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장례 행렬...그나마 신앙이 버팀목"
[ 부활절특집 ]
작성 : 2024년 03월 27일(수) 09:27 가+가-
현지 취재 마치고 온 김영미 프로듀서가 말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상황

우크라이나 전사자의 장례식 모습. /사진제공 김영미 대표

폭격으로 엉망이 된 집. /사진제공 김영미 대표
"우크라이나에서는 지금도 공습경보가 하루에 5번 정도 울립니다. 시민들이 스트레스 속에 24시간을 지내며 지난 2년간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습니다. 집집마다 전사통지서가 날아오고, 장례행렬은 연일 끊이지 않습니다. 이들에게야 말로 부활절의 승리와 사랑이 절실합니다."

우크라이나전쟁난민긴급구호연대가 지난 8일 마련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2년 긴급 간담회에서 발표한 김영미 대표(다큐앤드뉴스코리아)는 자신이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취재하며 목격한 이야기를 격정적으로 증언했다.

지난해 12월 25일 우크라이나에 도착해 67일 간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현지인들을 밀착 취재한 김영미 대표는 "우크라이나 군인은 하루에 500명 가량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1년으로 추산하면 18만 명에 이른다. 러시아 군인의 경우 일일 사망자가 1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양국 정부는 이러한 수치를 절대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군인들의 모습 /사진제공 김영미 대표
김 대표는 "전쟁으로 인해 현지 물가가 5배나 뛰었으나 월급은 오르지 않아 사람들이 물건이나 식량을 제대로 구입하지 못하고 있고,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가 지속되어 젊은이들과 시민들은 미래를 생각해 인생의 계획을 세우지도 못한다"며 "특히 젊은이들이 군대에 들어가면 제대로 훈련을 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전쟁에 투입되기 때문에 일찍 죽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김 대표가 우크라이나 상황 중 가장 가슴 아파하는 부분은 전쟁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부상자들이 속출하는 것.

김 대표는 "전사자들의 시신을 다 수습하지 못하고 있어 전쟁을 하던 들판에 시신을 두고 오고 있다. 봄이 오면 데려오려고 표시만 해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두네프루 병원에 시신이 오는데 군인 가족들은 그 병원에 몰려가 가족의 시신이라도 찾으려고 북새통을 이룬다"고 전했다. 전사자의 시신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우크라이나에는 시신을 찾아 가족에게 인도해주는 신종 NGO까지 생겼을 정도라고.

전쟁으로 인해 죽은 시체들은 온전한 경우가 없어 많은 시민들은 DNA 검사로 확인한 가족의 '팔 하나', '다리 하나'만 가지고 장례식을 치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아들 시신을 운반할 수단이 마땅치 않자 자신의 차 조수석에 태워서 데려온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는 매일 장례식이 치러지고, 전사자 군인의 장례 행렬이 마을 곳곳마다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사자들의 장례 행렬이 보이면 일반 시민들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이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시민들은 이러한 애도조차 하지 않으면 그 정신적 어려움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자신의 취재담을 전하고 있는 김영미 대표
또한, 우크라이나에는 전쟁으로 인한 부상자들도 많아 지역 곳곳에 수족이 절단된 상이용사들이 넘쳐나지만 이들을 위한 재활시설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이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한 채 돌아오면 가족들이 부양을 해야 하는데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인 상처를 관리해주는 시스템도 없어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한다.

이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교회 신부들을 비롯한 목회자들은 전쟁의 상처로 찢기고 아픈 우크라이나인들의 의지할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증언이다.

김 대표는 "지금 현재 시민들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게 신앙이라며, 정교회 신부들은 집집마다 사람들을 방문하며 위로하고 있으며, 하루에 장례식을 몇 건씩 하는 경우도 많아 엄청난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예전 친러 정부가 들어섰을 때 시위대에게 정부가 총을 겨누자 당시에도 정교회 신부들은 사제복을 입고 총구와 시민 사이를 막아 섰던 것을 시민들은 기억하면서 목회자들을 자신들의 영적인 버팀목으로서 의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미사일과 드론의 공격으로 인해 시민들은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져 있고, 심지어는 공습경보가 울려도 '죽으면 죽는거다'식으로 대피하지 않는 시민들도 많아 집단적인 정신적인 공황 상태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도 취재 중 숙박하고 있던 호텔 100미터 옆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등 목숨을 위협 받기도 해 귀국 후 정신과 치료와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끝으로 김 대표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의 장기화로 세계가 전쟁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여러 지원이 끊길까 걱정하고 있다"며 "세계인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해 연대하고 지원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된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호소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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