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의결구조, 투명한가? 모두가 참여하는가?"
[ 연중기획ESG ]
작성 : 2022년 12월 13일(화) 22:48 가+가-
새롭게 이롭게-G(12) 결산

거룩한빛광성교회 열린당회 모습.

"교회의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투명하게 의사결정할 수 있는 구조인가?"

ESG의 G, 지배구조(Governace)의 핵심은 이 질문으로 요약된다. 기업이든 국가든 지속가능하려면 투명하게 경영해야 한다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 됐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교회의 의사결정구조다. 교회 의결구조 변화에 대한 요청이 계속되는 가운데, 본보는 한 해 동안 건강하고 민주적인 의결구조를 갖춘 교회를 소개해왔다. 사례와 함께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개교회가 형편에 따라 의결구조를 건강하게 개선해주길 요청했다.

높은뜻광성교회 청년마을공동체의 확대운영위원회.
교회에 ESG 도입을 위해 순천노회 광양대광교회(신정 목사 시무)는 1년을 준비했다. 교역자들이 연구하고 수차례 컨퍼런스를 열어 공감대를 넓혔다. 교회는 무엇보다 모든 구성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하나님 나라를 위한 헌신에 참여하도록 장려했다. 그 결과 세대별로 교구를 편성하고, 교구 아래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광양대광교회의 세대별 ESG위원회는 독립적이다. 교회의 기존 의사결정과 완전히 다른 구조로 조직됐다. 스스로 사역을 기획하고 예산을 집행하고 실천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교구가 마음만 모으면 실천까지 일사천리다. 지난해 8월 이프간 특별 기여자에게 당국의 방침이 세워지기도 전에 물품을 전달하는 등 민첩한 대응이 가능했다.

민주적인 교회 운영을 위해 당회와 제직회를 이원화한 교회도 있었다. 평북노회 높은뜻광성교회(이장호 목사 시무)는 당회와 제직회를 분리했다. 당회가 교회 정책을 고려해 큰 틀에서 예산의 방향을 정해면, 제직부서가 예산을 편성한다. 당회원인 장로는 제직회원이 될 수 없고, 재정 집행의 최종 결재권자는 제직회장직 수행자다. 당회 권한의 일부를 제직회와 나눠 가진 셈이다. 또 높은뜻광성교회는 2014년부터 분기별로 확대당회를 개최해왔다. 청년교구 2명, 3.4.+교구 1명, 젊은부부교구 1명, 차세대 교사 1명, 권사회 1명, 안수집사회 1명, 시무를 마친 장로 1명이 언권위원으로 참여한다. 당회는 청년마을공동체의 의견을 수용해, 코로나19 상황 중 찬양 관련 유급 사역자 추가 편성,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 재정 지원 등을 진행했다.

세계교회협의회 등 세계교회의 연합기관들은 총대 선출 시 반드시 여성, 평신도, 청년층에 할당제를 적용해 청년들이 의결권을 가진다. (WCC=Joanna LindAⓒ)
서울서북노회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 시무)에선 평신도가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었다. 정관에 '평신도는 교회 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교회는 이를 위해 노력한다'고 못박아둔 거룩한빛광성교회의 사역은 평신도로 구성된 30여 개의 위원회가 맡아 자율적으로 진행한다. 위원회는 위원장과 팀장 체제로 운영되며 서리집사도 참여가 가능하다. 교회엔 온라인 민원신청 게시판 '두드림'도 운영됐다. 평신도 누구나 교회에 불만이나 시정 사항을 요청할 수 있다. 글이 올라오면 담당부서는 2주 안에 피드백을 해야 한다. 두드림을 통해 강대상 계단 옆 휠체어 통로가 설치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교회는 당회를 '열린당회'로 운영해 교회 인터넷신문 기자의 취재를 허용하고,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모두가 볼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투명한 의사결정구조다.

청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교회도 있었다. 부산동노회 백양로교회(김태영 목사 시무)는 2009년부터 청년회를 독립시키고 예산 집행의 자율권을 줬다. 명사초청집회와 찬양단 컨퍼런스, 선교사 지원, 단기선교 및 비전트립 등의 기획과 집행을 청년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시행한다. 청년들이 시대에 맞는 선교사역을 그들만의 아이디어로 진행하는 것이다. 서울강북노회 동성교회(김정현 목사 시무)도 청년부 자치 운영으로 유명하다. 2005년부터 청년부를 독립시켜 재정과 운영에 자율권을 보장했다. 청년들은 헌금한 예산으로 사역을 진행한다. 담당 부교역자 사례비도 이 예산에서 집행된다. 당회는 큰 틀에서만 점검 역할만 감당하고, 청년 간사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나간다.

금호중앙교회에서는 지난 해 처음으로 장로들의 연임 투표가 실시됐다.
몇몇 교회는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피하고, 많은 교인들이 참여하도록 신임·임기제를 시행한다. 서울노회 금호중앙교회(안광국 목사 시무)는 2019년부터 '임기 및 연임제도'를 실시했다. 2021년 장로 3인에게 첫 적용됐는데, 연임투표를 실시해 모두 통과됐다. 금호중앙교회의 시무장로는 임기 6년,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위임목사는 연임 횟수 제한 없이 '6년 임기제'가 적용된다. 목사, 장로 모두 연임을 위해 공동의회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전북노회 전주강림교회(양인석 목사 시무)는 20년 전부터 임기제를 실시했다. 전주강림교회는 2002년부터 목사 6년 재신임, 장로 임기 10년 단임제를 시행 중이다. 목사는 6년마다 제직회에서 신임투표를 실시하고,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당회와 협의해 사임해야 한다. 시무장로는 10년 임기 후 '봉사장로'로 사역한다. 양인석 목사는 2019년 세 번째 신임투표를 거쳤다.

지역사회 의사결정과정에 적극 개입하는 교회도 발견했다. 평북노회 높은뜻하늘교회(한용 목사 시무)는 교회가 위치한 상가 건물의 관리에 참여한다. 상가 소유주들은 2016년부터 건물 관리단 임원을 구성했는데, 그때부터 한용 목사가 무보수로 관리단 회장직을 섬기고 있다. 교회 부교역자와 상근 간사도 관리단의 행정 사무 회계 등 여러 업무를 나눠 감당한다. 교회는 관리단을 통해 한 건물에 있는 소유주와 입주자들을 섬겼다. 관리단은 지하주차장의 요금징수기, 옥상 핸드폰 중계기를 설치하는 등 수익사업을 통해 건물 관리비가 오르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또 교회가 상가의 음식점 미용실 약국 편의점 등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지역주민들에게 발행하기도 했다.

백양로교회 '버팀 청년회'.
1년간 ESG-G를 연재하면서, 한국교회의 의사결정구조가 대부분 소수에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을 들었다. 기성세대를 대변하는 중직자들에게 발언권이 있고,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를 애초에 들을 수 없는 구조라는 비판이다. 결국 한국교회 의결구조는 수직적, 중앙집권적이고, 민주적이거나 협력적이지 못하다는 쓴소리였다. 기업이 ESG가치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하나다. 경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교회도 ESG 가치를 받아들여 내부 운영방식을 개선하고, 선교 사역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최샘찬 기자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