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사회와 교회의 역할
[ 6월특집 ]
작성 : 2024년 05월 31일(금) 08:00 가+가-
‘축소 시대’, 교회의 역할은? ①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축소 시대’에 들어섰다
축소 시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인구 감소'의 현실이다. 2020년부터 우리나라의 총인구 감소가 나타났고 인구분포는 계속 고령화되는 추세다. 출생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지기 시작하는 이른바 '데드 크로스' 현상이 2020년부터 시작됐으며, 특히 2021~2022년에 걸친 코로나 기간에는 전체 인구가 큰 감소세를 보였다. 최근 20년 동안의 연령별 인구분포 변화를 살펴보면 고령화, 출산율 감소, 학령인구의 감소가 뚜렷하다.



#축소 시대의 양상들



이러한 인구 감소 현상과 이어지는 양상들은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지방 중소도시로부터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 현상이다. 그리고 여기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청년층의 인구 이동이다. 전체 이동인구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3%이며, 이러한 청년층의 이동은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20대 이하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경우가 많았고, 30대는 호남권과 영남권에서 수도권과 중부권으로 이동한 경우가 많았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생산주도층의 인구 이동은 '저출산 및 고령화와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지방이 무거주화되고 과소지역화되는 현상' 즉, '지방 소멸 현상'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인구의 감소는 자연적 감소(사망자>출생자)와 사회적 감소(인구유출)로 이루어지는데, 우리나라의 농촌이나 지방의 중소도시들은 이 두 가지 모두를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겪는 도시들을 '축소도시'라고도 부르는데, 어떤 도시의 인구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여러 주택과 기반시설이 공실화되는 것을 말한다.

인구 감소의 현상과 함께 축소 시대를 이끄는 것은 경제성장의 감소이다. 빠른 속도와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경제가 이제는 저성장의 시대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사회적 양극화가 고착화되기 쉽고, 젊은 세대의 미래를 위한 개연성이 줄어들게 된다. 고성장으로 인한 성장사회에서는 낙수효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에게도 경제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었고, 사회적 계층을 뛰어넘는 이른바 '개천에서도 용이 난다'는 계층이동의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저성장으로 인한 축소사회는 사회적 역동성이 줄어들게 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늘어나고 사회복지의 욕구는 높아져 가지만, 이들을 도울 만한 재원을 세수로 확보하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위기감을 더하게 한다. 결국 사회적 불안정이 증가하고 그만큼 사회갈등이 심화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오늘날 이른바 '세습중산층사회' 담론이 부상하고 세대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축소사회 경제의 부정적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축소사회란 외형적 측면의 감소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이른바 나노사회, 디지털 사회가 상징하듯이, 이전 성장시대의 규모의 경제와는 다른 차원의 경제 즉, 디지털 경제를 주목해야 한다. 나아가 AI의 발전과 이어지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현상들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축소사회가 교회에 미치는 영향



인구변화가 초래하는 축소사회는 오늘날 교회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 우연한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물론 교인들의 감소 원인으로 우리 신앙의 순도와 열정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만큼 순수하지도, 뜨겁지도 못한 우리의 신앙은 우리의 삶을 신앙인답지 못하게 함으로 결국 사회적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됐다. 그리고 이는 교회의 복음전파를 어렵게 했다. 수많은 가나안 성도의 존재 앞에 우리는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회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회개는 양적 성장을 지향하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전체인구가 감소하는 사회적 상황 가운데 여전히 교회성장을 교회됨의 우선된 표식으로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숫자적인 면에서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교회의 교회됨을 가늠하는 주요 표지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신학적으로 분명히 할 시점이다. 인구가 줄어들고, 경제도 위축되고, 이에 따라 지방소멸과 축소도시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시대, 이전과 같은 성장 일변도의 사업 및 정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적 상황을 교회는 직시해야 한다. 특별히 교인 수 자체의 감소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감소와 전체적인 고령화, 헌금의 감소와 재정적인 축소, 지방 및 소규모 교회의 축소와 지속가능성의 위기, 그리고 이에 따른 목회자의 이중직 증가 현상이 축소 시대의 우리 교회의 현실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목회신학과 교회의 패러다임 전환



그러나 축소사회가 우리의 신앙과 목회비전을 위축시키는 독립변수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축소사회의 도전을, '복음을 복음되게, 교회를 교회되게, 목회를 목회답게' 만들어가는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성장 시대의 거품으로 가려졌던 복음의 진수를 드러내고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축소사회라는 상황 속에서 모든 교회가 '교회 성장'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임을 자각하며, 복음이 증거하는 교회론에 관한 신학적 건설작업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장보다는 신앙의 성숙과 교회의 건강성 등 더욱 본질적인 푯대를 확인하고 이를 각 교회의 현실에 맞게 추구해야 할 것이다. 교인과 헌금의 숫자를 우선되는 주요 지표로 여기는 옛 습성에서 벗어나, 주님 앞에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한 생명의 탄생과 성숙, 즉 생명 구원을 최상의 지표로 삼는 하나님 나라 중심의 교회론과 그에 걸맞는 생명 중심 목회를 분명히 해야 할 때이다. 예컨대 프로그램 주도, 목회자 주도의 제도적 교회로부터, 관계적이며 단순하고 확산성이 강한 선교적 교회로의 전환을 뜻한다. 교회는 고정된 장소와 그곳에서 벌어지는 행사라기보다는 사람과 가족을 뜻한다. 또한 교회는 세상을 향하여 나아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뜨거운 선교적 영성을 가지고 이 세계에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하도록 선도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축소시대의 교회는 무엇보다 교인 한 사람을 귀히 여기는 따뜻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그 한 사람의 신앙이 개인적, 공동체적, 사회적 차원에서 모두 장성한 분량에 이르도록 이끌어 가는 통전적 목회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임성빈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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