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세우고 마을 섬기는 대합교회의 '희망 이야기'
[ 우리교회 ]
작성 : 2023년 09월 07일(목) 07:33 가+가-

2023년 대합교회 유치부 여름성경학교.

2023년 대합교회 아동부 여름성경학교.
【 창녕=임성국 기자】급속한 농촌 인구 고령화, 도시 유입에 따른 인구 가뭄 현상이 심화하면서 목회자들의 고민은 늘 최고조다. 농촌 소멸 우려로 교회에 불어닥친 위기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농촌을 살리고, 농촌교회를 지켜낼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많지만, 대안 마련은 어렵다. 모두가 '현상 유지'를 선교 전략, 맺을 수 있는 가장 큰 열매로 해석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전쟁터와 같은 농촌의 위기 상황을 기회로 풀어내는 우리 교회가 있다. 경남 창녕군 대합면에 자리 잡은 경남노회 대합교회(이상현 목사 시무). 창립 71주년을 맞이한 교회가 엮어내는 '희망 이야기'라면, 농촌교회에 도전이 될 것이라는 주변 교회의 칭찬은 격려와 위로가 된다.

자연스레 대합교회가 품어내는 복음의 향기에 관심이 갔다. 도대체 그 향기는 얼마나 짙길래 하나님의 기쁨이 되고, 마을 주민을 이롭게 하며, 동역자들이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일까. 멀리 서울까지 퍼진 향기를 찾아 8월 마지막 주 대합면을 찾았다.

창녕군 북부에 있는 대합면엔 2302세대가 거주 중이다. 2023년 7월 31일 현재 인구는 3600여 명이다. 유일한 대합초등학교 재학생은 50명, 병설 유치원 등록 원아는 4명이다. 인구 통계대로라면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이 마을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주중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대합교회 시설 한편에는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1990년 대합교회가 설립한 부설 어린이집에는 80여 명의 원아들이 돌봄을 받으며 뛰어놀고 공부하는 소리로 생동감이 넘쳤다.

대합교회 부설 어린이집 원아들.
마을 안 평범하던 어린이집은 2003년 부임한 이상현 목사가 원장을 맡으며 다음 세대를 키우는 기관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지울 수 없는 사연이 있다. 과거를 회상하던 이상현 목사는 "2006년 어린이집 등교를 위해 스쿨차량을 기다리던 원아 한 명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라며 "위독한 아이를 위해 기도했지만, 하나님은 결국 천국으로 데려가셨다. '왜 아이를 데려가셨느냐'고 묻고 기도하는데, '나이 상관 없이 어린 아이도 죽
9월 3일 대합교회 주일 오후 세대통합예배.
는다. 그렇다면 너는 그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겠니?'라고 응답하셨다. 그 이후 '그들에게도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각오로 다음 세대 구원 사역에 열심을 냈다"고 전했다.

사고 후 어린이집에는 눈물 대신 찬양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매주 수요일 드려지는 채플은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온전함과 정성이 가득했다. 모든 행사는 축복기도로 시작하고 예배 예식으로 진행했다. 종교가 없거나 다른 가정의 자녀들도 등록했지만, 20년간 한 번의 민원도 없을 만큼 지혜롭고 신실하게 대처했다. 2016년 신축한 어린이집은 면 소재 원아 대부분이 등록할 정도로 부흥했고, 풍성하게 열매 맺었다.

아이들이 넘쳐나니 교회뿐만 아니라 마을도 활기찼다. 기적, 아니 하나님의 은혜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위대한 일들은 마을과 교회 곳곳에서 일어났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농촌교회의 몸부림은 다음 세대를 향한 각성의 움직임으로 물밀듯 이어졌다. 교회의 모든 예배에서는 다음 세대를 향한 기도 제목이 빠지지 않았고, 당회원을 비롯한 성도들은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이라면 땀 흘림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교회 예산 중 20%는 교회학교 부서에 편성했고, '교회학교 교사 재교육'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분기별로 교회학교 자체 세미나를 열어 외부 강사를 초빙한 교육의 장도 마련했다. 시무 장로들은 교회학교 모든 부서의 장으로 솔선수범했다. 일부 성도들은 부산장신대 '평신도교육사'로 양성돼 전문성을 더했고, 또 다른 성도 중에는 사회복지사, 아동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다음 세대를 향한 섬김에 힘을 보탰다.

