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전기가 만들어내는 '핵폐기물'
[ 현장칼럼 ]
작성 : 2019년 02월 19일(화) 13:29 가+가-
요즘 우리는 편리하게 사용해오던 것들로부터 역습을 당하고 있다.

손 쉽게 쓰고 버리는 것이 트렌드가 된 지금,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과 자원 낭비가 난무하다. 일회용 컵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을 둘러보면 버려진 후에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관심조차 갖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이렇게 골치아픈 사태를 경각하기 위해 '쓰는데 5분 썩는데 수십 년'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쓰는데 50년, 위험천만 10만년의 1만 5000여 톤 '핵폐기물'이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지 못한다. 처리할 방법조차 제대로 없는 핵폐기물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가 매일같이 쓰는 전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23기의 핵발전소(원자력 발전소)가 운영 중이다. 탈원전 정책을 표방한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5기가 더 늘어나 수년 내로 28기가 된다. 안전하고 확실한 핵폐기물 처리방법은 오리무중이라 발전소 안에 임시 보관(혹은 방치) 되어 있는데 핵발전소 개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이미 국토대비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의 국가다.

편리함, 경제성, 효율성, 친환경의 탈을 쓰고 지난 시대에 영웅처럼 등장했던 원자력 신화는 해가 거듭될수록 잦아지는 사고들과 밝혀지는 진실들로 가장 위험한 에너지인 것이 자명해지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핵발전이라는 발전방식을 수호하며 진흥을 염원하는 찬핵 현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한 세대를 겨우 살고 가는 우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변화를 거부하고 다음세대로 핵폐기물을 떠넘기는 것에 아무 책임을 느끼지 못한 채 편리한 전기를 계속 쓰고자 하는 마음은 도대체 왜일까?

그리스도인들이 새순이 돋아날 때 쯤이면 창조주께 올려드리는 찬양의 한 소절이 이제는 불편하고 죄송할 지경이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더 이상 그리어만 볼 수 없는' 시대가 눈 앞에 버젓이 와있다. 우리에게 주신 청지기적 사명은 교회 안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대적·사회적 소명을 분별하고 옳은 것을 찾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교회들은 정의와 평화, 창조질서 보전을 실현하는 사역에 대단히 소극적이거나 관심을 갖는 것부터가 세속적인 일에 관여하는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해석을 서슴치 않는다.

그러나 핵발전소 운영을 영구히 정지하자는 '탈핵'은 정치적, 진영 논리로 분쟁을 일으키며 찬반이 나뉘어야하는 소재가 되지 못한다. 생명의 관점, 창조질서 보전의 관점에서 마땅한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바로 아는 데서 시작하여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지키고 돌보는 것이 교회의 핵심적인 사역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무분별하게 사용해온 핵에너지는 창조세계를 죽음과 뒤틀림으로 망가뜨려왔음을 기억하고, 창조의 때부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햇빛과 바람을 이용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에 관심과 지지를 보태야한다. 그리스도인이 다음세대를 위해 지속가능한 전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일은 우리들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병든 창조세계를 회복하는 일임과 동시에 하나님의 정의를 생태적인 차원에서 이루는 일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상은 간사/탈핵생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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