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공경과 부모 공경
[ 디지털시대의효이야기 ]
작성 : 2024년 07월 24일(수) 09:24 가+가-
유대인은 가정에서 부모 공경의 효를 자녀에게 심도 있게 가르친다. 엄격한 가정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공경을 자녀에게 가르치기 위해 아버지가 외출 중에라도 아버지가 사용하는 식탁 의자를 비롯한 어떤 물건도 허락 없이 함부로 앉거나 만지지 못하도록 한다. 왜 유대인은 부모 특히 부의 권위를 자녀가 인정하고 부모를 공경하게 하는가? 이는 십계명의 제5계명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십계명은 하나님과 사람과의 관계를 규정한 제1계명에서 제4계명까지, 즉 '대신 계명'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규정한 제5계명에서 제10계명까지, 즉 '대인 계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제5계명은 대신 계명과 대인 계명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제5계명이 대신 계명과 대인 계명을 서로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신 계명의 핵심 가치인 하나님 공경은 부모 공경을 통해 자녀,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전수된다.

제5계명의 부모 공경의 '공경'은 헬라어로 '티마오'인데, 이는 하나님 공경의 '공경'과 같은 단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하나님을 공경하듯 부모를 공경하라는 의미다. '티마오'를 풀어쓰면 "무겁게 대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님이나 부모님을 무겁게 대한다는 것은 하나님과 부모님을 가볍게, 그리고 경솔하게 여겨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부모 공경'과 '하나님 공경'에 똑같이 '티마오'라는 용어를 사용했을까? 그 이유는 무엇보다 하나님 말씀의 전수와 깊이 관련된다. 신앙의 베이스캠프인 가정에서 하나님 말씀을 가르치는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다면 과연 하나님의 말씀이 제대로 자녀에게, 더 나아가 공동체 사회에 전수될 수 있겠는가? 신명기 6장의 쉐마교육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철저한 말씀을 교육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만일 자녀가 부모를 무시하고 경홀히 여긴다면, 즉 부모 공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쉐마교육도 허사다.

예수님도 부모 공경과 하나님 공경이 결코 나누어 볼 수 없음을 마가복음 7장에서 유대인의 관습인 소위 '고르반'의 문제를 제기하시면서 이를 분명히 드러내신다. 예수님께서는 자녀들이 고르반, 즉 '하나님께 바친 것'이라고 하면서 부모가 필요해서 달라고 하는 것을 거부하며, 부모의 요구를 무시하고 부모를 천대하는 것을 비판하셨다. 더 나아가 예수님은 마가복음 7장 7~9절에서 사람들이 만든 계명과 관습으로 부모를 공경하지 않으면서 하나님을 경배하는 것은 헛된 것임을 분명히 지적하셨다.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깊이 성찰할 것은 비록 일부 교인에게 해당할 수 있지만, 하나님을 더 높여 공경해야 한다는 핑계로 부모를 소홀히 대하더라도 자신의 신앙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과연 이러한 신앙관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인가? 이런 태도가 마가복음 7장의 말씀에 비추어 진정 예수님의 뜻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하나님을 공경하는 것은 부모 공경하는 것과 함께한다'고 생각한다면 매주 교회 예배에 참석하듯, 일주일에 최소한 한 번 정도는 다른 곳에 살고 계시는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드리는 것이 타당하다. 또 하나 새겨 둘 것은 하나님을 위한다고 교회 일에 헌신하면서 부모를 무시하거나, 돌보지 않는 사람을 신앙이 좋다고 교회 중직에 세우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깊이 고려할 사항이다. 디모데전서 5장 8절에는 이런 사람은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악한 자라고 선언하고 있다.



박철호 목사 / 오직예수교회·기독교효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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