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루었습니다!
[ 논설위원칼럼 ]
작성 : 2019년 12월 29일(일) 00:00 가+가-
인생,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 '언뜻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것처럼 나른한 것 같아도 삶은 쉬는 날이 없다'고 바꾸어도 될 듯한 말이다. 교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다사다난 했던 2019년이 지나갔다. 인생에서 또 한 번의 마무리를 한 것이다. 지나온 한 해를 마지막에 차분하게 돌아보는 마음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마음먹은 대로 또는 그 이상으로 뜻을 이룬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반대로 목표를 세우고 전력질주를 한 끝에 고지가 코앞인데 좌절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또 지난해에 실제로 보았다. 그 중에는 자업자득으로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있었고, 다른 사람의 불법 부당한 처사로 성취를 도둑맞고 피를 토하는 것 같이 절규하는 모습도 있었다. 인생이 어차피 한계를 갖고 있는 존재이기에 믿는 자들의 삶이라고 언제나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 예수를 모신 배에도 광풍이 불어 물이 배에 부딪히면 배에 물이 들어와서 빠지게 될 수도 있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멀리서 볼 필요가 없이 구주되신 예수의 삶을 생각해도 그러하다. 예수는 모든 사람들이 비참하게 여기는 그런 모습으로 생을 마감했다. 별 볼 일 없는 인생들의 조롱과 멸시를 받으며 숨을 거두었다. 머리 둘 곳이 없이 살며, 식사할 겨를도 없이 부지런히 희생하며 살았는 데도 말이다. 그런데, 고난과 순교를 상징한다고 하는 십자가에 매달려서 그는 "다 이루었다"고 했다.

예수는 자기의 마지막 길에 울며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는 여인들을 향해서 "나를 위해서 울지 말고 너희 자녀를 위해서 울라"며 자신의 끝이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그가 이룬 것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는 자기를 따르는 열 두 명의 제자들도 붙들어 놓지 못했다. 자기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감화 감동시켜 자신을 따르도록 만들지도 못했다. 초능력으로 세상을 바꾸지도, 나라를 구하지도 못했다. 가난과 질병을 근절시키지도 못했다. 심지어 평범한 사람들처럼 가정도 꾸려보지 못했고, 그러니 자식도 얻지 못했다. 우리 같은 사람들도 누리고 있는 정도의 것도 얻지 못했다. 그런 그의 생애 마지막 말이 "다 이루었다"라면, 그가 이룬 것은 그런 것이 아닐 것은 분명하다. 예수는 바로 그 십자가를 코앞에 두고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이 핏방울 같이 되도록 동일한 내용으로 몸부림치며 마지막 기도를 했다. "그래도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 그는 하나님의 뜻이기에 십자가의 죽음도 받아들인 것이고, 그런 그가 죽는 순간 했던 말이 "다 이루었도다"인 것이다. 그의 삶의 이 마지막 말은 단지 하나님의 뜻인 죽음을 기어코 받아들였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살아 왔고 드디어 그 길을 완주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으니 마음이 새로워진 것 같다. 지난 것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을 테니 이제부터 새로 시작해보라며 또 한 번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이다. 이때 믿는 자들이 가져야할 마음을 바울이 말하고 있다. "마음을 새롭게 하고 변화를 받아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내내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려야지! 하고 다짐을 하는 것이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올해도 여전히 교회는 교회대로 신앙인들은 나름대로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달려갈 것이다. 그 열심이 만들어내는 모습은 천차만별일 것이고 그 성취의 여부, 만족의 농도 또한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그 추구하는 바는 같다. 하나님의 뜻을 이룸! 그리고 다양한 시간의 끝자락에서 나오는 고백도 예외없이 동일해야 할 것이다. "다 이루었습니다!" 믿는 자가 새해를 맞이했다는 것은 한 해를 살고 정리할 때 이 고백을 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이 참 귀하게 여겨진다.

공성철 교수/대전신대 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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