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주인은 하나님
[ 목양칼럼 ]
작성 : 2024년 02월 01일(목) 10:04 가+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는 한때 개척교회였다. 구멍가게를 시작하는 일에도 눈물과 땀이 진하게 배어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거룩한 교회가 세워지는 일에 어찌 하나님께서 강한 손과 편 팔로 함께 하신 감동적인 이야기가 없을까!

교회 개척을 위해 하나님께서 필자를 부르셨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면서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일단 상가 계약금 마련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필자의 신용등급으로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막상 대출을 받는다 해도 이자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그저 엎드려 기도할 뿐이었다.

개척을 앞둔 어느 날 절친인 중학교 동창이 전화를 걸어왔다. 교회 개척을 위해 상가를 계약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이다. 세상 물정 어두운 목사 친구가 무모한 짓을 벌이다 어려워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계약금을 어떻게 마련할 생각인데?" "글쎄 말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출을 받아야겠지. 가족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그 다음은?" 딱히 답이 없었던 내게 친구가 갑자기 놀라운 제안을 했다. 대출금을 모두 갚기 전까지의 이자를 자신이 감당하겠단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이 더욱 감동하게 했다. 친구는 필자가 교회를 개척할 경우를 대비해서 매일 5000원 혹은 1만 원을 저금통에 넣고 기도해 왔다고 고백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이전까지 친구에게 교회 개척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아니 얼마 전까지 나조차 교회 개척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친구는 필자를 통해 시작될 교회를 생각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와 헌금을 이어가고 있었다. 친구를 통해 개척의 자리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더욱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앞을 가렸다.

얼마 후 친구는 약속대로 대출금의 7개월분의 이자를 선뜻 입금해 주었다. 그의 헌신은 교회 설립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매일 교회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교회의 기도 제목을 보며 함께 기도해 주었다. 매월 정기적인 헌금과 어려운 고비마다 적지 않은 헌금을 보내주었다. 암으로 쓰러져 일손을 놓을 때까지 거의 만 8년 동안 후원이 이어졌다.

이 외에도 교회가 세워지는 일에 이름도 빛도 없이 수고한 사람들의 손길이 적지 않았다. 고향의 어느 권사님은 교회 창립을 축하하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글이 적힌 봉투를 전해오셨다. 봉투 안에는 5만 원 지폐 한 장이 들어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매월 나라에서 받는 생계급여가 그분에게는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그런데 두 렙돈을 드린 과부처럼 자신에게 절실한 생활비 일부를 우리 교회에 보내오셨다.

교회 창립 후 10년이 넘도록 후원 헌금을 보내주시는 권사님도 계시다. 남편도 없이 혼자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양육하시면서 하신 일이다. 넉넉지 않은 살림 형편을 잘 알기에 교회가 자립할 즈음에는 누차 그만하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꾸준히 헌금을 보내주셨다. 어느덧 큰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취업했다. 큰딸도 첫 월급을 받고 감사하다며 적지 않은 헌금을 보내왔다.

교회를 개척하며 절로 고백하게 되는 진리가 있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예수님께서는 교회를 일컬어 "내 교회"(마 16:18)라고 하셨다. 바울은 자신이 개척한 에베소교회를 일컬어 "하나님이 자기 피로 사신 교회"(행 20:28)라고 고백했다. 모든 사역자가 그러하겠지만, 개척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교회를 향한 마음은 각별하다. 그러나 아무리 교회를 위해 헌신한다고 해도 당신의 피와 교회를 맞바꾸신 예수님의 사랑과 감히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개척의 과정은 힘들다. 그러나 과도한 짐에 짓눌리지 않도록 하나님께서는 시의적절하게 필요한 사람도, 물질도 공급해 주셨다. 우리는 다만 잠시 위탁받은 청지기에 불과하다.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다. 하나님께서 세우신다.



안성덕 목사 / 남양주충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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