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은퇴는 최고의 면류관
[ 특집 ]
작성 : 2023년 06월 23일(금) 12:01 가+가-
이 시대의 목사직을 말하다 4. 원로목사제도의 현재와 미래
총회 정치부는 수도권을 비롯한 네 차례의 정책협의회 보고회 및 공청회를 갖고 총회 현안을 선정해 도출한 연구 결과를 기독공보 3382호에 발표하였다. 필자는 그 가운데 원로목사에 대한 내용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정치부는 기독공보에 원로목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정치부는 그동안 연구한 현행 '원로목사(원로장로) 제도 변경(또는 폐지)'에 대해선 현행 존치를 주장했다. 하지만 현행 원로목사 규정 중 '예우' 문구는 헌법에서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단 '노회의 허락'이라는 요건은 존치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를 위하여 수고한 목사·장로들의 명예를 기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예우' 문구를 헌법에 명시함에 따라 나타나는 부정적인 현상을 무시할 수 없다." 본인은 이런 연구 결과가 비효율적이고 교인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2021년 12월 31일 현재 우리 교단 목사는 2만 1423명이다. 이중 은퇴목사는 1688명, 원로목사는 601명, 공로목사는 801명이다. 지난 10년간 우리 교단 교인은 2백 81만 531명에서 2백 35만 8914명으로 16.1% 감소하였다. 그러나 목사는 1만 6853명에서 2만 1423명으로 27.1% 증가하였다. 총회 통계위원회는 향후 5년간 교인이 207만 8801명으로 11.3% 감소할 것(제107회 통계위원회 보고서)이라고 예측하였다.

그러나 향후 5년간 은퇴목사는 물론이고 원로목사, 공로목사도 더 증가할 것이다. 교인은 감소하는데 섬겨야 할 목사는 증가하는 이런 현상에 대해 교회와 교인들은 어떤 반응을 나타낼까? 한국교회는 1970~1990년대에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20년 이상 목회하고 은퇴한 원로목사들이 2000년대 들어 많아지기 시작했다.

2,30년 전까지만 해도 만 70세를 넘겨 은퇴하는 목사를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70을 넘겨 은퇴하는 목사가 많아졌으며 원로목사도 증가하였다. 최근에는 원로목사를 두 분 이상 모시는 교회도 종종 볼 수 있다. 목사는 은퇴하고도 체력적으로 건강하고 마음에도 여력이 있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여력이 오히려 후임 목사와 교회에 부담이 된다. 원로목사를 모시는 교회는 원로목사의 생계비를 일부 지원하면서 10년 혹은 20년 이상 지원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의 갈등이 야기되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 일부 교회에서 원로목사를 모시지 않기 위해 담임목사를 청빙하면서 나이를 '55세 이상'으로 제한하기도 하며, 사역 20년이 가까이 다가오면 '교환목회'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교회들끼리 목사를 교환하기도 하고, 사임을 강요하기까지 한다. 은퇴금을 마련하기 위해 후임 목사에게 전임자의 은퇴금을 요구하기도 하고, 교회를 합병하기도 한다.

목사의 은퇴는 최고의 면류관이다. 더구나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실족하지 않고 목회를 하였다는 것은 목사 개인적으로는 성실성과 능력으로, 교회는 한 목사를 잘 섬겼다는 자랑스러운 일이요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은퇴목사가 되고 원로목사, 공로목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축하할 일인가.

우리 교단 헌법 제27조 8항은 "원로목사는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을 목사로서 시무하던 목사가 노회(폐회 중에는 정치부와 임원회)에 은퇴 청원을 할 때나 은퇴 후 교회가 그 명예를 보존하기 위하여 추대한 목사다. 원로목사는 당회의 결의와 공동의회에서 투표하여 노회(폐회 중에는 정치부와 임원회)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그 예우는 지교회의 형편에 따른다"고 하고 있다.

헌법 제27조의 목사의 칭호는 13가지이다. 13가지 칭호 가운데 은퇴 후 목사의 칭호는 '원로목사', '공로목사', '은퇴목사' 3가지이다. 그런데 은퇴 후에 어떤 호칭으로 불리느냐에 따라 목사의 목회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호칭이 목회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면 신앙적으로 분명 불공평하고 불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

사도 바울은 "자랑하는 자는 주 안에서 자랑하라"(고전 1:31)고 하였다. 사실 모든 은퇴 목사가 한 교회를 20년 이상 섬기지 못했더라도 목사직을 정년까지 감당하고 은퇴한다는 차원에서 원로목사이고 노회장을 지내지 못했지만 노회원으로 노회를 섬겼다는 차원에서 공로목사가 아닌가? 그런데 평생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따라 헌신한 것을 자랑해야 할 목사가 은퇴 후에까지 이런 호칭에 연연하고 호칭으로 목회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한다면 하나님 앞에서 무엇이라 말하겠는가?

원로목사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다. 미국의 경우 원로목사 제도가 없다. 오히려 은퇴하면 사역지를 떠나 먼 곳으로 이사해야 한다. 그런데 목사가 이런 호칭에 연연하고 은퇴 후에도 교회 사역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원로목사라는 끈을 놓지 못하니 원로장로가 생기고 이제는 공로목사가 있느니 공로장로도 신설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정치부가 "공로장로는 신설해야 한다"는 비개혁적인 안은 내놓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섬겨야 할 목사가 섬기지 않고 섬김을 받으려 하니 장로인들 가만히 있겠는가. 안수집사나 권사들이 우리도 원로, 공로를 신설해 달라고 하면 무슨 이유를 들어 거절한단 말인가?

시기상 문제일 뿐 원로목사, 공로목사는 없어질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네가 누구에게나 혼인 잔치에 청함을 받았을 때에 높은 자리에 앉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너보다 더 높은 사람이 청함을 받은 경우에 너와 그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이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라 하리니 그 때에 네가 부끄러워 끝자리로 가게 되리라"(눅 14:8,9)고 말씀하셨다.

김지한 목사/ 호산나교회, 제102회기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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