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작성 : 2021년 05월 05일(수) 11:02 가+가-
누가복음 <5>
5~6장은 예수님이 복음전파를 위해 처음으로 제자를 부르신 사건에 집중하고, 7~8장은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이 생명을 걸고 따라야 할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가에 대해 권능과 이적을 통해 소개하면서, 제자 된 우리가 그분께 어떤 믿음으로 반응해야 하는가를 제시한다. 누가가 7~8장에서 배치한 사건들의 순서를 조금 바꾸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주님은 차별에 익숙한 우리와 달리, 차별을 넘어 구원하시는 분이시다. 이방인으로 정복자를 대표하는 백부장은 유대인들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상대였으나, 회당을 지어주는 등 유대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고, 하나님을 향해서도 경외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예수님은 자신의 집에 감히 예수님을 모실 수 없으니 부하에게 하듯 말씀만으로 종의 병을 고쳐달라는 백부장의 믿음을 크게 칭찬하시면서 그의 종을 고쳐주신다(7:2~10).

누가는 이 이야기로 당시 유대인들의 편견과 다르게, 이방인들에게도 복음의 문이 열려 있으며, 오히려 그들이 유대인들보다 더 큰 믿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결되는 또 하나의 이야기는 바리새인 시몬이 예수님을 초대하였을 때, 한 여인이 눈물과 머리털로 예수님의 발을 닦아드리고 향유를 부은 사건이다. 죄인이라는 여인의 신분에만 몰두하여 불쾌해하는 시몬의 모습과 달리, 예수님은 그 여인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고 말씀하신다(7:36~50). 두 사건 모두, 자신을 의인의 범주에 넣고, 남을 판단하는 일에 익숙한 우리를 향한 경고이다. 내 판단과 달리, 주님 보시기에 나보다 큰 믿음의 소유자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예수님을 모시고서도 긍휼의 마음보다는 남을 판단하는 일에 몰두하는 바리새인 시몬이 눈물로 은혜에 화답한 그 여인이 경험했던 죄용서와 감사, 구원받아 누리게 된 무한한 평안을 맛볼 수 있었을까?

둘째, 주님은 자연과 귀신도 통제하실 뿐 아니라, 죽음을 넘어 구원하실 수 있는 분이다. 제자들이 예수님과 함께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를 건널 때, 예수님은 잠이 드셨고 광풍이 찾아오자, 제자들의 요청에 바람과 물결을 꾸짖어 잔잔케 하셨다. 거라사 땅에 이르렀을 때, 사람의 통제범위를 벗어난 군대 귀신들린 자를 만나자, 예수님은 군대귀신의 요청대로 돼지 떼에 들어가도록 허락하시고, 크신 권능으로 그 사람을 회복시켜주셨다(8:22~39). 객, 고아, 과부는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람의 대명사이다. 나인 성에 살던 한 과부가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들을 잃었다. 극도의 절망이 찾아왔으나, 예수님은 죽음을 멈추게 하시고 생명을 불어넣으셨다. 하나님의 아들 되시는 예수님의 권세는 질병과 귀신들림을 치유하시고 죽음을 이기심으로, 삶과 죽음 모두를 통제하시는 분이심을 보여주신다(7:11~17).

셋째, 주님의 사역 범위를 임의로 판단하여 세례 요한과 같은 의심에 빠지지 말자. 감옥에 갇힌 세례 요한은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만 움직이시는 예수님께 '오실 그이가 당신입니까?'를 질문한다(7:18~28). 그는 성령으로 예수님의 메시아 되심에 대한 풍성한 계시를 받았던 인물이지만, 자기 소견대로 예수님의 역할을 로마와 악인에 대한 공의와 심판으로 한정하였다. 예수님은 세례 요한의 의심에, 누군가 작은 소망 속에 위로받고 자유와 새 생명을 경험하고 있다면 하나님 나라는 쉼 없이 전진하고 있다고 하시며 에둘러 책망하신다. 내 시간표와 방법이 정답이다며 예수님을 제한하려 든다면, 우리도 얼토당토않게 '오실 그이가 당신 맞습니까?'라는 의심에 빠질 수 있다. 내 생각과 다를지라도 우리 주위에서 작지만 큰 걸음으로 진행되고 있는 하나님 나라를 찾아 감사함으로 바라보자.

넷째, 옥토가 되어 방해나 조롱에 굽히지 말고 믿음으로 나아가자! 길가, 바위 위, 가시덤불은 복음이 거부되고 조롱받는 상황을 나타낸다. 죽어가는 딸로 인해 한시가 급한 야이로에게는 예수님의 행보는 더디기만 했고, 아이가 자고 있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사람들은 조롱과 비아냥으로 반응했다. 코로나 이후 교회는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더 큰 조롱과 반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묵묵히 주님을 힘입어 옥토의 마음, 곧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섬기고 열매 맺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좋은 땅에 있다는 것은 착하고 좋은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지키어 인내로 결실하는 자니라"(8:15). 우리를 위해 주님은 동행하시면서 질병, 귀신들림, 자연, 죽음까지도 이기시는 권능으로 우리가 맞닥뜨릴 모든 문제의 뿌리까지도 해결해주신다. 흔들리며 의심하는 우리에게 주님은 요청하신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여 평안히 가게 할 것이다"(8:9~15, 40~56).

왕인성 교수 / 부산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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