈 그리고 도전이 있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이웃을 발견하고 세상을 새롭게 발견한다. 이 시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 이야기와 감동과 꿈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교회나 학교보다 영화관을 찾는지도 모른다.

향후 16회에 걸쳐 '이야기, 감동, 꿈이 있는 기독교교육'을 연재하고자 한다. 영화의 명장면, 명대사를 중심으로 참된 교육, 영혼을 살리는 교육을 말하고자 한다. 책으로 배우는 교육보다 살아있고, 강의로 배우는 교육보다 입체감 있는 '생생한 교육, 감동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감 교육 이야기'를 향한 첫 걸음을 불후의 명작 '죽은 시인의 사회'로 시작해본다.





1859년 창립된 명문사학 웰튼아카데미의 개강식에 존 키팅이 부임한다. 모교의 영어교사가 된 키팅(Keating)은 수업 첫 시간, 교실 앞문으로 들어와 교실을 통과한 채 그대로 뒷문으로 나가버린다. 학생들이 어리둥절한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자, 그는 장난스레 얼굴을 들이밀고 이렇게 말한다. "얘들아 뭐해. 빨리 나와." 그들은 우르르 뒷문을 향해 선생님에게 나아간다.

키팅 선생님이 멈춰 선 자리에는 학교 역사와 업적을 보여주는 상패, 트로피, 졸업생들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사진 속 젊고 패기만만한 선배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다. 키팅 선생님은 선배들이 현재 너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잘 들어보라고 한다. 사진에 귀 기울이는 학생들 뒤에서 키팅은 이렇게 속삭인다: "Carpe Diem"

"카르페 디엠"은 로마 음유시인 호라티우스가 오데스 1:11에 사용한 말로 "현재를 즐기라"라는 뜻으로 번역된다. 하지만 이것을 직역하면 "Seize the Day", 즉 "오늘에 충실하라"는 말로 무엇보다 시간의 덧없음과 인생이 유한함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첫 수업에 '오늘 하루에 충실한 너 자신의 삶을 살라'는 깊은 교훈을 심어준 것이다.

키팅은 학생들에게 인생의 비밀을 알려 주겠다며 모이라고 외친다. "시가 단지 아름다워서(cute)가 아니라, 우리가 인류의 일원이기에 시를 읽고 쓰는 것이야. 인류는 열정(passion)으로 가득 차 있다." 전통, 명예, 최고만을 지향하며 통제와 규율 속에 갇힌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삶의 열정을 찾아 표현하며 살아가라고 가르친다. 세상이 잃어버린 진정한 가치인 아름다움, 낭만 그리고 사랑을 시에서 발견할 것을 요청한다.

키팅 선생님은 영어교사이기 전에 영성교사 같은 존재였다. 시를 배우고 외우고 연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시(詩))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억압, 세상의 압력, 교과서의 틀에 갇힌 채 자신의 생각과 말을 잃어버린 토드(Tod)의 마음을 키팅 선생님은 꿰뚫고 있었다. 토드의 눈을 가린 채 내면으로의 여행을 안내한다. 내면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꺼내고 말하고 외치라고 요청한다. 토드를 격려하고 도전함으로써 죽어있던 토드의 감성, 언어, 시심을 일깨운다. 그때 비로소 토드의 마음이 열리고 입술이 열리고 죽었던 시인이 살아난다. 토드는 자기 자신과 대면하게 된 것이다.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죽은 시인의 사회'이다. 공부, 입시, 취업, 결혼, 출산, 집과 자본 마련을 위해 끝없이 달리도록 강요당하는 사회가 곧 죽은 시인의 사회인 것이다. 신기루와 같은 '스카이캐슬'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 사회는 자신을 잃어버리고 영혼이 메말라 가는 '에스겔 골짜기'가 되고 있다. 죽음('Tod'는 독일어로 '죽음'을 의미)과 같았던 토드에게 삶의 의미와 주체성을 일깨워준 키팅 선생님. 학생들은 자기 영혼의 눈을 뜨게 해준 선생님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오 캡틴, 마이 캡틴!"

오늘의 한국교회와 사회는 이 시대의 영혼을 일깨워줄 교사를 필요로 한다. 가정, 학교, 교회, 사회에서 다음 세대의 감성, 언어, 시심, 영혼을 깨워줄 교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키팅의 말처럼 우리는 인류의 일원이기에 시를 읽고 쓴다. 그리고 인류는 열정(passion)으로 가득 차 있다. 참 인간으로 오신 예수는 그의 삶을 통해 참된 열정은 물론 고난(Passion)도 함께 감당할 수 있어야 함을 보여주셨다.

키팅 선생님을 향해 "오 캡틴, 마이 캡틴"이라고 외쳤던 웰튼의 학생들처럼, 자신들의 영혼을 일깨워줄 선생님, 영원한 교사이신 그리스도를 향해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며 절망의 자리를 디디고 우뚝 서는 다음세대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기대하며 기도한다.



이규민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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