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의 이미지를 가진 선한식물 엉겅퀴
[ 성지의식물 ]
작성 : 2021년 05월 18일(화) 15:00 가+가-
이강근 목사 16. 엉겅퀴

성경에 등장하는 군데리아 엉겅퀴(Gunderlia).

우유엉겅퀴(Milk Thistle).
누가 엉겅퀴를 저주의 상징이라 했는가. 성지에 와 보라.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대지의 모든 꽃들이 시들고 메말라 갈 때 유독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이 바로 엉겅퀴다. 엉겅퀴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피는 꽃도 화려하다. 흰꽃 파란꽃 노란꽃 등 형형색색이다. 사실 엉겅퀴의 어린 싹을 보고는 커서 거칠고 가시 돋힌 엉겅퀴가 되리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엉겅퀴의 어린 싹은 여느 풀밭의 채소처럼 연하다.

생명력과 번식력도 대단하다. 뜨거운 태양 빛이 내리쬐는 메마른 땅에서 누가 심거나 보살피지 않는데도 무성하게 자란다. 우리의 건강이 이렇게 생존력이 강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러움이 생기는 식물이다. 아마도 그래서 농부들에게 가장 성가신 식물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연한 싹일 때 제거하지 않으면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성가신 식물이기도 하다.

이미 성지의 현지인들은 엉겅퀴가 싹이 나서 어느 정도 몽우리가 생길 때면 기다렸다는 듯이 엉겅퀴의 새순을 채취한다. 조금만 더 지나도 질겨지기에 딱 며칠간이다. 그렇게 좋으냐고 물어보면 엄지척을 보이며 최고란다. 내다 팔아도 값비싼 채소지만 주로 자신들이 먹을 것이란다. 그래서 시장에 아낙네들이 펼쳐놓고 팔면 내놓기가 무섭게 사간다. 바로 이 엉겅퀴 나물을 '군데리아'라고 부른다.

성경에 바람에 나는 검불 같다고 말한 것이 바로 이 군데리아라 부르는 엉겅퀴다. "나의 하나님이여 저희로 굴러가는 검불 같게 하시며 바람에 날리는 초개 같게 하소서"(시 83:13). 특히 이사야 선지자는 이스라엘을 흩어지게 하려는 이방인들을 이 엉겅퀴 같게 해달라고 호소한다. "… 주께서 그들을 꾸짖으시리니 그들이 멀리 도망함이 산에서 겨(군데리아)가 바람 앞에 흩어짐 같겠고 폭풍 앞에 떠도는 티끌 같을 것이라"(사17:13). 메마른 군데리아(엉겅퀴) 밑둥이 바람에 부러지면서 데굴데굴 굴러가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지구엉겅퀴(Glob Thistle).
엉겅퀴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창세기의 말씀 때문일 것이다. "내가 네게 먹지 말라 한 나무의 열매를 먹었은 즉 땅은 너로 말미암아 저주를 받고 너는 네 평생에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창 3:17∼18). 이 말씀을 자세히 보면 엉겅퀴가 저주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엉겅퀴로 인해 가시돋히고 무성하게 자라는 밭이 된다는 뜻이다.

여름철에 성지를 구석구석을 다니다가 무성한 엉겅퀴를 보며 이것을 사람들이 먹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든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현대에 밝혀진 이 엉겅퀴의 효능이 놀랍다. 엉겅퀴는 뿌리에서부터 줄기 잎 꽃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인류 건강에 가장 유익한 식물이다. 이미 한국의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엉겅퀴의 효능만 살펴보더라도 주인 없이 자란 황무지의 보물과 같다. 비록 성경의 이미지는 저주의 상징이지만 성지에서 본 엉겅퀴 꽃의 아름다움이나 그 효능을 보면 참으로 선한 식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찌 자라나는 식물에 선한 것이 있고 악한 것이 있겠는가. 다만 인간이 바라보는 편견일 뿐이다.

창세기의 엉겅퀴 이미지를 넘어선 하나님의 긍휼이 느껴진다. 징벌적 이미지를 가진 식물이지만 고통 후에 하나님이 남겨놓으신 치유와 생명력의 상징이다. 마치 예수님의 찔리시고 피흘리신 십자가의 고통이 결국 죄를 치유하고 인류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시 면류관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유대학연구소 소장

영상 보기 : https://youtu.be/BbrU88vJv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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