이후 교회학교 부서 임원조차 없던 아동부는 초등학교 재학생의 절반인 25명의 학생들이 출석하고, 여름성경학교 때는 전체
학생이 참석할 정도로 성장했다. 매 주일 모든 교회학교 부서에서는 학생 70여 명이 예배드릴 정도로 건강하게 운영되며 다음 세대 사역은 활짝 꽃피웠다. 그 아이들은 '전국어린이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태국 단기선교를 통해 세계를 향한 큰 비전을 품고 복음을 전할 신실한 일꾼으로 양육되고 있다.

이상현 목사는 "대합교회는 하나님께서 다음 세대에 갑절의 영감과 지혜를 주시고, 사랑의 마음을 더하셔서 한국교회와 미래를 위한 탁월한 영적 지도자가 양성되기를 기도하고 노력한다"며 "농촌교회에서 성장한 우리 아이들이 다음, 다음 세대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지도자, 전 세계를 위한 복음의 일꾼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관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매년 장학금을 지급할 정도로 다음 세대 사역에 활기가 넘치면서 마을 안 어르신들을 향한 섬김 사역도 자연스레 이어졌다. 2010년 시작된 마을 경로잔치가 출발이었다. 많게는 500여 명의 어르신들이 잔치에 참석했다. 의료봉사로 그들의 건강을 돌봤고, 윷놀이 등 다양한 놀이문화를 제공했다. 더불어 풍성한 식사를 대접하며 사랑 나눔에 온 힘을 쏟았다. 코로나19 이후 마을 경로당을 직접 방문해 식사를 대접하는 사역으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어르신들은 대합교회의 섬김 사역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섬김은 2015년 교회 부설 재가복지센터를 설립하는 동력이 됐다. 사회복지사 5명, 요양보호사 50명이 속한 시설로 마을 어르신 100여 명을 돌보는 섬김은 계속되고 있다.

다음세대를 키우고, 지역을 섬기는 풍성한 열매의 작은 밀알 중에는 담임 이상현 목사의 열정과 기도가 있었다. 2003년 부임 초창기 교회 내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담임목사 청빙을 받지 못해 무임목사가 될 정도로 큰 아픔이 있었지만, 주야로 기도하며 묵묵히 하나님의 때를 기다린 결과였다. 교회 내 상처와 아픔이 조금씩 치유되자 과감히 넥타이를 풀고 본격적으로 모든 사역에 솔선수범했다. 때로는 아이들의 할아버지처럼, 때론 가족사역을 하는 평신도처럼 친근하게 성도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대합교회 이상현 목사.
대합교회 부설 어린이집 원아들
당시 성도 25명이 출석하는 교회는 100여 명이 출석할 정도로 부흥했다. 교회 재정도 4배 이상 성장해 도움을 받는 교회에서 도움을 주는 교회가 됐다. 최근에는 지역을 섬기고 특별히 다음 세대 공간을 마련하고자 2600평의 땅도 매입했다. 건축위원회를 조직했고 식당과 카페, 교육공간이 포함된 교육관 건축도 계획 중이다.

새삼 농촌교회의 현실을 뒤돌아보니 "다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고백한 이상현 목사는 당회원, 특별히 성도들의 눈물 어린 헌신과 기도에 감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부족한 농촌교회 목사에게 순종하며 땀 흘린 우리 성도, 그리고 우리 자녀들을 위해 헌신한 교사들은 고난 중에도 언제나 동행했다"며 "목사편이 아닌 늘 말씀의 편에서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길 바란다. 다음 세대를 향한 비전을 잊지 말고 한 발짝, 한발짝씩 걷는 성숙하고 성령 충만한 대합교회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