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도가와 기독병원’에서 배운다
[ 독자투고 ]
작성 : 2024년 05월 30일(목) 09:08 가+가-
병원을 섬기는 원목인 필자는 지난 4월 22일부터 25일까지 3박 4일간 일본 오사카 소재 '요도가와 기독병원'을 중심으로 한 총회 국내선교부 주관 '총회 제108회기 병원의료선교 워크숍'을 다녀왔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요도가와 기독병원 본관 4층 예배당으로 입실하여 기도하고 내부를 둘러보니 예배당이 마치 오페라극장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요도가와 기독병원은 '예배당을 중심으로 한 치유병원'을 콘셉트로 지어졌다고 한다. 4층부터 9층까지 이어지는 '아트리움 예배당(천장 높이 22m, 250석)'은 구조상 병원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병원 전체가 예배당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입구부터 병실, 엘리베이터까지 마음이 평온할 수 있는 엄숙한 공간을 연출하고 있었다.

"먼저 예배하고 서로 문안하며 사랑의 일을 하라"는 정신 아래 요도가와 기독병원의 하루는 개원 이래 매일 아침 기도회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병원 중앙에 위치한 채플에는 의사, 간호사, 동료 의료진, 사무직원 등 다양한 직종의 직원들이 모여 마음을 진정시키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전체론적 의료'의 철학을 재확인한다고 한다. 아침 임직원 기도회는 이 예배당에서 오전 8시 30분에 시작하여 칭찬, 성경읽기, 메시지(목사, 교회 목회자, 직원, 자원봉사자), 기도, 인사 순으로 진행되며 오전 8시 45분에 마치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다.

이 요도가와 기독병원을 둘러보며 필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첫째, 하루의 첫 시간, 아침 기도회를 드리는 것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병원 임직원 중 기독교인의 비율이 낮음에도, 매일 아침기도회의 자율적인 참석률이 대단했다. 예배실 내 250석의 좌석이 거의 다 찰 정도였다.

일본은 헌법에 따라 정교분리가 이루어진 세속국가 이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이다.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종교기념일이 전혀 없다. 일본의 인구 1억 2000여만 명 중 기독교인은 100만여 명(0.9% 내외)으로 아주 적다.

일본의 종교생활은 관념적으로 이루어진다기보다는 매우 세속적인 단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인은 태어날 때는 신사(神社)에서 축하하고, 결혼예식은 교회(敎會) 예배당에서 하고, 죽어서는 사찰(寺刹)에 묻힌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러한 일본의 문화 속에서도 예배를 사모하는 임직원들의 마음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둘째, 병원 '경영'보다 '선교'가 우선이었다. 이번 일정 중 요도가와 기독병원이 지난 2012년 아시아 최초로 시작한 의료가 포함된 아동 호스피스 병동을 견학하게 됐다. 보건복지부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인력 표준교육과정'을 수료한 필자에게 이는 새로운 체험이었다. 아동 환자를 함께 팀을 이루어 진료하는 의료진·사회복지사·자원봉사자·원목의 섬김을 보며 많은 감동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보건정책으로 종합병원에 호스피스 병동 설치 및 운영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는 있지만 실제적으로 호스피스 병동은 병원의 재정적 수입에는 큰 소득이 없는 진료다. 이러한 현실 앞에 많은 기독병원들이 '경영이 우선인가, 선교가 우선인가?' 갈림길에서 고민을 하기도 한다. 선교적 차원에서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경영에는 큰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의 현실에서 바라본 요도가와 기독병원의 아동 호스피스 병동은 많은 울림을 줬다. 하나의 팀으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을 맞는 환자들을 돕는 이들을 보며 성 어거스틴의 "우리는 하나님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쓰시지 않고는 일하지 않으십니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들의 섬김을 보며 우리나라의 기독병원들이 우선적으로 할 일은 임종을 앞둔 이들을 보듬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나타내는 호스피스 의료가 아닐까 생각했다.

셋째, 사람을 중하게 여기는 예수의 정신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요도가와 기독병원의 창립 이념은 '전인의료' 즉, '몸과 마음과 영혼이 하나 된 사람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는 의료'임을 밝히고 있다. 요도가와 기독병원에서는 이러한 이념을 잘 실천하고 있었다. 의료진과 직원들은 일본인 특유의 겸손과 박애의 정신으로 환자들을 가족처럼 섬기며 치료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문객인 우리의 병원 내 이동과 사진 촬영도 병원의 안내에 따르게 하며, 환자들의 '개인 정보 및 민감한 정보'가 최우선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존중하는 배려가 늘 우선이었다.

방문 일정 동안 의료진과 임직원들의 친절한 환대와 자상한 섬김이 큰 감동이었다. 또한 이번 연수를 준비하시고 섬겨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요도가와 기독병원 내부 예배당의 모습.
정인규 목사/부산 정신건강병원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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