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교회와 국가를 생각한다
[ 주필칼럼 ]
작성 : 2020년 08월 24일(월) 18:06 가+가-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는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방역당국의 노력은 충분히 동의가 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교회에 대한 과도한 조치,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나 일부 연합기관의 무리한 주장 등을 접할 때마다 국가의 역할을 생각하게 된다.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우리 교단의 입장은 교리에 담겨 있다. 우리 교단 교리의 하나가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이다. 헌법 제1편 교리에 사도신경, 신조, 요리문답에 이어서 네 번째 순서를 차지하고 있다. 35개 장으로 이루어진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은 23번째 장에서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다룬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은 영국 의회가 1643년에 소집한 신학자 총회에서 5년간의 회의 끝에 작성하였다. 1647년 스코틀랜드 의회에 이어서 1648년에 영국의회가 공인하였다. 한국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받아들여서 장로교회 표준문서로 통용된다. 우리 교단은 시대 변화에 따라서 대한예수교장로회신앙고백서(1986)와 21세기 대한예수교장로회신앙고백서(1997)를 교리로 추가하였다. 21세기 대한예수교장로회신앙고백서는 제3장에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381년)를 새로 번역하여 덧붙이기도 했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은 이를 제정한 성공회와 스코틀랜드교회를 비롯해서 미국장로교회 등의 세계 장로교회가 신앙의 표준으로 삼고 있다. 우리 교단은 1967년의 미국판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에 앞선 1647년 판의 성구를 인용하여 교리로 채택하고 있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은 1517년 이후 유럽대륙을 뒤흔든 종교전쟁의 매듭이 되었다. 1648년에 유럽 대륙이 웨스트팔렌 조약으로 30년 전쟁을 끝내는 해에 채택되어,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은 침례교 고백서의 전범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개혁교회가 폭넓게 신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역사가 필립 샤프가 이로써 프로테스탄트 공의회 중에서 다음 세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공의회가 되었다고 평가를 했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23장은 네 개의 절로 구분해서 교회와 국가의 관계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1절은 "하나님은 자기의 영광과 공동선을 위하여 백성들 위에 공직 제도를 두셔서 자기의 관할 하에 두셨다"고 선언하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들에게 칼의 힘을 주어 선한 무리를 보호하고 격려하는 반면, 악을 행하는 자를 처벌하게 하셨다"고 고백한다. 국가의 권한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2절은 신자의 공직 수행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3절은 국가가 교회 위에 설 수 없다는 것과 교회의 "정당한 신앙생활에 간섭하거나 방해를 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의 교회 모임에 대한 보호의무를 확인한다. 4절은 공직자를 위하여 기도할 것과 양심에 따라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며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교황의 무소불위의 권력으로부터 공직자를 보호하고 국가의 권위를 인정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했다는 대통령의 종교의 자유에 대한 언급은 지나치다. 헌법에서 정한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만일 그 자유에 따른 행위가 실정법의 범위를 넘어서 타인에게 위해를 끼쳤다면 그 행위 당사자가 법에 따른 처벌을 받을지라도, 종교의 자유는 엄격하게 보장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의무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의 정신에 따르면 전광훈 목사의 방역당국에 대한 무시는 과도하다. 국가에게 위임된 권한에 따라서 코로나19 방역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마땅히 방역당국의 노력에 협력해야 한다. 신앙고백에 따르면 전광훈 목사의 정치 참여도 교회의 국가정책에 대한 예언자의 역할을 넘어선다. 교회는 섬김의 태도로 국가의 정책에 조언할 수 있으나 국가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 여덟 교단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들이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 이단성에 대하여 지적한 일과 총회에 전광훈 목사가 이단성이 있다고 보고하는 형제교단의 연구를 새삼스레 생각하게 된다. 교회가 정한 신앙의 표준을 준수하는 겸손이 요청된다.

변창배 목사/총회 사무총장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