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넘어 당당한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 주간논단 ]
작성 : 2024년 10월 01일(화) 07:00 가+가-
여성 목사를 생각할 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인 '유리천장'이라는 경제 용어가 떠오른다. 여성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들이 조직 내에서 높은 직책에 오르거나 지도자급에 도달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려운 현상을 가리킬 때 쓰는 용어이다. 첨단 문명이 지배하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의식 변화와 함께 직업의 장벽도 남녀의 경계선이 상당히 모호해졌다. 지금은 여성들이 사회 각층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교회 공동체의 여성 리더십은 소수에 불과하다.

한국 교회는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허락하는 것조차 많은 내홍을 겪었다. 우리 교단은 1994년 제79회 총회에서 여성안수가 허락되었고, 금년에 여성안수 허락 30주년을 맞이했다. 여성 안수가 제도화되어 형식적 평등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온전한 평등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제108회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목사 2만 2180명 중 여성 목사는 2,992명(13.49%)이다. 이 중 위임목사는 41명(1.33%)에 지나지 않고, 담임목사도 573명(6%)이며, 30년이 지났지만 원로 목사도 1명만 배출했다. 또한 교단 총회 여성 총대 수도 증가 추세지만 전체 총대 수의 2.8%에 불과하다.

여성 목사의 업무는 새가족부, 교육 부서, 아기학교, 사회복지나 상담 부서, 심방 전담 등 주로 돌봄 사역에 치중되어 있다. 게다가 여성 목사에 대한 대우도 열악하고 다방면의 차별이 존재한다. 전도사로 있다가 목사 안수를 받게 되면, 사역하는 교회에서 떠나야 하는 것이 대다수이다. 남성 목사와 비교되는 차별을 겪으면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강단의 설교권도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성찬식이나 결혼식, 장례식 같은 예식 집례도 배제될 때가 많다. 또한 여성 목사가 결혼하여 임신과 출산을 하면, 그 일이 복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는 사임을 종용하기도 한다.

신대원을 졸업한 여성 사역자 중에는 목사 안수를 받지 않고 전도사로 머물면서 사역하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사역지 자체가 여성 목사에게는 좁은 문이다. 교계 현실이 이렇다 보니 여성 목사들은 기관 사역을 하거나 전도목사, 또는 선교지로 나가거나 교회 개척을 통해 담임 목사로 사역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 목회자를 위한 교계 차원의 제도적 마련이 시급하고, 교회도 남성 사역자와 동등하게 목회 사역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더불어 가정 사역도 건강하게 감당할 수 있도록 사역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한국 교회 성도들의 비중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많다. 그런데 교회 리더십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성 성도들이 여성 목회자를 더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는 한국의 가부장적 정서가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 목회자들 역시 사역적인 부분에서 배려와 존중만을 받기보다는 남성 목회자만큼 수고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음을 시사한다.

여성 목사들이 지닌 특유의 장점이 있다. 대체로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공감 능력이 뛰어나 사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감성이 풍부하다. 어머니와 같은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 등은 목회 현장에서 사랑과 복음으로 그들을 치유하기에 좋은 강점이 된다. 교회가 여성 목사가 지닌 달란트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그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한편 필자는 담임 목회하는 여성 목사들에게 역으로 남성 목사와 동사 목회하는 방법을 제안해 본다. 예를 들어 한국 교회 은퇴 목사들은 연령 때문에 은퇴했을 뿐 체력과 영력이 아직 건강한 이들도 많다. 은퇴 목사가 주일에는 일반 교회 출석이 부담스러워 영상 예배를 드리거나 목사 내외가 가정예배로 드리기도 한다. 예배는 메시지와 찬양, 공동 기도 제목과 봉헌이 있어야 한다. 은퇴 목사들이 가정예배를 드리게 될 때 그 부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여성 목사들이 그분들을 청빙해서 함께 예배 드리며 공동 사역하는 것도 굉장히 의미가 있고, 교회 성장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수님은 이 땅에서 사역하실 때, 당시의 모든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깨뜨리셨다. 한국 교회가 사회적 차별을 답습하기보다 주님의 정신으로 여성 목사가 자유롭게 사역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여성 목사도 의기소침한 목회자가 아니라 당당한 그리스도의 일꾼으로서 목사가 되기를 바란다.

이정규 목사/수도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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