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만남이 아니길
[ 미션이상무! ]
작성 : 2024년 07월 17일(수) 10:59 가+가-

지난 1월 진행된 신병교육대대 수료예배 및 관문 세례식 모습.

각 군의 신병교육부대는 손에 총을 잡아본 적이 없는 민간인 장정들이 군인으로 육성되는 군 전투력의 출발점이다. 이와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던 청년들, 교회에 가본 적도 없는 청년들이 복음을 듣고, 세례를 받고,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는 기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훈련병 사역을 군선교의 꽃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전방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의 사역을 통해 이 말에 크게 공감했다.

사실 최근에 와서는 훈련병 사역도 과거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과거에 주일이면 거의 모든 훈련병들이 종교시설로 몰려갔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교회는 물론 절도, 성당도 찾아가지 않고 생활관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훈련병들이 많다. 주말에는 일정 시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고, 피엑스(PX) 또한 이용할 수 있다. 장병식사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기 때문에 웬만한 간식은 훈련병들을 교회로 이끄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신병교육대대에서 경험하는 인생의 큰 변화와 도전 앞에서 훈련병들은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5주간의 훈련이 각 기수별로 진행되는 동안 필자는 한 번이라도 더 훈련병들을 찾아가려 했다. 입소 첫 주간에는 야간 인성교육을 통해 신앙의 유익에 대해 전했다. 긴장되는 첫 사격을 앞두고는 긴장한 아들들을 모아 두고 안전을 위해 기도했다. 첫 야간행군을 앞두고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함께하시는 은혜에 대한 시편 23편 4절 말씀을 읽어주며 밤새 길을 걸어야 하는 여정을 위해 기도했다. 줄지어 위병소 문을 나서는 모든 훈련병의 손을 잡아주었다. 야간이나 주말을 활용해 생활관을 방문했고 상담을 원하는 훈련병들을 따로 만나기도 했다. 물론 매 주일 예배시간을 통해 목이 터지라 부르는 '실로암'을 훈련병들과 함께했다. 돌보아야 하는 부대가 신병교육대대뿐만이 아니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일이었고 시간적, 체력적 부담도 있었지만 필자는 생각했다. 이들이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순간에 목사가 곁에 있는 일, 이들이 손을 모으고 기도에 참여하는 일, 예배에 참석하는 일은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지금이 아니면 평생 교회에 가보지 않을 청년들도 있을 거라고.

신병교육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엄청난 변화와 도전을 경험한다. 밤새 게임을 즐기다가 새벽 5~6시에 잠자리에 들던 청년들은 이제 동이 터 오는 그 시간, 기상나팔소리를 듣고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대개는 불규칙하게 생활하던 이들이 이제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으며 규율에 따라 전우들과 함께하는 생활을 시작한다. 개인의 소견에 옳은 대로 살아가던 청년들이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으로 변화되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다. 하지만 그 과정 가운데 훈련병들은 큰 도전에 직면한다. 밤 사경에 폭풍을 만난 제자들의 눈빛을 훈련병들의 눈동자에서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제자들이 밤 사경 바람 부는 갈릴리 호수 위에서 예수님을 새롭게 만났듯, 신병교육대대에서 훈련병들은 우리 인생의 폭풍을 잠재우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기회를 마주하게 된다. 군대가 아니었다면 결코 만나기 어려운 기회이다.

청년들의 인생에 이러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군대, 혹은 신병교육부대에서의 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필자를 포함한 군선교 동역자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동시에 절박한 마음으로 훈련병들을 만나러 간다. 생활관으로, 사격장으로, 각개전투 교장으로, 밤 사경의 행군길로. 이번 만남이 마지막이 되지 않길 바라고 기도한다.

임광식 목사/상승계룡교회·육군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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