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에 있는 마약의 땅
[ 다음세대우리가지키자(마약중독) ]
작성 : 2024년 02월 01일(목) 08:51 가+가-
2019년 어느 날, 너무도 생경한 광경을 만났다. 도심 한복판에서 도로를 불법으로 점유하고 버젓이 마약을 하고 있는 1000명이 넘는 군중을 내 눈으로 보게 되다니, 정말로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중 어떤 이들은 이미 마약에 취해서 길바닥에 누워 잠이 들었고, 또 다른 이들은 은색의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파이프로 만든 수제 곰방대인 '까심보(Cachimbo)'에 마약의 한 종류인 '끄라끼(Crack)'를 올려 연신 흰 연기를 들이 마시고 있었다. 이미 마약에 취해 눈동자의 초점이 풀린 이들도 있고, 흐느적거리는 몸짓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과격한 행동을 하는 이들도 이 불법으로 점유된 도로 가운데에서 날뛰고 있었다. 텐트처럼 검정색 큰 비닐로 사방을 둘러싼 공간 안에서는, 사과 궤짝 위에 마약 덩어리를 올려놓고 면도칼로 잘라서 팔고 있었다. 마약을 사러 온 이들, 마약을 하고 있는 이들, 마약을 판매하는 이들이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오픈 마약 시장(open drug market)'을 열고 있었다. 정말 이게 브라질에서는 가능하단 말인가?

무장한 수십 명의 경찰들은 마약을 사고 파는 이들이 점령한 길 양쪽 끝에 서서 지켜만 볼 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런 광경을 처음 본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이런 모습이 내게 강렬하게 남아 있는 기억의 단편들이다.

2017년 1월 총회 세계선교부 파송 브라질 선교사로 상파울루에 도착했을 때 많은 한인 교포들이 한인촌에서 1km 내에 있는 이 마약촌 근처에는 접근하지도 말고 택시를 타더라도 그 지역을 우회해서 가고, 피치 못해 그 곳을 지나가게 되면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여러 번 말해 주었다. 왜냐면 많은 시민들이 이 지역을 지나다가 강도로 돌변한 중독자들에게 심각한 폭행이나 갈취를 당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TV를 켜면 상파울루의 메인 뉴스 중 하나는 언제나 이 '끄라꼴란지아(Cracolandia, 마약의 땅)'라 불리는 마약촌의 상황, 주변의 피해들, 마약 판매상 체포 작전 등이다. 현재 마약촌 사역 6년차가 되는 우리에게 이 곳은 가장 익숙한 곳이자 여전히 낯설고 무서운 땅이다.

최근 들어 한국의 뉴스들에서도 심심찮게 마약 관련 소식을 접하게 된다. 얼마 전 마약과 관련된 한 유명 연예인의 사망 소식, 마약류를 취급하는 의사들의 마약 중독 사건, 이미 마약이 청소년들에게 널리 퍼졌다는 소식, 마약 청정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한국이 이미 마약 유통의 경로가 됐다는 뉴스들까지, 한국의 마약 상황 또한 심상치 않다.

급격하게 변하는 한국과 세계의 마약 상황을 보면서, 한국 교회는 마약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우리의 성도들을 마약으로부터 보호하고 구출해 낼 방법을 가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실천적 방안들을 공유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에 이번 글로 시작하여 마약으로 빠져드는 사람들과 이를 부추기는 사회구조, 마약의 역사와 종류들, 예방과 갱생을 위한 방안들, 그리고 교회에 대한 제안 등을 써내려 가려 한다.



필자 소개:

박종필 선교사는 현 총회 세계선교부 파송 브라질 선교사로, 마약촌 현장 선교팀인 'PROJETO O REINO DE DEUS(하나님의 나라 프로젝트)'를 비롯해 뼁야장로교회마약갱생원 책임목사, 브라질장로교단 도시선교사, 순회설교자 등을 맡고 있다. 부인 신숙희 선교사는 파송 전 부산의료선교회 세계로병원 유방암센터 과장으로 활동했으며, 2021년 브라질 의사 자격증을 취득해 도시 및 오지 의료선교 사역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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