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은 사랑입니다
[ 목양칼럼 ]
작성 : 2024년 02월 08일(목) 13:05 가+가-
재수를 하며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청년이 몇 달 만에 예배드리러 교회에 나왔다. 다들 반가움과 안쓰러움에 청년을 격려하고 위로했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아서 정리를 하고 있을 때 그 청년이 손에 봉투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목사님 아까 예배 마치고 돌아가는데 권사님이 애쓴다고 봉투 하나를 주셨어요. 근데 이걸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는 그의 손을 잡고 기도해주며 말했다. "권사님이 너를 정말 사랑해서 주시는 선물이야 그 마음을 헤아려서 권사님이 기뻐하시도록 너를 위해 아름답게 써 보렴" 자기 자녀를 생각하며 수고하고 애쓰는 청년에게 말로만 격려가 아닌 작은 액수의 용돈을 선물한 권사님의 마음도 따뜻했고, 교회 안에서 받았기에 목사님께 말씀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 청년의 마음도 따뜻했다.

오래 전 일이 떠올랐다. 부교역자 시절 맡고 있는 교회학교 부서에 설날이라 적지만 세뱃돈을 선생님들과 함께 준비해 똑같은 액수를 나눠 주었다. 모두가 특별한 설날 세뱃돈을 받았다며 즐거워 했다. 하지만 그 다음 주에 열린 당회에서 한 장로님의 거침없는 비판이 흘러 나왔다. "아이들을 향한 애정과 사랑도 좋지만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은 자칫 아이들이 물질만능주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교회 내에서 세뱃돈을 안 줬으면 좋겠습니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자식을 향한 사랑에 마음으로 교회학교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사랑의 세뱃돈을 나누는 것이 물질만능주의에 빠질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씁쓸해짐을 느꼈다. 세뱃돈을 주고 안주고의 문제 보다도 교회가 가지고 있는 역할과 사명에 다음세대들에 대한 비중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요즘 교회 안에서 뿐 아니라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어렵다. 지난 연말,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0~14세 아이들의 비율이 전체 인구 대비 11%에 지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옛날에는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만 나가도 아이들을 만나 전도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보기가 힘들다. 교회 안에서도 다음세대 아이들이 급감해 교회학교가 사라진 교회들이 많다고 들었다. 혹자는 코로나 전보다 1/3이 줄어들었다고 하고, 어떤 이는 시대 흐름에 따라 교회학교 아이들이 줄어드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교회 안에서 다음세대들을 보는 것이 귀한 시간이다. 또다른 의미로는 그만큼 다음세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중요한 시간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다음세대 사역자들은 교회학교를 모판이라 부른다. 모판에서 곱게 잘 자란 모가 논으로 옮겨 심겨져 많은 수확을 기대하게 된다. 어려운 시대속에서도 지금 다음세대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우리 어머니들이 자기는 못먹고 못입으면서도 자식들을 향해서는 아낌없는 사랑과 관심을 다했던 것처럼 지금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우리 다음세대들에게 쏟아야 할 때이다. 왜냐면 우리세대가 지나고 나면 다음세대가 한국교회를 이끌고 나가야 하고 신앙의 전수자로 서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세대를 향한 관심과 사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른 어떤 사역보다도 하나님의 말씀이 삶의 중심이 되어 살아가도록 우리의 다음세대들을 믿음으로 세우는 것이 지금 우리교회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이다.

권사님의 봉투나 목사님의 세뱃돈은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다. 올해 설날 예배드리러 오는 아이들의 이름을 써서 미리 세뱃돈 봉투를 만들었다.

"이녀석들아 귀하고 아름답게 자라라. 나무에 붙은 가지처럼 예수님께 꼭 붙어 있어라."



정성철 목사 / 새언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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