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그릇에 임한 은혜
[ 가정예배 ]
작성 : 2024년 07월 19일(금) 00:10 가+가-
2024년 7월 19일 드리는 가정예배

이영 목사

▶본문 : 열왕기하 4장 1~7절

▶찬송 : 438장



하나님께서 오늘 본문에 나오는 여인에게 행하시는 방법이 뭔가 독특하고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그냥 '돈벼락'을 내려주시는 것이 훨씬 손쉽고 빠르고 시원할 것 같은데 하나님께서는 여인에게 빈 그릇들을 최대한 모아 오게 하신다. 그리고 그 빈 그릇들에 기름을 부으며 그릇을 하나씩 하나씩 채워가게 하신다.

우리가 살면서 어려움을 당하여 하나님께 기도할 때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뚝딱 빨리 해결해 주시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 말씀을 보면, 하나님은 더 깊은 곳을 바라보고 계심을 느끼게 된다. 지금 나에게 닥친 그 '고난'보다, '나'라는 사람 자체에 주목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고난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은, 나에게 섬세하게 다가오셔서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기를 원하시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날 여인과 아들들이 빈 그릇에 기름을 부으면서 무엇을 경험했을까? 지금 그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자신들의 집이었다.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후 그들이 집에 들어올 때마다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상상해 보라. 사랑하는 남편, 사랑하는 아버지를 갑자기 떠나보내고 팍팍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내던 그들에게, 집은 더 이상 쉼과 평화의 공간이 아니었다. 집에 들어오면 빈자리가 느껴졌다. 텅 빈 공허함이 몰려왔다. 이제 그들에게 집은, 지금 우리 가족을 짓누르고 있는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숨 막히는 공간이었다. 눈물을 멈출 수 없는, 마음이 무너지는 자리였다.

그런데 빈 그릇에 기름을 붓던 그날, 그 집은 새로운 공간이 되었다. 절망의 공기로 가득하던 집이 기름의 향으로 가득 찼다. 그 향기는 하나님의 섬세한 배려와 사랑의 향기였다. 빈 그릇에 기름을 붓는 여인은 자신의 손을 꼭 잡고 계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 그 자리에 하나님께서 함께 계심을 그들은 경험했다.

이제 그날 이후 날마다 집으로 들어올 때 어머니와 아들들은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우리를 끌어안아 주시는 하나님의 향기, 내 앞길을 책임져 주시는 하나님의 향기, 섬세한 손길로 내 손을 붙잡고 나와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시는 하나님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의 집은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느끼는 공간이 되었다. 나아가 그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고단한 일상의 현장도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하는 기적의 자리가 될 수 있었다.

여기서 인상적인 대목이 하나 더 있다. 하나님께서 빈 그릇을 '모든' 이웃에게 빌리게 명하셨다는 점과, '조금 빌리지 말라'고 하셨다는 점이다. 만약 그들이 이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지 않고 '이게 무슨 쓸데없는 짓인가'라고 하며 시늉만 하여 빈 그릇을 열 개 정도만 빌려왔다면 기름은 딱 그만큼만 나오고 그쳤을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가 날마다 하나님 말씀을 묵상할 때 만약 '내가 아무리 성경을 읽고 많은 시간 묵상해도 내가 너무 부족해서 이 시간에 무엇이 남는지 모르겠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하며 시늉만 낸다면 하나님이 예비하신 풍성한 선물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수 있다.

빈 그릇에는 아무 능력이 없지만, 말씀에 온전히 순종할 때 상상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충만한 은혜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다.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온 마음과 생명을 다해 하나님께 나를 던질 때 그 자리에서 우리는, 나를 섬세하게 만지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것이다. 짓눌려 숨 막히는 텅 빈 인생의 공간을 생명의 향기로 가득 채우시는 하나님의 영광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우리가 시늉만 내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음과 생명을 다해 주님을 의지하며 주님 말씀 앞으로 나아오게 하옵소서. 온전한 순종으로 주님을 따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영 목사/남인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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