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섭취가 기후를 망친다고?
[ 환경기획 ]
작성 : 2021년 03월 30일(화) 14:57 가+가-
기후위기 시대, 크리스찬이 사는 법 2. 소고기를 먹는다는 것의 의미
가축종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자료출처 유엔식량농업기구)
"돈 벌어 뭐하겠노? 소고기 사묵겠지~!"
몇 년 전 유행했던 말이다. 우리에게 소고기는 월급날, 혹은 생일 등 기쁘고 특별한 날 먹는 맛있는 음식의 대명사이다. 그러나 소고기 먹는 행위를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 하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생태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소고기 섭취가 기후를 망친다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가 지난 2019년 8월 발표한 '기후변화와 토지(Climate Change and Land)'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사람들이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다면, 80억 톤 가량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8년 전세계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371억 톤인데 전세계 사람들이 채식을 한다면 80억 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어 약 22%나 되는 온실가스를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것만으로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UN 또한 가축을 기르며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지구상의 모든 교통수단의 배기가스보다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가축이 내뿜는 메탄은 자동차가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보다 인간에게 86배나 해롭다고 한다.

동물성 식품 중에서도 소는 다른 가축을 기르며 소모되는 양에 비해 물소비량이 월등하게 많다. 음식으로 사용되는 동물과 식물의 물 소비량을 조사한 물발자국네트워크(Water footprint network)에 따르면 각 식품 1kg을 생산할 때 채소의 물 발자국은 322, 곡물은 1644ℓ 정도다. 반면 닭고기는 4325ℓ, 돼지고기는 5988ℓ, 양·염소는 8763ℓ인 반면, 소고기는 1만5415ℓ나 된다.

소의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물이 사용되고, 직접 마시는 물을 합치면 소고기 생산에만 매년 거의 807.7G㎥(8077억 세제곱미터)의 물이 소비되고 480G㎥의 물이 젖소 사육과 유제품 생산에 소비된다는 것이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소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곡식 7㎏과 물 10만 리터가 필요한 셈이다. 게다가 축산업을 통해 나오는 배설물, 이산화탄소 등은 토양과 수질, 대기에 큰 오염을 일으킨다. 또 과거에 비해 1인당 육류섭취량이 증가하면서 공장식 축산이 확산했는데, 특히 삼림 벌채 지역에서 사육된 소는 자연 목초지에서 사육된 소보다 12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인구를 70억 명으로 계산하면 인류 전체는 하루에 200억 리터의 물과 952만 톤의 음식을 먹는데 지구상의 소를 15억 마리로 추산하면 이 소들은 매일 1700억 리터의 물을 마시고, 곡물 6123만 톤을 먹는 셈이다. 세계 인구 가운데 10억 명 가량이 빈곤을 겪고 있는데 인류는 자신들이 기르는 곡식의 50%를 동물을 먹이는데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륙별 가축 혹은 가축으로 만든 식품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유엔식량농업기구)
#육식 줄이고 채식 위주 식단 실천 필요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장 확실한 기후변화 대응활동으로 육식을 줄인 채식 위주 권장식단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채식만으로도 인류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WHO의 권장식단이나 여기서 좀 더 나아간 채식, 그리고 혹은 완전 채식이 식품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29~7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 회보에 발표한 바 있다.

4인 가족이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와 치즈를 먹지 않으면 5주 동안 자가용을 타지 않는 것과 같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낼 수 있고, 일주일에 한 번만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지 않는다면 3개월 동안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육류 소비량 매년 크게 증가

우리나라의 육류 소비량은 1980년 11.3kg에서 2018년에는 53.9kg으로 증가했다.(통계로 본 축산업 구조변화) 육류 소비가 늘어나자 육류 수입량도 증가해 2000년에 39만4000t이었던 육류 수입량은 2018년 104만6000t으로 사상 최초로 100만t이 넘었다. 2018년 통계를 보면 세계 육류 생산량은 3억2700만t이며, 수출량은 3400만t에 달한다.

이러한 육류 생산량의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서 인류는 전세계 농지 가운데 5분의 4를 가축 사료용 목초지 혹은 농경지로 이용하고 있다. 인간은 아마존과 같은 열대우림을 없애고 그 자리에 방목장을 만들거나 가축 사료용 농경지로 만들고 있다.

세계에서 기아를 겪는 82%의 인구가 축산업을 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육식을 하기 위해 기아를 겪는 이들에게 갈 음식을 가축에게 먹이고 있는 셈이다.

#식탁에도 윤리가 적용되어야

소고기를 먹는다는 것이 우리 지구에 어떤 좋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는가를 제대로 알면 우리는 소고기를 먹는 사소한 우리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생태감수성'이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생각 없이 먹는 고기가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윤리적 책임감을 느낀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식습관을 바꾸는 일이다. 우리가 전기차를 사고, 분리수거를 하고, 물을 아껴 쓰는 것만큼 식탁을 변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육식, 특히 소고기 소비를 줄이는 일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우리 노력의 시작점으로 삼으면 어떨까?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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