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 독자투고 ]
작성 : 2024년 04월 08일(월) 09:34 가+가-

김지혜 목사

형형색색 예쁜 꽃들이 만발하고 따스한 기운으로 가득한 봄날, 매년 4월 셋째주일이 되면 장애인 주일로 지킨다. 올해는 4월 21일이 제108회기 총회 제정 '장애인 주일'이다. 이 날은 교회 마다 장애인 감수성을 고취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성도들이 함께 연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장애인 중심으로 기획예배를 드리는데 실상 이 마저도 지키지 못하는 교회들도 많다. 장애인 주일을 맞이하며 잠시 그들을 위로하고, 측은히 여기고 연민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평소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서 모든 지체가 하나님께서 친히 이 땅에 부르셨고, 하나님의 동역자임을 인정하고 서로를 바라 볼 때, 진정한 장애인 주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장애'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속성을 말씀하시고 '장애인'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보여주시며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셨다(요 9:3). 따라서 성서에서는 장애인을 결코 '부족'과 '결핍'의 존재로 보지 않는다. 우리도 이와 같이 장애인을 바라본다면 그들을 향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청각장애인을 '못 듣는 사람'이라는 인식에서 수화,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측면을 고려하여 오히려 '잘 보는 사람' 이라고 인식 할 수 있다. 또 시각장애인은 '볼 수 없는 사람'이라기 보다 '보는 감각 이외 다른 감각이 매우 탁월한 사람'이라고 인식 할 수 있다. 또 지적장애인은 '지능이 낮은 사람'이 아니라 '지적인 이해의 통로가 다른 사람', 그리고 자폐인은 '의사소통이 안되어 상호작용이 어려운 사람'이 아니라 '다중 감각이 매우 민감하고 상호작용의 차원이 남다른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장애인들에게는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가 돌보고 섬겨야 하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들이 겪는 모든 상황을 병리적 상태, 비정상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도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사역을 충분히 감당하며, 우리와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동역자로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를 원한다.

"당신의 비전(vision)이 무엇입니까?" 이 물음에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하였다. "저는 비전이 없는게 비전 입니다." 나의 욕심과 바람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비전에 초점을 맞추어 주님께서 심겨주시는 곳에서 순종하기를 다짐한 이후 줄곧 지금까지 '비전이 없는 삶'이 나의 비전이 되었다. 현재 필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예배공동체 소망부 담당 목회자이다. 내가 정해 놓았던 것도 아니고 특별한 꿈을 꾸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주님께서 나를 가장 잘 아시고 이 곳으로 인도하셨고, 오늘도 기쁨으로 이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소망부에 속한 발달장애인들을 내가 목양하고 있는 양떼라고도 생각하지만 그 이전에 이들을 하나님의 동역자로 인정하고 있다. 그들은 하나님의 일이 더욱 아름답게 나타나도록 협력하는 하나님의 동역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비전은 무엇인가? 어떠한 모양이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일을 감당하는 하나님의 동역자가 되길 원하시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동역자로 부르심을 받았다. 하나님의 밭, 하나님의 집을 함께 가꾸고, 일구어 가는 하나님 나라의 동역자들인 것이다. 백 여덟 번째, 장애인주일을 맞이하며 우리의 비전이 하나님의 관점으로 확장되어 우리에게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이 생기기를 소망한다.



김지혜 목사/소망교회 소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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